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네티즌이냐 우리냐, 양자택일 강요하는 조중동

강산21 2008. 7. 2. 14:50
네티즌이냐 우리냐, 양자택일 강요하는 조중동
[주장] 과점신문의 뉴스공급중단은 권력남용
하재근 (ears)
  
조중동이 다음포털사이트 다음에 뉴스 공급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다음
조중동반대

깜짝 놀랄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신당에 대한 우익 백색테러 소식이 전해지더니 지난 주에 조중동이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한 뉴스공급중단을 통보했다는 소식이 터졌다. 한국사회의 바닥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행동방식이 어쩌면 이렇게 노골적이고 1차적일 수 있나?

 

조중동의 이같은 조치는 다음 측이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조중동에 대한 광고 중단을 촉구하는 글과 카페를 막아달라는 요청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분석이 사실이라면 다음이 네티즌 여론을 통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모든 포털도 아니고, 유독 다음에게만 뉴스공급중단을 통보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미디어다음 아고라 게시판은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읽는 인터넷 광장이다. 이곳은 현실 속에서의 광장과 같다. 현실 광장에서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개진한다. 조중동을 사랑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발언권이 열려 있는 곳이 바로 광장이다. 그 발언을 막을 권리는 다음은 물론 대통령에게도 없다. 적어도 민주 공화국에서는 그렇다.

 

그 여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논리적으로 설득할 일이지 그 말을 막지 않은 게시판 관리자를 겁박할 일은 아니다.

 

물론 사기업의 영업선택권은 존재한다. 네티즌들도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이트에는 자신이 생산하는 블로그 등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반 업주들도 싫은 회사와는 거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조중동의 뉴스공급중단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한국 뉴스시장에서 독점적 공급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이라는 단어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이 세 신문이 한국 신문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거대공룡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다. 그 신문들이 동시에 뉴스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로서 일종의 '담합'으로 볼 수도 있다.

 

신문시장의 지배자 조중동의 행동통일, 담합 아닌가

 

조중동이 사기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언론으로서의 공공재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는 해당회사의 이익추구를 위한 상품이기도 하지만 공익적인 성격도 있다.  기자가 누구에게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언론의 공공적 특성 때문이다. 언론은 사실상 국민을 대리한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주권자를 대리하는 국회의원처럼 행정기관을 드나들며 공무원에게 국민들을 대신해서 취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주권자의 알 권리를 대리한다. 일반인이 청와대 비서관을 찾아가 꼬치꼬치 물어봐야 일일이 대꾸도 안 해 준다. 기자에겐 해 준다. 기자가 국민일반을 대리해 묻는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생산되는 산물이 뉴스다. 이런 것을 가지고 마음에 드는 곳엔 주고 싫은 곳엔 안 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민 일반의 알 권리를 대리해 얻은 정보를 사익을 위한 무기로 전용하는 것이다.

 

공공적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시민사회의 언론이 아니라, 자유롭게 영리만을 추구하는 일개 사기업이므로 언론의 지위를 박탈한다고 하면 조중동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데 행동은 전적으로 일개 사기업처럼 하는 것 같다.

 

이 나라에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언제부터 불법이었는지 묻고 싶다. 누구나 어느 회사한테 억울한 일을 당하면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응징'을 호소할 수 있다. 전자회사들이 네티즌들의 집단행동에 못 이겨 소비자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뉴스는 많이 봤다. 그런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논조는 대체로 한국 소비자의 깐깐한 태도가 공급자들을 긴장하게 한다는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예컨대 카메라동호회 사이트에 가면 특정 회사 제품을 사지 말자는 글들이 멀쩡하게 유통된다. 그런데 그 표적이 조중동이 되자 갑자기 불법이란다.

 

바로 지금과 같은 이기적이고 패권적인 태도가 국민의 반조중동 정서를 자극하는 원인이다. 게시판 분위기의 책임을 물어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의 의사개진을 막겠다는 발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마치 다음에게 네티즌이냐 조중동이냐 양자택일하라는 벼랑끝 압박처럼 보인다. 이런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인가?

 

언론재단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신문의 신뢰도는 인터넷에 역전당한 상태다. 조중동의 이 같은 무리수는 결국 자해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네티즌의 노도와 같은 여론을 게시판 관리자 겁박으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불에 달려드는 부나비의 형국이다. 당랑거철(螳螂拒轍, 제 분수도 모르고 강적에게 덤빔)이라는 고사성어를 상기하기 바란다.

2008.07.02 10:46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