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조선일보가 인터넷과 전면전쟁 선포한 까닭은?

강산21 2008. 6. 24. 13:06
조선일보가 인터넷과 전면전쟁 선포한 까닭은?
[뉴스분석] 광고급감 큰 원인...검찰 통한 ‘탄압’ 등 실효여부 관심
입력 :2008-06-24 09:50:00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e-mail
[데일리서프 서영석 기자] 연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른바 '조중동' 보수신문들이 인터넷 누리꾼들의 광고끊기운동에 대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의적인' 음해와 왜곡, 확대과장 보도를 일삼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는 과연 뭘까.

24일에도 조선일보는 1면 머릿기사 "광고중단 압박, 조직적 악의적"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대검은 이날 서울중앙지검·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 등과 관련 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주요 언론사의 광고주를 상대로 일부 세력들이 벌이고 있는 광고중단 협박행위가 소비자 운동을 벗어나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양상을 드러내고 있어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직적·악의적 광고 중단 협박이 소비자운동이라니'란 제하의 사설에서도 "기업의 필수적 핵심적 마케팅수단인 광고를 못하게 해 피해를 입히고 갖가지 방법으로 정상적 영업활동을 방해하는 범죄행위까지 소비자운동이나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보호받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또 이례적으로 기사와 관련된 아무런 의견 문의나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기사를 이날자 A4면에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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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역시 기사와 사설을 동원해 '인터넷 무정부주의' '영업방해범죄'는 등의 '선동적' 문구를 동원해 누리꾼들의 광고끊기 운동을 맹비난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재미있는 기사를 실었다. “조중동에 대한 일부세력의 공격으로 움추러들었던 기업들이 '광고주 협박'에 정면 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며 "23일 경제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근 이들에 대한 광고를 이미 재개했거나 곧 재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 집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거나,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가한 의견일 뿐이란게 미디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가장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시커먼 활자의 큰 제목으로 뽑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고 꼬집고 있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누리꾼들의 광고끊기운동에 대해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으나 MBC 보도에 따르면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 특히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인력을 모두 투입하지 않는 한,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또다른 검사도 "협박이나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야 하지만 입증이 어려워 결국 흐지부지될 수 밖에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렇게 귀중한 지면을 총동원해 광고끊기운동을 벌이는 누리꾼들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해 스스로 '공공의 적'으로 몰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이유는 실제 광고 압박이 경영에 어려움을 가시적으로 가져다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선일보의 24일자 광고는 한 인터넷매체가 표현했듯이 "벼룩시장 수준"이란 평가를 들을만하다.

신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면 5단 광고는 모 추모공원 광고였으며, 본지 마지막면(A28면) 전면광고는 골프장 회원권 모집 광고였다.

2면은 불과 한두달 전이라면 엄두도 못냈을 모 여행사의 여행모집광고로 채워졌으며, 3면 광고는 농업진흥청 산하 국립 한국 농업진흥대학 광고 즉 일종의 관급광고였다.

그나마 그럴듯한 모양을 갖춘 광고는 본지 9면(A9)의 외제차 광고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인기브랜드 '렉서스' 전면광고와 본지 13면(A13)의 애경 기업이지 전면광고였다.

미디어비평전문매체인 '미디어오늘'은 인터넷판 18일자 기사 "조중동 광고매출 '뚝' 예년의 40~50% 수준"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은 실상을 그대로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9일(월요일자)부터 17일(화요일자)까지 8일 동안 발행된 지면수를 살펴보면, 조선의 경우 하루 평균 49면을 발행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6월11일(월요일)부터 19일(화요일)까지 발행된 하루 평균 지면 수가 65면인 점을 감안하면 전년 동기 대비 하루 평균 16면이 줄어든 셈이다.

23일 심야에 방송된 모방송의 시사프로그램 '시사투나잇'에서도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들 신문의 광고매출이 50% 정도 줄었다고 저난 바 있다.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조선일보 측은 "50%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타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도 "대부분의 광고주들이 조선에 광고를 아예 끊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홀드'하자는 의견이어서 압박 운동이 잠잠해지면 광고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툭하면 '82쿡닷컴'등의 공문을 보내 "개인과 기업의 명예를 훼손한 글’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나 본보에 느닷없이 법적 대응 운운하는 것도 결국 광고매출 급감으로 인해 빚어진 사태가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과연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들이 법무부, 검찰, 한나라당, 경제5단체 등 동원할 수 있는 '우호세력'들을 총동원한 누리꾼들의 광고주끊기운동에 대한 저지가 성공할 수있을 것인지, 아니면 이같은 저지 시도가 더 큰 악수로 작용해 더많은 반발과 광고끊기 운동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