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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경찰... 군화가 아니라 운동화로 짓밟는 건 괜찮다?

강산21 2008. 6. 29. 17:07
한심한 경찰... 군화가 아니라 운동화로 짓밟는 건 괜찮다?
[주장] 어청수 경찰청장은 물러나야 한다
남경국 (kknam)

28일 경찰의 촛불시위 진압 과정에서 또 많은 시민들이 다쳤다. 지난 26일 어청수 경찰청장이 기자들과 만나 "80년대식 강경 진압 한 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고 말한 것이 그냥 한 소리는 아닌 양 싶다.

 

일선 경찰과 전경들은 과잉 진압으로 수장인 어 청장에게 바로 화답했다. 심지어는 경찰에 쫓기다 넘어진 여성을 상대로 전경들이 집단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여성은 온몸에 타박상과 함께 한쪽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경찰은 이를 보도한 29일자 <노컷뉴스>에 말장난하는 수준으로 받아 넘기고 있어, 이를 접한 네티즌들과 시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군홧발로 집단으로 짓밟았다"는 보도에 대해서 경찰 당국은 "당시 전경들은 군화가 아니라 운동화를 신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집단이 아니라 단지 두 명의 전경이 구타에 가담했다"고 언론에 딴죽을 걸고 있다.

 

지난번에 경찰이 여대생을 군홧발로 구타해 국민의 공분을 샀던 것이 기억에서 지워지기도 전이다. 경찰 당국의 해명처럼 이번에 전경들이 군홧발로 넘어진 여성을 찬 것은 아니다. 실은 군홧발 구타가 아니라 운동화 신은 발로 무자비하게 차고 곤봉으로 내리쳐서 피해 여성의 팔이 부러졌다.

 

경찰 당국의 이번 해명을 보면, 지난번 여대생 폭행이 문제가 된 것이 '군홧발' 때문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운동홧발'은 문제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또 집단 구타라는 말에 두 명이라고 바로잡아주는 그 경찰 당국의 말솜씨도 대단하다. 아니 뭐가 뭔지 파악을 못하고 있다.

 

평화집회에 최루탄 쏘는 선진국? 그게 어딘지 상세히 밝혀라

 

29일 새벽 민주당 의원들이 안민석·강기정 의원 폭력에 항의하기 위해 어청수 경찰청장 면담을 요구했다. 면담 자리에 어청수 경찰청장 대신 나온  김석기 경찰청 차장은 이 자리에서 "완충 지역으로 만든 차벽을 시위대가 무너뜨리려고 하면 경찰도 할 수 없다, 시위 진압에 있어 어느 선진국에서도 최루탄을 쓰지 않는 나라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당국의 말에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평화집회에 최루탄 쏜다는 선진국이 어딘지 한 번 상세히 밝혀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이 지난 10년 동안에는 선진국이 아니어서 경찰에서 최루탄을 사용 안 한 건가. 이명박 정부 몇 개월 만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 이제 최루탄을 쏘겠다는 것인가.

 

김석기 경찰청 차장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경찰의 과격 진압으로 많은 시민들이 다쳤다"고 하자 김 차장은 "우리 경찰들도 많은 부상을 입었다"고 동문서답을 했다고 한다.

 

방패와 헬맷을 쓰고 곤봉으로 무장한 전경, 거기다 살수차까지 가지고 있는 경찰과 맨몸인 시민들의 폭력을 동일하게 비교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경찰이 다쳤다고 해서 시민들을 향한 경찰의 불법적인 과격 진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금 경찰당국을 보면 "2MB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요즘 경찰, 검찰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사고의 깊이에 맞추느라 여념이 없어 보인다. 특히 경찰의 이명박 지키기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언성을 살 만하다. 또 경찰의 과잉 충성은 국민들이 보기에 민망하고 딱해 보인다.

 

이제 어청수 경찰청장이 물러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2008년 촛불을 든 시민들을 향해 서슴없이 "80년대식 강경진압 한 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며 거드름을 피우는 경찰청장이라면 2008년 대한민국 시민 의식을 담아 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자리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어청수 청장의 이러한 태도는 2MB 대통령의 용량에도 훨씬 모자라는 행동이다. 지금과 같은 어 청장의 태도와 말은 촛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어 청장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늦기 전에 용단을 내리기 바란다. 지금과 같은 경찰의 과격진압을 막는 길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밖에 없다.

 

본인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그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사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2008.06.29 14:11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