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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에 속았다"…민심이반 가속화

강산21 2008. 6. 17. 14:38

<위기! 한국사회-민심 현주소>"이명박에 속았다"…민심이반 가속화

기사입력 2008-06-17 01:41
 
【서울=뉴시스】

한국 사회에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밖으로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경제에 적신호가 켜졌고, 안으로는 광우병 파동에서 비롯된 반정부 여론이 들끊고 있다.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던 촛불시위대가 최근에는 '전권 퇴진 운동'까지 전개하고 나설 기미를 보이면서 위기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추락하는 李 대통령 지지율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2.1%까지 하락했다. 지난 3~4일 조사된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16.9%로 최저치를 기록하더니 불과 2주만에 10%마저 위태로운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해 대선에서는 48.7%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출범 당시 '정부조직개편안'이나 '각료인선 파동'등 혹톡한 신고식을 치루면서도 50%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5월이 되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이하로 떨어졌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한미 쇠고기 협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달 보름이 넘게 지속된 촛불집회 여파로 민심이반 현상이 가속화되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이명박에 속았다"…지지층까지 촛불 가세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성장을 기대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지난 대선 당시 "무능한 진보 보다 부패한 보수가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들은 '잘 먹고 잘 살기'를 열망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후보 당시 호언장담했던 '747(7%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4만달러) 공약과 코스피 지수 3000 시대 등 장미빛 청사진 대신 경제성장률은 하향 조정되고 물가는 끝도 없이 오르고 있다.

직장인들은 봉급은 일정한데 물가며 기름값이 자꾸 올라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자영업자들은 이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학생들은 학교자율화 방침을 놓고 '미친 교육'이라고 비난하고 대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을 약속해 놓고 말 바꾸기를 한다고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촛불집회 현장 근처에서 노점상을 하는 기봉자씨(56)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오히려 장사는 더 안되고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속은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일용직 노동자라고 밝힌 박모씨(62)는 "국민들은 고용과 물가안정, 사교육비 절감 등을 바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는데 생활은 더 어려워져만 간다"며 "가진 사람 편만 들어주는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단체로 뿔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대선때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것이 정말 큰 실수"라며 "나도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정말 한심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촛불' 목소리 외면 등 소통부재가 부채질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 가운데 '소통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매일 밤 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협상무효' 구호를 외치며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장관고시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 대운하와 의료보험 민영화를 비롯한 공공부분 민영화, 친시장중심의 경제정책까지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이를 포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건우 아빠(36, 부천시)라는 시민은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모든 정책을 밀어 부쳤다"면서 "일단 쇠고기 재협상이 되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까지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당원이라고 밝힌 손민남씨(34)는 "수많은 학생들과 다양한 연령층이 나와 이런 시위를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더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며 "반정부 운동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동안 각료인선 실책과 대운하 등 각종 정책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민심이반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인 박오자씨(33)는 "지금까지 고소영 내각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느냐. 그런데도 아직도 수많은 정책에서 밀어부치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없다면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 장기화 우려도 잇따라

촛불집회 주최 측인 국민대책회의가 오는 20일을 기점으로 쇠고기 촛불집회를 정권 퇴진 운동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촛불'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2일부터 촛불집회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는 동안 하루에도 적게는 수백명씩, 많게는 수십만명씩 모였다. 특히 '6.10 항쟁' 21주년 기념식과 맞물린 지난 10일 촛불집회에서 무려 100만여명이 참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촛불집회 장기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권 퇴진 운동까지 벌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신을 중도성향이라고 밝힌 정인석씨(52)는 "최근 촛불집회 현장에서 보수와 진보로 갈려 싸우는 모습이 목격돼 "며 "무조건 재협상을 밀어부치기 보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장이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최모 형사는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 현장에 나왔지만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의도까지는 아닐 것"이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조만간 해결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공직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국가관이 생기는데, 나라가 안정되지 못하면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정부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지연진기자 gy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