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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기록’ 대통령기록관 이관 명시…청와대 공세 속셈 있나

강산21 2008. 7. 10. 14:05
‘재임기록’ 대통령기록관 이관 명시…청와대 공세 속셈 있나
비공개 대상인 ‘인사파일 누락’ 주장 앞뒤 안맞아
전문가 “열람편의 주면 풀릴일…정치적 의도 보여”
한겨레  김규원 기자 황준범 기자
» 대통령 기록물 반환 관련 일지
청와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간 기록물과 관련해 “전임 청와대가 자료를 제대로 넘겨주지 않았다” “인사 파일을 넘겨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청와대의 주장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대한 기본 상식을 결여한 발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는 8일 낸 ‘설명자료’에서 노무현 청와대가 2007년 5월11일 작성한 ‘기록 이관, 인계, 퇴임 뒤 활용준비 현황보고’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을 보면, 노무현 청와대는 이지원 기록물 등 대부분의 대통령 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도록 했으나, 새 정부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와 이지원 기록물·비전자기록물의 일부만을 넘기도록 했다. 이를 근거로 청와대는 “2006년 말까지 기록이 204만여건에 이르렀으나, 인수한 문건은 1만6천여건에 불과하고 특히 인사 파일, 북핵 문서, 자료목록 등 국정운영의 필수자료가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청와대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보면,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면서 직무 관련 기록물을 모두 후임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기록관에 넘기도록 돼 있다. 심지어 기록관에 이관한 뒤 원래의 저장장치에 남은 자료도 국정원 지침에 따라 모두 폐기하도록 돼 있다. 다만 대통령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필요에 따라 일부 자료를 인수인계할 뿐이다.

 

청와대는 또 “인수한 문건 가운데 인사 파일 등 필수 자료가 누락됐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보면, 이른바 ‘인사 파일’이라고 할 정무직 공무원 등의 인사 기록물,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 등은 15~30년 동안 비공개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렇게 청와대가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며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익한 명지대 교수(기록관리학)는 “노 전 대통령이 가져간 기록물을 돌려받는 대신 열람 편의를 제공하면 쉽게 풀릴 일인데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정치적 사안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비공개하도록 된 노 전 대통령의 지정 기록물들을 열어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관에 넘긴 825만건의 기록물 가운데 지정 기록물 37만건 이외에는 현 청와대도 얼마든지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록원이 아닌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행태도 문제다. 청와대는 지난 4월18일 대통령실 명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 쪽에 ‘참여정부 생산 대통령기록물의 원상반환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다 지난 7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8, 9일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기자 브리핑에 나섰다. 대통령기록물 관리 주무기관도 아닌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서 “자료 반환”을 외치는 행태에서도 정치적 의도성이 짙게 묻어난다는 지적이다.

 

김규원 황준범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