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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시스템-취재환경 역대 최악...비난 ‘비등’

강산21 2008. 7. 12. 15:42
청와대 시스템-취재환경 역대 최악...비난 ‘비등’
익명 요구에 보수신문만 소통...반발없는 출입기자들도 문제
입력 :2008-07-12 13:36:00   권용진 기자
[데일리서프 권용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가 과거 노무현 정권과는 딴판으로 브리핑도 부실하며, 기자들의 정보 접근을 막고, 주요 사안마다 엠바고를 걸어 취재 제한을 가하는 등 취재시스템이 낙후되기 이를데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역대 청와대 중 최악의 시스템이라고 혹평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는 이런 낙후된 시스템과 청와대 참모진들의 안이한 태도가 11일 우리 민간인 관광객이 북측의 총격에 사망했는데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대통령이 국회연설을 하러 가는데도 아무런 대책이나 조언도 하지 못하는 '식물참모'로 전락하게 된 원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같은 지적은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코리아타임스 김연세 기자의 갑작스러운 사표 제출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코리아타임스는 김 기자의 스포츠부 발령이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워싱턴 발언을 공개한 김 기자에 대해 청와대가 기분나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인만큼 이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언론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기관지인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청와대 취재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대변인 공식 브리핑이 정례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데 있다는 것.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간격을 두고 춘추관에 깜짝 등장해 ‘게릴라 브리핑’을 하고 사라지기로 유명하다고 기자협회보는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맘대로 얘기해놓고는 정치적인 말썽이 일 것으로 판단되는 언급에 대해서는 "핵심관계자 혹은 관계자 명의로 써달라고 요구하는 등 횡포가 심하다"고 출입기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기자협회보도 “특히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대변인의 잦은 익명 보도 요청은 청와대발 기사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최근 술 한잔하고 얼굴이 불콰해진 상태로 공식브리핑에 임해 '불콰대변인'이란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관련기사] ‘불콰 이동관’ 음주브리핑 ‘비난 폭주’

노무현 정부의 취재시스템을 그렇게 욕했던 현재의 청와대 역시 비서동을 아직 개방하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비서동을 기자들의 취재반경에서 제외했을 때 이동관 대변인이 근무했던 동아일보 등 온 언론들이 취재제한이라고 극한반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시키겠다고 선거 때 철썩같이 약속해놓고는 노무현 정권 '찜쪄먹을' 정도로 밀실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권에 비판적인 일부 신문이나 인터넷매체, 지방지 등은 정상적인 브리핑 시스템이 거의 부재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청와대의 이른바 '핵심관계자'들은 이들과의 접촉을 피해 취재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으로 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이와 관련해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대변인이 매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의 입장을 밝혔으나 현 정부 들어 브리핑이 없어지면서 기자들과의 소통 구조가 차단됐다"며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기자들의 인내심도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지방지 소속 한 출입기자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른바 핵심관계자들은 일부 보수신문 기자들을 선별해 '소통'하는 등 보수신문의 밀실 취재환경은 과거 노무현 정권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개선됐다는 것이 언론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입닫고 있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처신이 청와대 홍보라인으로부터 무시당하고 홀대받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동시에 언론계에서는 보고 있다.

권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