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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는 검찰...부적절 광고 논란

강산21 2008. 7. 12. 11:52
2008년 07월 12일 (토) 07:03  노컷뉴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는 검찰...부적절 광고 논란

[CBS사회부 심나리 기자]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엄정하고 객관적인 법집행을 강조한 검찰이 일선 검찰청 홈페이지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환영하는 내용의 팝업창을 띄워 논란이 일고 있다.

고유업무와 상관없는 부적절한 광고라는 지적과 함께 중립성 시비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홈페이지에는 "3억 미국인과 250만 재미 교포, 96개국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바로 그 쇠고기가 수입됩니다"라는 내용의 팝업창이 떴다.

팝업창이 뜨게 된 경위에 대해 서부지검 관계자에게 문의를 하니 "대검찰청으로부터 이같은 지시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확인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팝업창은 일제히 내려졌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오세인 대변인은 "이미 일주일 가량 전부터 일선 검찰청 홈페이지에 팝업창이 떴으며 팝업창을 내릴 때가 돼서 내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대검찰청 홈페이지 전반을 관리하는 정보통신과 관계자는 "지난 5월 19일경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각 부처로 공문을 보내 홈페이지에 실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대검 운영지원과에서 이같은 공문을 받아 일선청으로 내려보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엄정 대응 방침'을 거듭 확인하며 정부 정책 옹호의 선봉에 섰던 법무부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지시한 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런 일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같은 '비중립적'인 행태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가 기관의 하나지만 여타 정부 기관과 달리 '사법기관'의 특성상 중립성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두 달 가까이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에서 수백 여명이 연행된 가운데 이들의 사법처리를 담당하는 곳에서 정부 정책을 드러내놓고 지지하는 이상 이들에 대해 강도높은 사법처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시민단체들은 '검찰 고유의 기능과 동떨어진 부적절한 행위'라면서 강도높게 비판했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정정훈 변호사는 "검찰은 법무부가 아닐 뿐더러 독립기관인데 이같은 행위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는 검찰이 권력기관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 관계자는 "타 부처의 협조 요청에 응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해달라고 주문했지만, 누구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 끈을 고쳐매지 말아야' 할 검찰이 갓끈을 고쳐맸다는 비난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