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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담화문 발표...여권, 왜 ‘폭력진압’ 선택했나

강산21 2008. 6. 29. 21:28
진압담화문 발표...여권, 왜 ‘폭력진압’ 선택했나
[심층분석] 진퇴양난...폭력유도후 과격진압 ‘공안적’ 발상 가능성
입력 :2008-06-29 15:50:00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e-mail
[수정 : 2008-06-29 : 18:21]
[데일리서프 서영석 기자] 29일 새벽 광화문 네거리는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유혈이 낭자했다.

신문이 나오지 않는 날인 것을 염두에 둔듯 자정을 넘겨 29일로 접어들면서 심야의 두어시간 동안 자행된 폭력적인 진압방식은 마치 박정희-전두환의 철권통치시절을 연상케 했다. 왜 이렇게 무리를 해가면서 폭력적인 진압에 나서는 것일까. 이유는 많다.

▲ 평화적인 연좌농성을 벌이는 집회참가자들을 짓밟고 있는 경찰.ⓒ라디오121 제공 

첫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탓이다. 원래 경찰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향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였다. 그래서 광화문 네거리 세종대왕상 앞에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았던 것도 청와대를 지킨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26일 심야와 27일 새벽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왜곡'보도에 항의하면서 오물을 투척하는 등 두 신문사가 '봉변'을 당하자 양상은 달라졌다.

조선일보가 1면 톱기사로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이라며 대대적으로 이명박 정권을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위 때문에 광화문의 상가들이 피해를 입고, 밤마다 무법천지가 되는데도 이명박 정권은 청와대문만 꽁꽁 걸어잠그고 있다며 '비겁하다'고 '조져버린' 것이다. 광화문 상인들 핑계를 대긴 했으나 누가봐도 "청와대문만 걸어잠그지 말고 우리도 좀 지켜달라"는 요구였다.

그래서인지 27일 저녁부터 경찰의 방어범위가 갑자기 넓어졌다. 청계광장에 붙어 있는 동아일보와, 그보다 더 아래 태평로의 서울시의회 옆에 위치한 조선일보까지 '청와대 수준'으로 방어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죽어나는 건 경찰이다. 동아일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종로통에서 광화문으로 나오는 길목을 차단해야 하며, 청계광장 쪽도 지켜야 한다. 조선일보를 방어하려면 신문로에서 들어오는 길목을 두군데나 막아야 하고, 덕수궁에서 서울시의회쪽으로 올라오는 큰 길은 물론 뒷편 성공회 쪽의 골목으로 이어진 곳들도 모두 차단해야 한다. 병력은 변함이 없는데 방어선이 늘어나면 방법은 과격진압 뿐이다.

새벽 2시경 서울시의회 앞에서 무차별 진압에 나선 경찰들의 표정에서는 '섬뜩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방어선이 넓어지면서 연일 휴식도 없이 진압작전에 동원되면 누구나 다 이성을 잃는다. 전경들이 국회의원이라고 신분을 밝혀도 "까는 소리 하지 마라"면서 그 면전에다 분말소화기를 뿌린다든지(조경태 의원), "죽여라" "밟아라"는 등의 절대 나와서는 안될 구호가 경찰들 속에서 튀어나오는 것도 전적으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경찰수뇌부, 아니 여권 수뇌부의 전략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으로 이 사태를 끝낼 수 없다고 이들은 보고 있는듯하다. 결국 촛불집회를 과격한 폭력집회로 몰고, 유혈진압을 통해 일거에 해결해보겠다는 공안적 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그 전략은 시작되고 있다. 조선일보 등 조중동 보수신문들이 마치 입이라도 맞춘듯 집회참가자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거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공중파 방송이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아쉬워하는 듯하다. MBC를 민영화하겠다(정부 말 잘듣는 재벌에게 매각하겠다는 뜻), KBS 사장을 바꾸겠다는 등의 여권전략은 바로 일종의 나팔수 '전력증강'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그렇게 낙하산이라고 비난을 했으면서도 자신들이 집권하자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찜쪄먹고도 남을 정도의 '이명박 낙하산'들을 우수수 갖다꽂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전략에 의거해 경찰은 폭력을 유도하는 듯한 진압전략을 채용하고 있다. 아무리 평화를 강조하는 집회참가자도 바로 앞에서 휘두르는 곤봉에 맞는다든지, 최루액이 섞인듯한 물대포, 소화기분말세례를 받는다든지, 방패에 허리가 찍혀보면 악에 받치게 된다. 즉 강경유혈진압 →폭력 유발이란 공식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지 않는 한 지금까지 경찰이 먼저 강경진압으로 나서는 바람에 폭력양상을 빚었다는 것이 집회 참가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결국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을 유도해 강경유혈진압을 하고, 그들이 이 집회의 배후라고 '각하고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을 모두 잡아넣으면 이 집회가 잦아들지 않겠느냐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이미 여러차례 감지돼 왔던 일이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27일 오후 "어떨 땐 80년대식 강경진압을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고 자신도 모르게 심중을 내비친바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극렬분자에 대해 엄격히 대응하라고 주문했고, '주열사' 주성영 의원은 법은 뒀다 어디에 쓰느냐는 취지로 경찰을 몰아부쳤다. 어청수 청장이 자기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미온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등 조중동 보수신문은 계속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켜왔고,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같은 이는 "제대로 진압도 못하는 이명박 정권은 물러나라"고 극언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신문들도 이젠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의 늪에 빠져버렸다. 시민들은 7월5일 100만이 참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계획중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노동부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등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폭력행위자 전원 사법처리, 손해배상, 최루액 사용 등 초강경 진압을 공식화했다.

현재로서는... 접점이 없다.

서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