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흔적 안남기고 떠난 전직 대통령들

강산21 2008. 7. 10. 14:07
흔적 안남기고 떠난 전직 대통령들
이승만~김대중 전 대통령 통틀어 33만건
노무현 전 대통령은 825만건 기록물 넘겨
한겨레  임석규 기자
역대 정권은 대통령의 기록물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 숨기고 싶은 얘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을 만들고 가장 많은 자료를 남겼지만 그 때문에 퇴임 이후 위법 논란에 휘말린 것은 역설적이다.
 

노 전 대통령 쪽은 국가기록원에 825만여건의 기록물을 넘겼다고 밝혔다. 역대 대통령 기록물을 합친 33만여건의 25배다.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대통령 기록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 20만8000여건 △김영삼 전 대통령 1만7000여건 △노태우 전 대통령 2만1200여건 △전두환 전 대통령 4만2500여건 △박정희 전 대통령 3만7600여건 △이승만 전 대통령 7400여건 등이다.

 

김영삼·노태우·전두환·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록물은 그나마 법률 시행 재가문서나 시청각 자료가 대부분이어서 중요 정책 결정과정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생생한 사료들이 거의 없다. 임기 말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들을 폐기하거나 가져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관들에게 ‘사초’를 기록하도록 해 방대한 실록을 남긴 조선왕조의 전통도 잇지 못한 셈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통치사료비서관을 둬 대통령의 언행을 기록하도록 했지만 청와대를 떠나면서 대부분의 기록을 들고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삼청교육’과 ‘학원 정화’ ‘언론 통폐합’ 등의 추진 배경을 살필 수 있는 관련 기록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 군사정권의 주요 통치행위가 밀실에서 이뤄져 그만큼 정책 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영삼 정부 역시 연설문 같은 공개문서 말고는 기록물 보존에 인색했다. 2004년 감사원 감사 결과, 구제금융 관련 자료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최초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후임 정권에 자료를 넘겨주지 않으려 숱한 자료를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교적 많은 자료를 남겼지만 중요한 역사적 자료들은 김대중도서관에 있다. 지난해 4월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대통령 재임 중의 자료와 기록물의 처리 방안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