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 시론모음

[스크랩] [미디어오늘] 화마(火魔)걱정…수마(水魔) 걱정…

강산21 2008. 2. 12. 17:13

화마(火魔)걱정…수마(水魔) 걱정…
[박상주의 단소리쓴소리]
2008년 02월 11일 (월) 14:10:29 박상주 논설위원 ( parksangjoo@yahoo.co.kr)

끔찍한 화마(火魔)다. 600여 년 역사를 지닌 국보 1호 숭례문이 한순간에 한 줌의 재로 변했다. 멀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부터 가깝게는 한국동란까지 견뎌낸 민족의 보물을 우리 대에서 지키지 못한 것이다. 밤늦게까지 TV를 통해 불타는 숭례문을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들의 마음도 시커멓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노무현에 또 덤터기?

이런 일의 뒤끝이 늘 그렇듯 이번에도 책임 공방으로 시끄럽다. 하나같이 '네 탓이오' 하는 비난 일색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앞 다퉈 "노무현 정권 탓"이라고 몰아붙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숭례문을 바라볼 때 국민의 허탈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노무현 정권이 그야말로 안전업무에 대해 얼마나 허술했는지, 신경 쓸 데는 쓰지 않고 엉뚱한 곳에 신경 쓴 데에 따른 비극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힐난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명박 당선자의 취임을 앞둔 시점에서 일어난 엄청난 불상사가 당혹스러울 것이고, 누군가 '희생양'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제까지 가장 잘 먹힌 '노무현에 덤터기 씌우기'에 또 다시 나서는 형국이다.

   
   
 
숭례문 개방 장본인 누군가

   
   
 
한마디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먼저 한나라당에 묻는다. 숭례문을 개방한 장본인이 누군가. 방화범이 버젓이 국보 1호까지 걸어 들어가 불을 싸지를 수 있도록 일반 개방을 허용한 사람이 누군가.

관광객들 사진 찍기 좋게 한다며 숭례문 앞에 널찍한 잔디 광장까지 만들어 놓은 사람이 누군가. 바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당선자다. 그가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2006년 3월에 벌인 일이다.

이 당선자는 당시 방화나 누전, 낙서 등에 의한 국보 1호의 훼손이 우려된다는 문화재청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개방을 강행했다. 그리고는 그런 자신의 치적이 어찌나 자랑스러웠던지 기록으로까지 남겼다. 지난해 2월 출간된 이 당선자의 저서 '온 몸으로 부딪쳐라'(랜덤하우스코리아) 39쪽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광화문 횡단보도와 숭례문 개방을 위해 몇 차례의 시뮬레이션이 실시되었다. 계획대로 했을 때 교통이 얼마나 혼잡스러울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의외였다. 커다란 혼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결과가 나왔는데도 반대론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굳이 그것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문도 던졌다. 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명확했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방화우려 문화재청 전문가의견 무시한 '불도저 정책'

 

숭례문 개방과 방화로 인한 소실은 한 지도자의 '독선'과 '단견'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보여준다. 방화가 우려된다는 문화재청 전문가들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게 이 당선자의 독선이요, 단지 교통 혼잡만을 우려한 것이 그의 단견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불도저 정책'이 얼마나 끔찍한 화를 부를 수 있는지를 새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에 사는 민초들은 이제 참혹한 수마(水魔)도 걱정해야 한다. 이 당선자가 밀어붙이고 있는 경부운하 사업이 바로 그 걱정의 근원이다. 수자원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홍수 때 남한강 14㎞와 낙동강 84㎞ 등 모두 98㎞ 구간에서 홍수위가 3~4m 상승하면서 범람할 우려가 있다. 경기 여주군, 강원 원주시, 충북 충주시, 대구시, 경북 구미·상주시 등이 홍수 위험 아래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계산해 강둑을 높인다고 해도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는 집중호우는 이런 인간의 계산을 무용지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운하 홍수위 범람땐 수마 우려돼

 

이 당선자가 아무리 탁월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모든 걸 다 내다보는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다. 이 당선자는 자신이 숭례문 개방을 강행한 지 불과 2년 만에 벌어진 이번 화재사건을 통해 지도자의 독선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숭례문 개방 당시 '고개를 갸웃거'리고, '굳이 그것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문도 던'졌던 사람들이 모두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처럼, 지금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님을 깨우쳐야 한다.

   
  ▲ 박상주 논설위원  
 
지나친 '실용' 강조땐 '정신' 무너져

어찌 보면 이번 숭례문 참사는 '실용' 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정신'이 무너져 내린다는 값진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국보 1호에 가까이 다가가 즐기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허용한 이 당선자의 '실용' 정책이 우리 민족의 상징물 중 하나인 숭례문을 방화범의 손에 내주는 결과를 낳은 게 아닐까. 한 네티즌의 글도 이와 비슷한 걱정을 전하고 있다. 그대로 옮긴다.

"설에, 또 대통령 취임 직전에 국보 1호가 불에 탄 것은 조상의 암시다. 한글을 제쳐두고 영어를 숭상하고 금수강산을 토막내려고 하니 조상이 진노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출처 : 참여시민네트워크
글쓴이 : 김성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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