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계와지표

이제 한 걸음만 더 가면 선진국이다

강산21 2007. 6. 14. 13:12
이제 한 걸음만 더 가면 선진국이다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선진국인가, 후진국인가, 아니면 중진국인가? 국제사회에서 누구나 받아들이는 기준을 적용해 보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문턱을 막 넘으려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금년 중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면, 선진국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준 4가지를 모두 충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진국인가?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선진국도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을 가르는 네 가지 기준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알아보자.


■대한민국이 충족시키고 있는 4가지의 대표적인 선진국 기준

IMF(국제통화기금)의 분류기준

IMF는 선진국과 기타 신흥시장, 그리고 개발도상국이라는 두 개의 범주로 국가를 분류한다. 이 분류에 따르면 현재 선진국은 29개국이며,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과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5개국이 선진국이다.

IMF는 선진국을 규정하는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1인당 소득이 높아도 경제구조가 원유 생산이나 관광 등 특정부문에 지나치게 편중된 나라(쿠웨이트, 카타르, 버뮤다와 같은 나라)는 선진국에서 제외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OECD는‘선진국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각국의 경제성장을 분석할 때 이들을 선진국으로 꼽곤 한다. 현재 회원국은 30개국이며,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과 일본이 포함되어 있다. 국민소득이 1만 달러이하인 국가(헝가리, 슬로바키아, 터키, 멕시코)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회원국 모두를 선진국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의 나라들

국민소득은 선진국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 국가를 선진국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55%가 2만 달러를 선진한국의 기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자료가 있다(2005년 5월 설문조사).

2005년 현재,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인 국가는 24개국 정도이며 OECD 평균은 3만1000달러다. 한편 세계은행은 국민소득 1만726달러이상을 고소득국, 3466~1만725달러의 국가를 중상위소득국, 876~ 3465달러의 국가를 중하위소득국, 그리고 875달러 이하의 국가를 저소득국으로 분류한다(World Development Report, 2007)

인적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인적개발지수(HDI)는 수명, 지식, 생활수준의 세 가지를 기준으로 선진국을 가른다. 이 가운데 수명은 기대수명으로 측정하고, 지식은 성인의 문자 해독률(2/3비중)과 초?중등학교 및 대학 진학률(1/3비중), 그리고 생활수준은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로 측정한다.

UNDP(유엔개발계획)는 1993년부터 HDI(인적개발지수)를 발표해 왔으며, 지수가 0.8이상인 국가를 고HDI 국가, 0.5이상~0.8미만을 중HDI국가, 0.5미만을 저HDI 국가로 분류한다. 2006년 보고서에서 고HDI 국가는 63개이고, 한국은 총 115개국 중 26위(0.912)에 기록됐다. 위의 세가지 기준에 공통으로 속하는 선진국들은 모두 0.9이상의 HDI를 기록하 고 있다.


■대한민국이 아직 채우지 못한 선진국의 조건들

복지재정 비중

복지 분야 재정지출이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재정 지출 가운데 복지지출 비중은 26.7%(2005년)인 데 반해 미국은 그 두 배에 달하는 57.3%(2004년)이며, 호주는51.4%(2005년), 스웨덴은 54.5%(2004년), 이탈리아는 66.0%(2004년) 등이다. OECD국가의 평균 수치는 56.5%다.

이를 GDP 대비 비중으로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비 1/3 수준으로 떨어진다. 한국은 6.0%인데 미국은 12%, 호주는 13.2%, 스웨덴은 19.7%, 이탈리아는 25.4%에 이르며 OECD 평균은 19.2%다.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복지재정 비율을 유지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복지 수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지 못하게 되어 사회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게 되면 국가의 인적자본이 부족해진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앞선 투자를 통해 경제 발전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 성숙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여 예측 가능성이 높은 사회, 약속과 책임을 존중하여 신뢰성이 높은 사회,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로 통합력이 높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 우리는 원칙과 신뢰, 통합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독선과 독재의 시대가 남긴 불신과 대결, 불관용과 타도의 문화가 정치, 경제, 사회 곳곳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가 발표한 사회응집력 비교에서 한국은 비교 대상국 61개국 가운데 48위에 기록되었다. 1990~2003년 동안의 법?질서 준수지수는 OECD 30개국 중 27위(KDI, 2007년 1월), 2006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는 163개국 중 42위다.

사회적 자본은 4가지로 구성된다. 사회 구성원의 공동 이익을 위한 신뢰(trust), 원칙(integrity), 통합(solidarity), 개방(openness)이 그것이다(세계경영경제학회, 2000년).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관용의 문화를 뿌리내려야 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를 설득해 의견을 모으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이익을 서로 교환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도 안 풀리는 문제는 규칙으로 풀어야 한다. 규칙에 따라 승부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래서 승자는 책임 있게 일하고, 패자도 협력하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을 수 있다.

이것이 성숙한 민주주의이고, 사회적 자본이 튼튼한 선진 민주국가이다.

여성인력 활용도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는 비율은 선진국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대한민국은 출산?육아기의 경력 단절, 낮은 직업상 지위, 여성 친화적 일자리 부족 등의 이유로 여성 고용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다.

2004년 OECD의 보고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고용률이 52.2%인 데 반해 미국은 65.4%, 일본은 57.4%, 영국이 66.6%, 스웨덴은 71.8%였으며,OECD 평균은 55.6%였다.

한편 여성의 무급 가족종사자(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무급으로 일하는 종사자)의 비중은 한국이 14.8%, 미국은 0.1%, 일본이 8.9%, 영국은 8.9%, 독일이 0.5%였으며, OECD 평균은 1.9%였다(ILO, 2004년).

사회서비스업에서 여성을 얼마나 고용하고 있는가도 선진국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2003년에 OECD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서비스업 여성 고용비율은 12.6%였으나 미국은 27.7%, 영국은 26.9%, 스웨덴은 32.5%였으며, 네덜란드가 28.1%였다. 여성인력을 널리 활용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응하여 노동 공급의 양과 질, 두 측 면에서 경제 활력과 성장 잠재력에 기여한다.


■시대가 바뀌면 생각도,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2007년에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4번째로 4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올해는 대한민국이명실상부한 선진국 그룹의 일원이 되어 국민들이 자신감과 긍지를 갖는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한 걸음만 더 가면 선진국이지만, 지금까지 온 걸음보다 쉬운 걸음은 아닐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 양극화등 사회구조 변화라는 미래과제를 극복하고 앞서 가는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30년 전 1000달러에 희망을 걸고 있던 시대와 지금은 크게 다르다. 시대가 바뀌면 생각도,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1000달러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2만 달러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앞서 가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우리의 성공을 확인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더불어, 새롭게 갈 길을 위해 새로운 생각과 전략을 가다듬는 것도 미룰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