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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희 버스 게이트’ 30억원 둘러싼 5대 의혹 총정리

강산21 2008. 8. 3. 16:35
‘김옥희 버스 게이트’ 30억원 둘러싼 5대 의혹 총정리
[분석] 돈쓰고 공천 못받은 이유...공천헌금? 다른 뇌물?
입력 :2008-08-03 12:18:00  
[데일리서프 하승주 기자] 2일 현재까지 검찰이 밝힌 김옥희 씨에 대한 혐의를 요약하면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는 스스로를 대통령 부인 친언니로 행세하면서 김종원 서울시 버스조합 이사장에게 국회의원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았다가 결국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자 25억원을 돌려준 사기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발표에는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김종원 씨가 30억원이라는 큰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의문이고, 그 돈을 74세의 할머니에게 공천을 위해 덜컥 맡겼다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김종원 씨와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청와대 해명대로만은 아닌듯한 정황이 많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먼저 이 사건을 1달이나 조사했다고 하면서도 기초적인 내용도 밝힌 점이 없이 검찰로 떠넘겼다. 사건을 떠맡은 검찰은 공천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건이라면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가 아닌 ‘사기죄’ 혐의를 수사하는 것도 의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사건의 의문점을 정리해 본다.

1. 김종원 씨는 왜 돈을 쓰고도 공천을 받지 못했나?

가장 큰 의문은 이 돈을 쓰고도 김종원씨는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스로 주장하듯 이명박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 대선캠프에서의 활약, 김옥희 씨에 대한 금품 로비 등이 이뤄졌는데도 김종원 씨는 비례대표 순번에도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과연 김종원씨는 ‘공천’을 위해 ‘헌금’을 바친 것이 맞을까? ‘헌금’에도 불구하고 ‘공천탈락’한 것일까?

권력실세도 아닌 74세의 대통령 친인척에게 자신의 공천을 위해 돈을 줬다는 사실도 믿기 힘들지만, 김종원씨 정도의 네트워크와 대선공적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노력하고도 맥없이 공천탈락한 사실도 역시 믿기가 힘들다.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공천은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갔다는 사실이 정치권에 파다했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까지 있고, 엄청난 액수의 돈까지 동원한 김종원씨는 결국 청와대의 낙점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30억원이 공천헌금조로 제공된 것인지 자체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2. 진짜 공천관련 뇌물이냐, 아니면 다른 것과 관련돼 있는거냐?

이와 연관해 지난달 19일, 한국일보는 서울시 버스운송조합 이사장이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시내버스 사업과 관련해 금품을 건넸다는 혐의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청와대는 5월말경 첩보를 입수하여 조사를 시작하고, 7월 14일 대검찰청에 사건을 넘겼다. 그렇다면 검찰이 김씨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던 시점에 이미 검찰은 청와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았던 시점이다.

청와대는 1달 반이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한점 의혹도 남기지 않기 위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김옥희씨를 구속한 시점에서는 김종원씨의 서울시 관계자 금품제공사건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19일까지만 해도 검찰은 김종원씨를 ‘서울시 관계자에게 금품제공’으로 조사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김옥희씨의 ‘사기피해자’로 사건을 몰아가고 있다.

따라서 김종원 씨가 김옥희 씨에게 제공한 30억원은 공천헌금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뇌물 아닌가 하는 의심도 현재로선 지우기 힘들다.

3. 74세의 할머니에게 공천헌금 30억을 바쳤다?

김옥희씨는 그간 김윤옥씨의 4촌언니가 아닌 친언니로 행세하면서 자신이 먼저 30억원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지난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고, 공천을 위한 물밑작업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도 수시로 독대하면서 버스업계의 MB맨으로 알려진 김종원씨가 74세의 김옥희씨에게 “공천”을 위해 돈을 건넸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김옥희씨가 아무리 대통령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집권당의 공천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미 MB와 직접 선이 닿는 김종원씨가 수많은 한나라당의 실세를 제쳐두고 자신의 공천을 위해 김옥희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4. 청와대는 어떤 사건조사를 했나?

이번 대통령 친인척 사건은 검찰 수사가 먼저 있고 청와대가 이를 해명하는 수순으로 전개된 사건이 아니다. 청와대가 먼저 사건을 한달반이나 들고 있다가 결국 검찰에 넘긴 사건이다. 검찰은 사건을 받자, 이를 공안부가 아닌 금융조세부로 배당하여 '단순 사기사건'으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매우 낮은 국민지지율로 고민하고 있지만, 검찰만큼은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그 정도 장악력이라면, 아예 사건을 덮어버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는 있다.

그런데도 왜 이 사건은 공개할 수 밖에 없었을까? 다른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

5. 30억원은 어디에서 나온 돈인가?

김종원 씨의 30억원은 단순히 ‘개인돈’으로만 발표되고 있다. 과연 김종원 씨가 이만한 돈을 동원할 재력가인가에 대해서 각 언론마다 조금씩 분석이 다르다. 어쨌건 30억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30억원의 출처와 사용처, 그리고 돌려 받지 못한 4억 5천만원의 행방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김옥희 씨는 왜 4억 5천만원을 돌려주지 못했을까? 공천헌금이라면 그 속성상 공천이 실패하면 100% 반납을 하는 것이 정치권의 '숨은' 관례다. 그래서 공천헌금의 경우 대개 쉬쉬하다 만다.

그런데 김옥희 씨는 왜 30억원 전액을 돌려주지 못했을까? 어떤 이유로 전액을 반납하지 못했을까? 남은 돈은 어디로 흘러 들어갔을까? 검찰이 밝혀야할 대목이다.

하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