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스크랩] 7/4 유시민 의원 부산강연 전문

강산21 2007. 7. 7. 20:25
 
[강연 전문] "한나라당은 신이 내린 정당"
유시민 전 장관 부산 강연... "대선주자들 '어떻게'가 없다"
     최경준(235jun) 기자   
분위기가 어쩐지 팬클럽 대회 같기도 하고, 교회 부흥회 같기도 하고…. 제가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공개 강연하게 됐다. 부산에 온 것은 아주 특별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고, 가장 먼저 '희망부산21'에서 초대가 왔다. '희망부산21' 회원과 지도부에 감사드린다. '시민광장' 회원들께서 분홍색 옷 입고 꽤 많이 오셨다. 뵙게 돼서 반갑다.

기자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제가 실수할 까봐, 오신 것 같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언론에서 저에게 관심 가진 것은 딱 하나 밖에 없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오냐, 안 나오냐. 언제 나오냐. 저는 결정한 것 없는데, 언론 보도 보니까, 이미 결정해놓고 택일만 남겨놨다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대선후보 경선에 나갈 수 있는 피선거권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가 결정하는 것이다.

저 혼자가 아니라 저를 지지하는 분들과 토론하고 제가 존경하는 분들과 상의해서 제가 후보경선에 나서는 것이 누구에겐가, 국민에게 그리고 정치발전에 유익하다면 결과에 게의치 않고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것이 진실이다. 아직은 어디서 경선이 치러지는지, 그 정당의 이름이 뭔지, 그 정당의 선거규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딘가 마당이 있어야 한다. 마당이 열려있지 않은 상황에서 출마하겠다고 하는 것이 이상해서 아직은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있다. 강연 중에 그런 말을 하면 실수로 받아주길 바란다.

정치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넓게 보면 정치와도 관련 있지만, 지난 1년간 국민들과 접촉 하지 못하면서 마음 속에 쌓아 놓은 것이 있었다. 그 얘기를 내각에서 나가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강연으로 다 할 수 없어서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가 내각에서 나와 25일간 작업해서 집필을 마쳤다. 지금 제작하고 있고, 7월 20일 나온다. 내일 마지막 교정을 한다. 오늘 강연은 그 책의 총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학술 강연 아니다. 현실적인 고민이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70여명 남아있다. 대통령은 당적이 없다. 참여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 평가는 아주 안 좋다. 지지율 30%를 못 넘는다. 많은 분들이 큰일 났다고 걱정한다. 제가 국민들의 견해를…, 언론에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국민들이 왜 그런 평가하는지, 집권당과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서 왜 그렇게 야박한 평가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동시에 그 평가가 완전히 옳은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2005년 4월2일 당 의장 경선에 나서서 4등으로 턱걸이 당선 돼, 7개월간 지도부에 있었다. 정치 시작하고 가장 괴로웠을 때가 그 때였다고 기억한다. 왜? 국민들의 요구와 소망은 보이는데, 여기에 응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그 당시 저는 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대한민국은 내외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잘 응전하도록 국민들과 대화하고 정책을 펴는 것이 집권당의 의무다.

대외적으로는 세계화 흐름이 거세서 지구상의 어떤 국가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서는 생존하기 힘들었다. 좋든 싫든 우리에게 닥쳐온 도전이다. 어떻게 세계화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할 수 있을까? 동시에 시장이 커지고 세계화의 도전이 커지면 커질수록 경쟁에 성공하는 사람이고 실패하는 사람들의 차이가 커졌다. 60년대 골고루 못살던 대한민국이 지금은 잘 살지만 차이가 벌어져 있다. 양극화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따로가 아니라 연관된 문제다.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번영하고 모든 국민들이 저 나름 제몫을 가지면서 함께 잘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제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고통스러웠다. 답을 찾을 수 없어서…. 당과 대통령 지지율 내려가고 재보궐 선거 참패하면서 당이 흔들렸다. 만약 이 질문에 관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 선거에 지는 것이 두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에게 이해해주지 않아서, 전달이 안돼서,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아서 선거에 지는 것이라면 괜찮다는 것이다. 옳다면 언젠가는 받아줄 것이기 때문에, 넘어져도 울지 않고 다시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캔디처럼….

그런데 그 당시에는 아무리 사람들과 얘기하고 책을 읽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집권당과 집권세력이 국민들의 소망에 응답할 수 있는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그런 세력은 선거에서 지는 것이 응당하다. 선거에서 지는 것이나 지지율 낮은 것보다 진짜 두려운 것은 답을 갖지 못한 것이다. 회의에 빠지고 번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10월 재보선에서 지고 지도부에서 나가라고 해서 나오고, 달리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 일을 좀 아니까, 어떻게 내각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대통령에게 말하고 졸랐다.

이렇게 해서 온갖 풍파를 해치고 보건복지부에 들어갔다. 일하면서 2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굉장히 분했다. 저를 내각에 가지 못하게 반대한 분들에게 분한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가 답을 가지고 있었는데 집권당에 있던 저도 몰랐던 것이 분했다. 세계화와 양극화가 어떤 연관이 있으며 대한민국이 잘되게 하고 국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 가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 자신도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때문에 그 답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 때부터 참여정부가 이미 여러 정책을 통해서 발견해두었던 답을 하나로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했다. 그것을 책 한권에 담았다.

저의 주장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하려면 대한민국이 성공해야 한다. 통상국가이기 때문에 이 길을 벗어날 수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통상국가로 성공하는 나라, 선진통상국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를 사회투자국가로 개조해야 한다. 오늘 강연 주제도 이것이다.

여러분은 박정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대한민국은 왜 성공했을까?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102등이다. 나라는 성공했는데,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 그 문제는 여기서 말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국가가 성공하지 못하면 어떤 국민도 행복하지 못하다. 이 성공에 대한 제일 유력한 주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위대한 지도력, 박정희 대통령이 없었다면 지금도 우리는 괴나리봇짐에 문경세재 걸었을 것이라고 해도 과장 아니다. 매우 논쟁적 테마다.

오늘 대한민국의 성공을 갖고 온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시대였다는 것은 의심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은 매우 성공한 독재자이다. 79년까지 박정희 대통령이 날아오른 시점에 10.26이 났다. 독재자라도 성공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성공했다 하더라도 독재자가 아닌 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필생의 목표, 종교적 신앙이라고 까지 일컬어지던 산업화를 성공시켰다. 대한민국은 그 독재를 용납지 않았기에 자기 성공에 희생된 독재자다.

박정희 대통령이 많은 것을 했다. 첫째, 고교평준화라는 선택은 혁명적인 것이었다. 독재자가 아니었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이것은 잘한 것 일수도 있고, 아닌 것일 수도 있는데, 수출주도형 산업화에 성공한 것이다. 대한민국 운명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성공이다. 박현채 교수가 전국 각 지역이 농업, 상공업, 서비스업이 골고루 발전하게 만드는 것을 주장했고, 관료들이 주장한 수출드라이브형 국가전략이 있었는데, 이 둘 중에 박정희 대통령은 후자를 선택했다.

지금 한미FTA에 반대하는 범국본 사람들이 박현채 선생의 제자다. 박현채 선생은 김대중 대통령의 97년 대선공약을 집필했다고 할 만큼 훌륭한 학자다. 박정희 대통령을 따랐던 사람들이 산업화 세력이 됐고, 박현채 선생을 따랐던 사람들이 민주화 세력이 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주도형 국가를 만들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다른 길로 갈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은 통상국가다.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든 추앙하든 미워하든 상관없다. 이 선택을 70년대 초에 한 이후에 대한민국은 이 길을 벗어날 수 없다. 죽으나 사나 이 길로 가서 성공해야 한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것처럼 얘기 할 수 있으나 불가능하다. 이 길로 가서 망할 수도 있지만 다른 길은 없다. 대한민국은 이미 통상국가가 돼 있고 이 길에서 더욱 성공하는 길밖에 없다.

두렵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과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 무섭죠. 두렵다. 그러나 어차피 갈 길이라면 먼저 가는 것이 좋다. 미국뿐 아니라 EU, 일본, 중국과도 해야 한다. 만약 우리에게 다른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통상국가에서 성공하는 길 외에 없다면 주저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망설이기보다는 이 길을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이 좋다.

친한 친구인 정태인 (전 청와대) 수석이 FTA 반대의 아이콘이 됐다. 대표선수다. 낚시하러 가서 그만하라고 한다. 애국심 때문에 한다는 것 안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한민국이 잘되길 바라서 하는 것을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그 판단은 잘못됐다.
이미 대한민국은 통상국가이고, 전세계 170개 국가가 FTA로 가고 있다. 이 국제경쟁의 무대에서 승리할 수 있는 통상국가가 되자는 것이 선진통상국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한미FTA 추진한 것은 이런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치 세계관이 전혀 다른 노무현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이 쳐놓은 레일 위에서 FTA 결단을 내린 것이다. 선진국은 노동과 금융, 각종 상품 서비스에서 국제기준을 갖춘 나라를 말한다. 다른 나라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나라다. 잘 나가는 외국의 모든 나라들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한미FTA는 단순 관세철폐로 두 나라 무역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통상국가의 길 위에서 성공시키기 위한 국가 전략이다.
협상 반대하는 것을 이해한다. 협상 진행될 때 반대를 세게 해주는 것은 협상에 도움이 된다. 굉장히 감사하다. 그러나 이제 협정이 타결됐다. 합의문을 보고 사실에 의거해서 비판할 것은 더 비판하고 이제는 좀 수용해주셨으면 하는 호소의 말씀드린다.

대한민국은 문을 열어야 한다. 통상국가에서 더 크게 성공하는 선진통상국가가 되어야 한다. 열기만 하면 되나? 아까 한미 FTA반대를 비판했는데, 찬성하는 사람들도 비판하자. 집권 이후부터 집요하게 대통령의 인격을 가지고 공격하는 일부 언론이 있다. 정책이 아니라 인격을 공격해서 대통령이 하는 말을 믿지 않게 만들었다.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하려다가 손해를 본 것이다. 그렇게 인신공격을 해오던 언론들이 '구국의 결단'이라고 쓰면서 대통령을 띄웠다. 고마운 일이죠. 저는 그날 아침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FTA만 하면 성공하나. 개방은 조건이다. FTA는 기회를 얻는 것이지, 그 자체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FTA해서 망할 수 있다. 이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경쟁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사람에서 나온다. 석유가 있나. 지하자원이 있나.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것은 기술, 지식인데, 전부 사람 속에 있다. 유일한 원천이 사람이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이 한미FTA를 찬양하는 언론들, 그 언론사의 논설위원이 빠뜨리는 것이 있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못하게 막는다. 어떤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람인가, 많이 배운 사람, 똑똑한 사람, 경쟁력 있다. 인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동시에 건강해야 한다. 건강해야 일을 더 많이 하고 돈을 많이 번다. 건강한 사람이 사업도 잘 한다. 국민들이 병 들어가는데 아무리 지적 수준을 높이면 뭐하나. 경쟁력 있는 사람은 시련을 극복하고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인지적,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참여정부가 인적자원개발 위해 많은 투자를 계획해왔다. 그런데 복지정책을 하려고 하면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싹을 잘라버린다. FTA 한다고 대한민국 성공하는 게 아닌데, 이 성공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싹을 자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교집합 없이 대립하고 있다. FTA 반대론, 예찬론, 둘 다 옳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제가 진보파한테 욕을 많이 먹었다. 제가 냉혹하다고 한다. 돈 없는 수급자들 못살게 한다고 한다. 그런데 진보주의자는 노상 국가보고 어떻게 하라고 해놓고는 재원조달에 대해서는 얘기 안한다.

FTA 범국본에서 얘기하는 분들, 늘 복지투자를 더 많이 하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FTA는 반대한다. FTA 찬양하는 분들은 복지투자에 대해서 사회주의 망국론이라고 해서 못하게 한다. 둘 다 해야 한다. 지금 양상은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 옳다고 하면서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서로 불편하고 불행하다. 저는 대한민국이 더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동시다발적 FTA를 통해 나라를 더 열고,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잘 키우는 일에 투자를 해서 재능을 살리자는 것이다.

사회투자국가는 전통적인 복지 국가와 다르다. 국민 개개인을 유능하게 만드는 국가다. 운하 뚫고, 열차 타고 중국 가는 것은 검토해보고 해보면 된다. 비즈니스다. 경제성 따져보고 환경파괴 없고, 경제 이익이면 하는 것이다. 열차페리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검토해보고 경제성 있으면 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대한민국이 길게 성공하는 게 아니다. 개발시대처럼 물질, 자본 확충에 투자하고 사람 기르는 일은 가정에 맡기면 대한민국은 21세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김대중 집권 말기에는 잃어버린 5년이라고 했다. 일부 지식인과 보수 언론들이…. 이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이것을 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고 얘기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경제가 -6% 성장을 하게 된 것은 김영삼 정권 때문이다. 멀쩡하던 비행기가 밑으로 추락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조종사를 바꾼 것인데, 추락하게 된 것을 책임지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한나라당이 그렇게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원래 그런 정당이니까. 한나라당은 원래 그런 생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식인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김영삼 정권 당시 위기는 없다고 썼던 논설위원들이 지금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 당시 일년에 수차례 위기설을 얘기했던 언론이 지금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렇게 해도 용서가 된다. 차떼기를 해도 용서를 해도 된다. 공천 팔아먹고, 매관매직해도 용서되지 않나. 지지율 1등 아닌가. 그런 정당은 신이 내린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은, 신이 내린 정당이다. 압도적으로 많은 지지를 하는 정당이다. 부패했지만 유능해서 좋다는 정당이다. 부패한 것은 확실하다. 그것은 자기들도 인정한다. 유능하냐? 유능한 증거가 어디 있나. 멀쩡하게 날아가던 비행기를 꼬꾸라뜨린 게 한나라당이다. 부패한 것은 확실하지만 유능한 증거는 없는 게 한나라당이다. 정당은 그렇게 해도 된다. 그러나 지식인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

한나라당 정권이 잃어버리게 만들었던 대한민국 정권을 다시 찾아온 10년 아닌가. 이 10년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분들…. 한나라당은 원래 양심없는 정당이고, 자기가 한 일을 잊어버리는 정당이니까 놔두자. 그러나 지식인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가 국정 운영에서 했던 시행착오를 지적하더라도, 싸잡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것은 한나라당의 선거운동에 불과하다.

대선주자들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해 놓고 '어떻게'가 없다. 정책과 공약을 내놓는데, 목표만 내놓지 전략이 없다. 감세 좋죠. 소득세 한 푼도 안내는 분도 감세해준다고 하면 기분이 좋다. 감세를 해주면 돈이 비는데, 어느 사업을 비우겠다는 것인가. 조달 방법이 어떤 것인가. (대선주자들이 말하는) 방법이라는 게 '씀씀이를 줄여서, 낭비를 줄여서 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정책인가? 여성의 날에 '5세 이하 보육세 지원한다'는데, 그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나? 계산이 나온다. 어느 날 보니까 감세 좋아하는 한 후보가 하루에 7조원이 들어가는 공약을 냈더라. 민주노동당도 좀 이상하다. 무상의료하자면서, 부유세를 걷어서 하겠다고 한다. 얼마가 드는지 아나? 수요가 늘어서 공급이 늘고, 지금의 4-5배가 늘어난다.

성장률만 올리면 일자리가 창조된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제조업이 압도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제조업 일자리는 줄었다. 기술혁신과 발달 때문에 훨씬 적은 사람 쓰고도 훨씬 많은 상품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제조업이 아무리 성장해도 일자리 창출 못한다. 대한민국 3명중 2명이 서비스업에서 일하고 3분의 2를 서비스에서 소비한다. 대한민국은 서비스공화국이다. 서비스업에서 어떤 쪽이 수요가 있는가. 사회서비스 분야가 제일 취약하다. 교육, 보건, 사회복지, 문화, 환경 분야에서 서비스 생산하고 공급하는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낙후돼 있다. 숙박업, 운송업은 공급 과잉이다. 망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반면 사회서비스 분야는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 보수담론의 헤게모니가 너무 강해 사회서비스 산업에 투자를 못했다. 의료법 개정안 내놨더니 국회에서 심의도 안 해준다. 의사협회에서 지지 안해준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익단체가 점령한 채 꽉 막고 있다. 이익단체와 이념성향 강한 단체가 날마다 성명내면서 반대하면 국회의원들 법안 처리 못한다. 국민들이 국회의원, 공무원, 대통령을 믿지 않는데 무슨 힘을 가지고 이들의 로비를 헤치고 정책을 추진하나. 길가다가 우연히 만나는 사람의 신뢰도가 4.7%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지율이 3% 이하다.

정부, 국회의원, 공무원,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길가다 만난 사람들보도 못 믿을 놈이 된 상황에서, 물론 국회의원들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이렇게 흘러가면 모두가 불행하다.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지만, 신뢰가 낮으니까 뚫지를 못한다. 의사협회에서는 국민 건강을 걱정한다고 하는데, 대분은 자기의 영업이익과 반대되기 때문에 반대하고 시위한다. 이익단체가 반대하면 국회의원들이 심의를 못한다. 의료법 개정안을 3년간 심의 못했다. 방문간호사업을 아무나 할 수 있게 하는 게 나쁜 것인가.

의료기관을 열어야만 방문간호사업을 할 수 있나? 대한민국은 지금 비극의 정점으로 가고 있다. 진보면 어떻게 보수면 어떤가.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하려면 내부적으로 사회투자국가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계속 진화해야 한다. 원래는 대한민국 개조론이 아니고, 대한민국 진화론이다. 그런데 이 진화론이라는 것이 누군가가 개조하겠다고 대들어야 진화하는 것 아닌가.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그들이 했던 말에 비춰보면 기억력이 부족하거나, 양심이 불량하거나, 둘 다 일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일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 하는 말은 제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에서 해온 것이다. 하나의 체계화된 것을 묶어서 국민들과 대화하지 못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돌아다니면서 강연을 하며 떠들고 다니겠다.
출처 : 참여시민네트워크
글쓴이 : 김성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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