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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홈피 촛불집회 폄하 배너 ‘유인촌 지시’

강산21 2008. 7. 10. 16:54
2008년 07월 10일 (목) 16:15  데일리서프

국립극장 홈피 촛불집회 폄하 배너 ‘유인촌 지시’

[데일리서프 민일성 기자] 국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각종 유관기관에 걸린 '촛불집회'를 비난하는 '편파 배너'는 유인촌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고위공직자가 오히려 '국민 편가르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유인촌 장관에게 쏟아지고 있다. 유 장관은 최근 "촛불 때문에 관광객이 줄었다"는 발언으로 비난을 산 바 있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국립극장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유관기관의 홈페이지에는 지난 4일부터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배너가 올라왔다가 시민들의 항의 등으로 1주일만인 10일 오전 이 배너를 내렸다.

이 배너는 경찰청 홈페이지에도 걸려 있는 배너로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측의 일방적인 선전내용으로 가득차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변명만 실려 있어 이미 누리꾼들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편파적인' 배너가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립극장 등은 현실정치나 촛불집회와 무관한 홈페이지에도 무차별적으로 걸렸기 때문.

이같이 무차별적으로 촛불집회와 무관한 사이트에 이런 배너가 올라오게 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이 '국정홍보 배너 알림'이라는 공문을 이메일을 통해 유관 기관들에 내려 보냈고 이 지시에 따라 각 하급기관 전산팀은 지난 4일부터 배너를 걸었던 것.

이와 관련해 모 유관기관의 전산팀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에서 '국정홍보 배너 알림'라는 메일공문이 내려와 지난 4일부터 배너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나 관련 문의와 항의 전화가 쇄도하는 등 업무에 불편 사항이 많아 이를 상급기관에 보고했고 내리라는 지시에 오늘 아침 배너를 내렸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기획조정실은 장관의 직접 지시를 받아 하급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기획조정실의 지시는 곧 장관의 지시와 동의어란 것이 정부 부처 주변의 공통된 얘기다. 따라서 이 배너는 유인촌 장관의 지시에 의해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가의 중요 정책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배너를 공유하게 돼 있다"며 "문체부 홈페이지에 올라가면 소속기관에서 시책을 공유하는 측면에서 같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때문에 문체부에 관련 배너를 설치했고 다른 소속기관에서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 측은 "촛불 시민'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문체부의 행태는 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매도했던 공안정부의 통치와 다를 바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