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널뉴스 기사

해가 지지 않는 서울광장, '항쟁본부' 방불

강산21 2008. 6. 3. 14:49

해가 지지 않는 서울광장, '항쟁본부' 방불

현직 간호사, 의사, 변호사들도 시민들을 위해 나섰다

김태일, info@humanpos.kr

등록일: 2008-06-03 오전 2:06:42

2일 새벽, 세종로 사거리는 수많은 촛불로 가득 메워졌다. 청와대로 행하는 시위대가 경찰의 차벽에 막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수 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앞에서는 시민들이 합세하여 시민들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경찰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고 뒤에서는 힘쓰는(?) 그들을 향해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지런히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쓰레기 줍는 사람을 모집했다고 한다. 20리터 대형 쓰레기봉투를 들고 시위대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그들은 모습 속에 대한민국 시민민주주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위대 사이사이를 누비며 현직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의료봉사단'이 부상자들을 이송하고 있었다. 시위대 주변 인도에 깔개를 편 간이치료실도 만들었다. 그들 역시 인터넷에서 촛불집회 부상자를 돕자는 취지로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한다.

또한 현직 변호사로 구성된 '인권침해감시단'도 맹활약을 펼쳤다. 경찰의 강제진압이 시작되면 그들은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 자주 벌어지는 인권침해현장을 감시했다. 어떨 때는 시위자들과 함께 경찰에 연행되는 경우도 속출했다.

2일 새벽은 다른 날의 시위와는 달리 '국가인권위원회' 조끼를 입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이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직접 감시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였다. 카메라에 미쳐 노출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지켜보는 그들의 시선도 매우 바빠 보였다.

한편 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들은 새벽 4시경에 시작된 진압으로 모두 인도와 서울광장으로 밀려났다. 세종로 사거리와 서울시청까지 양쪽 인도에 서 있던 시민들은 속속 서울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될 때까지 모이겠다는 시민들의 생각은 이제 그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듯 했다.

서울광장은 그야말로 해가 지지 않는 '항쟁본부'를 연상케 했다. 구급약과 의료자원봉사들이 곳곳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었고 얼음을 넣은 냉수를 시민들에게 나눠 주었으며 함께하지 못한 시민들이 보내온 음료수와 과자, 간단한 식품 등을 밤샘시위로 허기진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그 뒤 시민들은 덕수궁 앞에서 서울광장으로 건너는 횡단보도에서 파란불 커질 때 마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보행시위를 이어갔다. 신호대기중인 차량들도 호응이 뜨거웠다. 보행시위 대열에서 구호가 나오면 차량들도 리듬에 맞게 경적을 울렸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대~ 한! 민! 국!"이 "이명~박! 퇴! 진!"으로 바뀐 것이다.

보행시위는 신호대기중인 차량의 호응을 받으며 5시간 동안 계속되었으며 예비군 복장을 한 시민들은 횡단보도를 지나는 일반시민과 수레를 끄는 노약자들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듯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2008년 6월 세종로와 서울광장은 가슴이 뜨거운 시민들의 열기로 점점 열기가 더해가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이 시민들의 얼굴을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뿌리며 주먹과 방패를 내려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김태일의 전체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