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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투표 않는 유권자, 정치 욕할 권리 없다”

강산21 2007. 7. 13. 00:55
유시민 “투표 않는 유권자, 정치 욕할 권리 없다”
전남대강연 “정당·언론인·지식인, 거대한 대국민 사기극”
입력 :2007-07-12 15:00:00  
▲ 유시민 전 장관은 12일 전남대 강연에서 정치구조의 전면적인 개혁 방안으로 4년 중임제와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선거구제 개편 등 개헌을 주장했다(자료사진). ⓒ 뉴시스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일성 기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 “국회, 정당, 언론인, 지식인들이 거대한 ‘국민사기극’ 또는 ‘가면무도회’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한나라당은 정치발전, 국가발전은 안중에 없는 잡탕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전남대 근현대사 연구회 주최로 마련된 ‘진보와 보수, 그리고 민주적 리더십’ 주제의 전남대학교 강연에 앞서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대한민국의 정당들은 보수 진보 중도를 불문하고, 지식인과 언론인들을 포함하여, 자기정체성이 혼미한 가운데 국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관성 없는 아부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복지 정책 집행과 관련 그는 “‘작은 정부론’을 옹호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지식인들은 정부지출의 증가를 동반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말하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또한 정치제도와 관련 유 전 장관은 “우리 정치제도와 환경에서는 튼튼한 리더십을 형성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리더십 발현을 위해 유 전 장관은 ‘정당의 건강한 발전’을 역설했다. 그는 “노선과 정책을 중심으로 모여 그 정책과 노선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조직이 정당인데, 민주노동당을 예외로 한다면 모든 정당들이 정책과 노선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뒤섞인 잡탕정당”이라고 현 정당 구조를 비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 전 장관은 선거제도 변경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한나라당을 향해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영남을 깔고 앉은 한나라당은 어떤 선거제도 변경도 거부한다”면서 “한나라당은 철통같은 영남 지역당”으로 “인구가 많은 영남 지배를 바탕으로 정권을 탈환하는 일에만 눈이 멀었다”고 비난했다.

유 전 장관은 “(한나라당은) 정치발전과 국가발전은 안중에 없다”며 “영남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싶으면 정책과 노선이야 어떻든 무조건 한나라당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이 아니라 잡탕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주요정당이 다 잡탕이다 보니 무슨 문제든 먼저 내부 싸움이 벌어지고 경쟁당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 강경파가 득세한다”면서 “그래서 정당 사이에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정치 구조의 모순을 지적했다.

“후원도, 정당참여도, 투표도 하지 않는 유권자, 욕할 자격 없어”

유 전 장관은 “특히 소수당의 강경파는 국회법에 따른 다수파의 표결을 봉쇄하는 투쟁방식을 고집한다”며 “이것을 비판하면 이적행위자로 몰릴 판이라 온건파도 결국 거기 가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통령은 정치적 비난과 공격의 십자포화를 맞아 만신창이가 되고 리더십은 붕괴하고 국민은 분열”하는 것이 지금 한국 정치의 모습이라는 것.

이러한 정치구조의 전면적인 개혁 방안으로 유 전 장관은 4년 중임제와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등 개헌을 주장했다. 또한 그는 “국회의원 선거구는 절반을 비례대표로 뽑고 정당득표율만큼 의석을 가지는 독일식 제도” 혹은 “하나의 광역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셋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그래야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가 국회에 제대로 반영되고 정책과 노선에 따라 타협하고 제휴하는 연합정치가 자리 잡을 수 있다”면서 유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을 상기시키는 주장을 펼쳤다.

유권자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정치를 욕하기만 하면서 정당에 참여하지도 않고 정치인을 후원하지도 않고 선거일에는 투표하지도 않는 주권자에게는 나쁜 정치를 욕할 권리가 없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와 지도자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 전 장관의 새책 <대한민국 개조론(돌베개)>이 이날 출간됐다. 국민에게 올리는 상소문 형식으로 구성된 국가 발전 전략에 대한 보고서로 현재 교보문고, 인터파크도서, 인터넷서점 ‘알라딘’·‘Yes 24' 예약 판매에서 사회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유 전 장관은 새 책 출간을 기념해 오는 27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 홀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고 이중 10명과 ‘뒤풀이 맥주파티’를 함께할 예정이다.

또한 ‘열린우리당 해체론’의 중심에 서 있는 유 전 장관은 정치권의 ‘비토’ 속에 당분간 ‘강연정치’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장관과 가까운 한 의원은 “‘유시민 배제론’이 오히려 유 전 장관을 키워주고 있다”며 “거취 문제는 8월 즈음에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 전 장관은 CBS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실시한 범여권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31.4%, 이해찬 15.0%, 정동영 12.6%에 이어 6.2%로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