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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전국민 통합해야…전대는 역사적 화해"

강산21 2008. 7. 11. 18:32
<盧 "전국민 통합해야…전대는 역사적 화해">(종합)
정대표, 봉하마을서 盧 전대통령 예방

(김해=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새 지도부는 11일 김해 봉하마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작년 2월 탈당한 노 전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찾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 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을 민주당의 '어른'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민주당에 진한 애정과 관심을 표명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도부가 도착하자 권양숙 여사, 최측근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함께 사저 건물 현관까지 나와 반갑게 맞았다. 민주당에서는 정 대표와 최고위원 5명, 원혜영 원내대표 등 15명 가량 참석했고, 김해산 한우 쇠고기를 선물로 전달했다.

   정 대표가 먼저 "대선과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못 얻었지만 대동단결로 힘을 키워 지방선거 승리에 이어 대선에서 정권을 회수해 오겠다"는 각오를 밝히자 노 전 대통령은 "지난 5년간 한나라당이 정말 부러웠다. 참 단결을 잘하더라. 그야말로 대동단결다운 단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통합이라는 이름을 아무렇게나 쓰고 있는데, `그들만의 통합', `우리만의 통합'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모두를 위한 통합, 전국민의 통합이 돼야 한다"며 "특히 경상도를 빼고 자기들끼리의 통합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호남에 치우친 지역정당으로 회귀해선 안되고 전국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 대표도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7.6) 전당대회 때 초청을 못받아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했고, 원 원내대표는 "불찰이다. DJ와 노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겠다는 안희정 최고위원 공약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노선과 위치에 민주당이 서있다. 정책노선이 다른 당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다"며 "정통성도 우월하고 10년간 개혁정권의 업적도 그 이전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고 '민주당 예찬론'을 폈다.

   그는 "다만 조직 기반이 취약할 뿐이다. 소수파끼리 단결하는 모양이 돼선 안되고 늘 큰 단결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한 뒤 "영남에서 정치하는 분도 민주당과 운명을 같이 할 수 있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전국 정당화를 위한 노력을 재차 당부했다.

   정 대표는 "영남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을 모시되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할 분으로 찾고 있다"고 화답했고, 노 대통령은 "정말 좋은 생각이다"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구 민주계의 지원을 받고 선출된 김민석, 박주선 두 최고위원과 상대적으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2002년 대선 때 국민통합21에 입당, 정몽준 후보를 도왔고 박주선 최고위원은 참여정부 때 수뢰 혐의로 구속됐다 무죄 선고를 받는 악연이 있다.

   김 최고위원은 "제 입장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죄송한 역사가 있었고 아쉬운 역사도 있었다"며 "전대 후에 지도부가 봉하마을을 찾지 않으면 혼자라도 오려고 했다"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개인적 얘기도 중요하지만 이번 전대를 통해 대의원들이 김 최고위원을 선택했고, 이렇게 오늘 한 테이블에 앉은 것은 대의원들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당원과 대의원들이 어찌나 고맙고 반가운지.. 그래서 이것은 역사적으로 공식 화해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뜻있는 10년이었는데 잃어버린 10년 공세 때문에 DJ와 내가 결국 탈당했던 것 아니냐"며 "당원과 대의원들이 전대를 통해 나를 복권시켜준 것이고 그래서 이 자리가 이뤄졌다. 오늘 복권의 첫번째 절차에 들어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최고위원은 "(참여정부가) 검찰독립을 얘기하면서 방종하듯이 놔둔 것 같다"며 "세 번이나 검찰소환을 받고 구속되고도 무죄를 받았는데 수사당국에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고,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박 최고위원에게 미안하다"고 위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서 진보의 씨앗을 조금씩 뿌리고 싶다"며 "진보라는 것은 쉽게 말해 민주주의의 확대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또 지난해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고 건 전 총리를 직접 비판했던 사실을 상기시킨 뒤 "대통령 임기말이라고 해도 정치권에 도깨비같은 정치인이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말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사저 밖으로 나와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도부를 환송했다. 대통령 기록물 반출 문제가 거론되자 "너무 야비한 것 같다"며 청와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당에 대해서는 "비록 의석수는 적어도 의정활동을 착실히 잘할 것"이라며 농담조로 "오늘 (지도부가) 나를 보고 복당하라고 안 그러더라. 당내 논의가 안됐는지 모르겠는데 복당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