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현안

검찰, PD수첩 수사 '첩첩산중'

강산21 2008. 7. 1. 12:38

검찰, PD수첩 수사 '첩첩산중'

기사입력 2008-07-01 02:51 
 
 
'정치적 수사' 논란… '왜곡보도' 판단 잣대는…

관계자들 소환 불응 등 민감… 명예훼손 처벌 가능성도 문제

검찰이 ‘PD수첩’ 사태 관련자들을 속속 소환하면서 수사가 본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실무적 측면에서 걸림돌이 많아 수사가 신속, 정확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적인 부담거리는 역시 정치적 논란이다. 촛불집회 지지자들과 일부 언론, 야당 등에서는 이미 이번 수사를 ‘정치적 수사’로 단정한 상태다. KBS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 검찰의 정연주 KBS 사장 수사, 방송사 PD들에 대한 연예기획사의 금품 로비 내사 등 사안들과 함께 방송사 압박용 수사로 낙인 찍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해 관계자들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우병 관련 보도에 대한 PD수첩 측의 ‘일부 오역’ 해명을 “고의 오역이었다”고 받아 친 번역자 정모씨도 지난 주말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극구 부인할 정도다. ‘일도양단’식의 빠른 결론 도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PD수첩 측의 수사 협조 여부도 미지수다. 정연주 KBS 사장이 그랬듯이 PD수첩 관계자들도 소환에 불응하거나 미국 현지 취재 테이프 등 관련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명백한 혐의도 없이 이들을 체포하거나 방송사를 압수수색할 수도 없다. 실제 검찰은 2003년과 지난해 SBS와 신동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언론사들의 저항에 부딪혀 실패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힘든 작업은 역시 ‘왜곡 보도’와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도덕적, 법적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30일 “검찰에게는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줄 책무도 있다”며 ‘왜곡 보도’여부에 대한 판단도 내릴 방침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870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PD수첩의 미국 현지 취재 테이프 내용 중 실제로 방송의 취지와 어긋나는 취재 내용이 담겨 있는지, 그 분량은 어느 정도인지, 그 분량이 어느 정도가 돼야 왜곡 보도라고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설사 일부 왜곡 보도가 있었다 해도 명예훼손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당장 수사의뢰 주체인 농림수산식품부, 다시 말해 기관 전체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느냐는 부분부터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또 PD수첩 보도 이후 정부 협상단의 잇따른 부실협상 정황이 드러났고 추가협상까지 이뤄졌다는 점 등 보도의 공익성은 어떻게 참작해야 하는지도 고심거리다. 검찰로서는 수사와 판단의 어려움은 물론, 결론 도출 이후의 논란까지 각오해야 할 쉽지 않은 수사인 셈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