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경찰, 중립의무 버리고 ‘정치 경찰’ 앞장

강산21 2008. 7. 1. 09:06
경찰, 중립의무 버리고 ‘정치 경찰’ 앞장
입력: 2008년 07월 01일 03:24:59 경향신문


ㆍ‘촛불정국 타개’ 문건 돌출 “민주주의 후퇴” 비판
ㆍ도 넘은 강경 진압에 민간인 사찰파문도 잇따라


경찰의 정치적 편향성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지난주 초 전국 경찰서에 정치적 여론 수렴과 대응책을 보고토록 한 ‘촛불정국 타개 방안’ 문건은 단적인 예다.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진압 시비 속에서 꼬리가 잡힌 셈이다.

경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보안 분야 경찰들의 민간인 사찰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린 경찰이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이 전국 경찰서에 하달한 문제의 촛불정국 문건 중 ‘정치 경찰’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전통적인 정부지지 세력을 복원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보고토록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전통적인 지지세력’은 보수층과 지난해 대선 당시 이 대통령 지지층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여론지지율 2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최근 20%대로 하락한 한나라당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경찰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비춘 대목이다. 경찰이 ‘정치적 도구’로 나섰다는 의혹을 키우는 부분이다.

촛불 정국에서도 경찰은 줄곧 ‘정권 사수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물대포·진압봉을 앞세운 공세적 강경진압부터 국민대책회의 지도부에 대한 전담체포조 운영과 새벽 기습 압수수색, 촛불집회 원천봉쇄까지 잇단 강경대응이 통상적인 치안유지 성격을 벗어났다는 논란이다. 우익단체의 KBS·MBC 앞 폭력시위와 주동자 수사에는 소극적인 것도 경찰이 집회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법 적용을 달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은 앞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합법 집회에도 ‘전담 체포조’ 투입을 고려하는 등 정치 이슈화된 정책에 대해 과도한 개입 의지를 보여왔다는 지적이다.

경찰의 ‘권위주의 시대 회귀’ 논란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보안 담당 경찰들의 활동폭이 커진 데서 예견된 바 있다. 정보과 형사들이 지난 3월말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교수 모임’에 참여한 서울대·충남대·가톨릭대 교수 등의 정치성향을 조사해 ‘80년대식 학원 사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4월3일에는 ‘민가협 목요집회’ 현장을 몰래카메라로 채증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이 민가협 집회를 채증한 것은 15년 만이었다.

경찰의 정치 부문 정보수집 활동은 ‘야당 탄압’ 시비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경찰은 지난 3월29일 당시 통합민주당 강금실 선대위원장의 총선 지원유세 현장, 민주당 유인태·오영식 의원의 유세장에 정보과 형사들을 보내 야당으로부터 “명백한 정치 사찰”이라는 반발을 샀다.

경찰의 집회·시위 자유 억압과 정치적 중립을 넘어선 정보수집 활동은 그간 어청수 경찰청장의 운신과 맞물려 논란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어 청장은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되던 지난 1월 여권 최고 실세이던 이재오 전 의원이 마련한 서울 은평구 유력자들의 모임에 참석, 총선 중립 위반 시비를 일으키기도 했다.

<장관순·송진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