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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강행은 “계엄령 선포”...야권-촛불시민 ‘대반발’

강산21 2008. 6. 25. 22:06
고시 강행은 “계엄령 선포”...야권-촛불시민 ‘대반발’
[전망] 타오르는 촛불...‘급랭’ 쇠고기 정국 어디로 가나
입력 :2008-06-25 16:38:00  
▲ 광우병국민대책위 홈페이지. 
[데일리서프 김재훈 기자]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더불어 사그러드는 것처럼 보였던 촛불이 다시 크게 타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장관고시를 관보에 싣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5일 새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26일 새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되고, 동시에 냉동창고에 쌓여있던 수천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역이 8개월만에 재개될 예정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추가협상이 마무리된 뒤인 지난 22일만 해도 "민심이 안정될 때까지 고시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틀만에 갑자기 태도를 표변했는데, 이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3일 데이너 페리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정부가 쇠고기 수입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 외교채널로도 이같은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부시 대통령의 7월방한도 결국 취소시켰다.

당정이 갑자기 "한미관계에 통상마찰이 극심해진다"는 등의 이유를 붙이며 장관고시를 밀어부치는 것으로 결정한 배경은 결국 미국의 압박이었던 것.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 고시 강행은 국민을 향한 전쟁선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들도 오후3시부터 경복궁역 일대로 몰려들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가자, 경복궁으로"란 글들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다.

대책회의는 이날 종로구 청운동 사무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끝내 기만적 추가협상 결과를 반영한 고시를 강행하려 들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한지 1주일 만에, 한나라당이 국민여론이 안정될 때까지 고시를 연기하겠다고 한지 사흘만에 고시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합의문에 대한 국민 검증도 없이 일방적으로 고시를 강행하는 것은 일단 물을 엎지르고 보자는 식"이라면서 이는 정부 오판이라고 경고했다.

◇ 야권 = 최인기 통합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긴급 성명을 통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관보게재를 다시 의뢰하는 것에 대해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당초 고시된 협상내용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입법예고부터 다시 해야 한다"면서 △30개월령 미만 쇠고기 수입허용 및 SRM 범위 확대 △한미 간 상호 합의 서명 문서의 부재 △합의문서 미공개 상태에서의 관보게재 강행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위는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이라면서 "고시가 강행되면 민심과의 전쟁선포"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은 논평을 통해 "고시 강행은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은 비대위원 및 의원단 전원이 같은 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오기정치가 끝내 파국을 불러왔다”면서 "고시강행은 사실상의 계엄령 선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6일은 제2의 국치일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재협상을 외면하면 토진운동으로 갈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역시 고시강행을 '막가파식 행태'라고 규정하고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사람은 국민들보다 부시 미 대통령과의 의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대통령 바로 당신”이라고 비난했다.

◇ 향후전망 = 사태는 일단 심상치 않아 보인다. 각종 조사에서 촛불집회를 그만둬야한다는 여론이 점차 힘을 얻어가는 시점에서 정부가 이런 식으로 밀어부치면 앞으로 전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23일과 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촛불집회를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50.8%로 절반을 넘었지만, 여전히 미국쇠고기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68.1%에 달했다. 이런 국민정서를 감안하면, 정부의 고시 강행은 사그라들고 있던 촛불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할게 뻔하다.

시민들은 이날 저녁 7시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 모여 1박2일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관변우익단체들도 총동원돼 시청앞을 점거중인 상태. 25일부터 주말까지 촛불집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느냐가 결국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