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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진압 경찰간부 ‘놈놈놈’ 망언, 일파만파 확산

강산21 2008. 7. 14. 10:22
촛불진압 경찰간부 ‘놈놈놈’ 망언, 일파만파 확산
당시 상황 소상히 담은 동영상, 인터넷으로 급속히 전파
입력 :2008-07-13 20:04:00  
[데일리서프 하승주 기자] 지난 10일 저녁 을지로 입구에서 한 경찰간부가 내뱉은 '망언'이 담긴 동영상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 경찰간부는 미란다 원칙 비슷한 얘기를 늘어놓은 다음 갑자기 "지금부터 깃발든 놈, 촛불 든 놈, 손에 뭐 든 놈, 잡아잡아 본격적으로..."라고 확성기로 외친다. 이것이 그대로 동영상에 담겨 있다.

▲ 확성기로 ‘놈놈놈’ 망언을 하고 있는 경찰간부.(동영상 캡처)  

당시 집회에 참가해 이를 목격했던 사람들의 목격담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종로 1가 보신각 인근에서는 3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64번째 촛불집회를 열고 있었다. 당시의 집회는 사회단체의 기자회견 중심으로 이루어 졌고, 소수의 시민들이 소박하게 집회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장발표와 기자회견이 끝난후, 시민들은 ‘인도’로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소수가 인도를 통해 행진하는 것조차 더 이상 경찰들은 참을 수 없어 했고, 결국 8시 30분경, 경찰의 포위작전이 시작되었다. 이미 명동성당에 가 있던 본진 300여명이 급히 을지로 입구까지 와서 경찰과 대치하게 되었다. 국제 앰네스티의 인권조사관이 촛불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것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경찰들에게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이 대치국면에서 바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이른바 '놈놈놈 발언'이 경찰간부로 보이는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확성기를 크게 틀어 다음과 같은 거의 '망언성 발언'을 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깃발든 놈, 촛불든 놈, 손에 뭐 든 놈 잡아잡아. 본격적으로."

이 방송이 두 번 이어지고는, 촛불, 깃발, 피켓을 든 ‘시민’들이 ‘놈’ 취급을 받으며 무차별로 연행되기 시작했다.

촛불교회 소속 목사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며 연좌시위를 시작했지만, 경찰은 병력을 동원해 목사들을 번쩍 들어 인도로 이동시켰다. 경찰차는 결국 ‘놈’이라 불린 시민들을 연행하여 떠나 버렸다.

▲ 10일 밤 촛불집회가 끝나고 을지로 인도로 행진하던 시민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민중의 소리 제공 

국제 엠네스티의 노마 강 무이코(41) 동아시아지역 조사관이 1시간 후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미 연행상황은 종료된 이후였고, 무이코 조사관은 부상당한 시민이 실려간 국립의료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지운 감독이 만든 화제의 영화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은 1930년대 마적단이 활개치는 만주를 무대로 한 서부활극이다. 그러나 2008년 서울시내 한복판의 풍경도 그 무법시대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 동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경찰이 집회참가 시민을 어떻게 보는지 근본시각이 드러났다고 비판하면서 이 경찰간부를 퇴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