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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2인자’ 송진우-전준호의 특별했던 대기록

강산21 2008. 6. 11. 13:53
2000… ‘2인자’ 송진우-전준호의 특별했던 대기록
[이삼일의 더 스포츠] 하루 사이로 나란히 2000탈삼진-2000출장 기록 세워
입력 :2008-06-11 10:06:00   이삼일 스포츠전문기자
▲ 20년째 변함 없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투수 송진우 ⓒ 한화 이글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투수 송진우와 우리 히어로즈의 외야수 전준호가 대전구장에서 열린 지난 6일, 7일 경기에서 나란히 숫자 ‘2000’과 관련된 대기록을 수립했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이 기록한 2000안타에 이은 노장의 투혼이 빛난 감격스러운 장면이었다.

1966년 2월생인 송진우는 예전 동료였던 송지만을 상대로 프로야구 사상 첫 2000탈삼진을 기록했고, 지난해에 비해 연봉이 72%나 깎인 1969년 2월생인 전준호는 다음날 사상 첫 2000경기 출장을 기록하며 전날 대기록을 쌓은 송진우의 축하를 받았다. 이 2명의 노장은 한국야구에서 소위 ‘리그를 지배했던 선수’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 65년생인 송진우는 지난 1989년 한화의 전신 빙그레에 입단한 프로 20년차 투수. 20년 통산 640경기에 출전해 206승 147패 103세이브 방어율 3.46을 기록 중이며 올 시즌에도 13경기에 출전해 3승 2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 31개의 탈삼진을 추가하며 정확하게 2000탈삼진을 기록해 프로야구 ‘200승 100세이브 2000탈삼진’의 대기록을 남겼다.

▲ 우리 히어로즈 전준호의 2000경기 출장기록이 지난 7일 대전구장 전광판에 소개되고 있다. ⓒ 우리 히어로즈 

200승 100세이브 2000탈삼진은 100년을 훌쩍 넘는 역사를 지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투수 존 스몰츠(210승 154세이브 3011탈삼진)만 보유한 기록으로 짧은 역사의 한국야구에서 쉽게 보기 힘든 기록이다. 매년 평균 10승 5세이브 100탈삼진을 기록해야 달성이 가능하다. ‘10승 투수’가 지닌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기록이다.

전준호의 기록도 못지않다. 지난 1991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전준호는 프로 18년차로 100경기 미만으로 출전한 해가 1994년과 2000년, 2005년에 불과할 정도로 몸관리를 잘해왔다. 특히 빠른 발을 이용해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자리수 도루를 기록했으며 통산도루에서도 537개로 역대 1위를 기록 중이다. 수비에서도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송진우는 1992년 19승 8패 17세이브(25세이브포인트)로 다승왕과 구원왕에 올랐고, 앞서 90년에도 27세이브(38세이브포인트)로 구원왕에 올랐다. 하지만 탈삼진에서는 한차례도 1위에 오른 적이 없어 이번에 세운 통산탈삼진 기록이 더 값지게 평가받는다. 2002년에 골든글러브를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정규리그, 올스타, 한국시리즈 MVP를 받지도 못했다.

▲ 6일 2000탈삼진을 기록한 송진우가 다음날 2000경기 출장기록을 세운 전준호를 축하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결국 송진우는 한국 최고의 투수로 꼽혔던 선동렬 삼성 감독과 최동원 한화 코치, 김시진 전 현대 감독 등 쟁쟁한 선배들과 구대성, 정민태, 손민한, 배영수, 류현진 등 후배들에게 밀려 리그를 압도한 이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뛰어난 운동신경과 탁월한 몸관리로 심판에게 인사 받는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송진우보다 연배가 높은 현역심판은 3명뿐이다.

전준호도 입단 이듬해인 1992년 3할에 33도루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며 95년 득점왕에 올랐고, 93년과 95년 그리고 무려 9년을 뛰어넘어 2004년에 도루왕을 기록했지만 김일권(5회), 이종범(4회), 이순철(3회) 등 호남출신의 준족들과 비교할 때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이지는 못했다. 골든글러브도 93년, 95년, 98년 3차례 수상했지만 리그를 압도하진 못했다.

리그를 압도하지 못했던 2인자들이 세운 의미 있는 2000. 이승엽에 밀려 ‘2인자’였음을 고백한 양준혁과 더불어 송진우, 전준호의 활약에 프로야구팬들은 감동은 오래토록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