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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간 딸 주미와의 `마지막 약속'

강산21 2008. 6. 12. 15:47

<하늘로 간 딸 주미와의 `마지막 약속'>

기사입력 2008-06-11 21:48 |최종수정2008-06-11 22:42

촛불은 계속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6.10 항쟁이후 사상최대 인파가 모인 백만촛불대행진이 오전 까지 계속된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다시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딸 주미와 약속한 촛불 집회에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모아온 소중한 이 돈으로 함께 촛불을 만들고 싶습니다."

`일산에 사는 박모씨'라고 소개한 한 시민이 11일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측에 한 통의 편지와 함께 이미 하늘나라로 간 딸의 저금통장에 들어있던 62만9천원을 보내왔다.

이 시민은 편지에서 10일 장례를 치르고 떠나 보낸 딸 주미(13.초6) 양과의 `마지막 약속'을 소개해 대책회의 관계자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지난 2월 중국에 출장을 갔다가 6일 전 귀국한 박 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게 되는 과정 등에 대해 알게 됐다고 적었다.

"국민의 주권을 찾고자 밝힌 촛불이 숫자를 더해갈 때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더없이 자랑스럽고 고마웠다"던 박 씨는 아이들과 10일 `100만 촛불 대행진'에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게 둘째 딸 주미 양과의 마지막 약속이 되고 말았다.

모처럼 귀국을 한 터라 부모에게 인사를 드릴 겸 현충일 연휴에 아이들과 함께 시골 고향집을 방문했는데 딸 주미 양이 물놀이를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옳고 그름을 잘 가려 행동하는 둘째가 늘 믿음직스러웠는데..."

결국 딸 주미 양과 시청 앞 광장에 나가기로 약속했던 10일 박 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주미 양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이날 주미 양의 유품을 정리하던 박 씨는 딸이 오랫동안 모아온 저금 통장에 제법 많은 액수의 돈이 저금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딸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박 씨는 고민 끝에 이 돈으로 촛불 집회에 함께 하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갑작스럽게 딸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던 주미 양의 어머니도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보람될 것 같다"며 남편의 뜻에 흔쾌히 동의했다.

박 씨는 "아이와의 마지막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아이가 모아온 소중한 정성을 보내니 부디 희망을 만드는데 사용해 주기를 바란다"고 편지를 끝맺었다.

국민대책회의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하겠다. 주미가 보내준 소중한 후원금을 값지게 사용해 부모님과 주미의 뜻을 기리도록 하겠다"며 "많은 사람들의 한없이 따뜻한 마음이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인 것 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아이디 `어름산이'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가족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잘 이겨내길 빌겠다"며 "주미가 남긴 촛불은 분명 우리 땅에 사는 모든 이의 가슴에 따뜻한 불꽃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