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선일보의 기사왜곡을 보면 체면이나 신문의 품격은 완전히 포기한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BJR신문이라고 부릅니다. BJR이 뭐의 약자인지는 잘 아시겠지요?
유능하고 성공한 참여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낮은 지지를 받는 것이 이상해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마법에 걸린 나라]를 쓰게 되었습니다. <조선, 동아, 문화, 한나라당>이 연대해 지난 4년간 참여정부에 부정적 주술을 반복적으로 걸었고, 진보진영은 어용컴플렉스가 무서워 눈치를 살피느라 이 주술의 부당함에 맞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하나의 가설이고 제 가설이 맞는지 함께 토론해 보자는 것이 책을 쓰게 된 목적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 열린우리당, 진보진영에 있으며 저도 그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썼습니다.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저는 이번 정권에서는 물론 다음에 진보진영이 정권재창출을 해도 고위정무직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고맙게도 <조·동·문·한>은 제 책에 대한 기사를 통해 너무나 적나라하게 제 가설을 증명시켜 주었습니다. 책에서는 그들의 체면을 생각해 차마 과정까지는 자세히 밝히지 못했는데 함께 조·동·문 프레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되는지 검증해보시기 바랍니다.
제 책에서 저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과 변화속도를 존중하자. 민심을 잃은 정당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280쪽)”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당이 왜 싫냐고 물었더니 오만해서 싫다는 여론조사결과는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학문적으로 이런 조사는 문제가 많아 선진국 학자들은 아예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사람은 인지적 한계로 인해 자신의 사고과정을 정확히 기술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얼음물이라고 속이고 실제로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가보라면 사람은 손이 너무 시리다며 고통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청와대 브리핑 참조).
오만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조·동·문의 기사가 지방선거 직전인 2003년 초부터 4월 1일까지 136건에 달합니다. 언론학자 리프만은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가 사람의 행동과 말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따라서 여론조사결과는 언론이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지 실체가 아닙니다. 겸손한 클린턴 대통령도 보수로부터 항상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니 집권당이 오만하다는 것은 상투적인 비난입니다. 오히려 “조·동·문이 뭐라고만 하면 너무 쉽게 인정하는 우리당의 겸손이 내게는 더 큰 문제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학자들이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에 협력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에 대한 봉사이며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다음 정권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 (96쪽)”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제목을 “여당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게 최고”라고 뽑았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실패 책임을 보수·진보 진영에 두루 전가하는 책을 썼다.” “(학자가) 정부에 협력하는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책도 읽어보지 않은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조선의 지시대로 무조건 때리기에 가세했습니다. 한나라당에서 제공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심재철 의원은 “조기숙류의 신어용론을 펼쳐서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고 있다.” “‘여당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게 최고다’라고 얘기했다는데 참 오만하기 그지없다. 이것이야말로 건방죄를 물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은 저녁에 문화일보가 받습니다.
문화일보는 “언론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을 전방위로 비난하는 책을 펴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원인이... 이른 바 조·동·문 프레임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고 썼고 다른 것들은 비교적 정확했습니다.
그 다음은 동아일보가 받습니다. 동아일보는 대체로 조선일보보다 한 발짝 늦습니다.
“....언론 구조 때문에 현 정부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고 썼습니다.
노대통령의 스타일, 성역 문제, 열린우리당 문제를 거론하고 거기에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막말을 실어주는 것이 동아일보의 임무입니다.
여기에서 이들의 프레임이 보이지 않습니까?
바로 ‘국정실패’와 ‘남 탓’ 입니다. 저는 한 번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너무나 성공해서 슬픈 참여정부”라고 불렀지요. 그리고 조동문을 원망하고 싶지도 않은 이유는 진보진영이 분열하고 침묵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했지요. 저는 단지 참여정부의 지지도가 낮은 이유는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담론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이들은 국정실패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지난 2월 1일 오마이뉴스에서 최초로 책 소개가 나왔을 때 놀랍게도 “조·동·문 프레임 못깨 참여정부 실패”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기사에도 곳곳에 실패라는 단어가 들어 있더군요. 어느 덧 오마이뉴스 기자들까지 세뇌되어서 이런 제목을 뽑고도 제가 항의할 때까지 잘못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라디오 인터뷰를 하는데 사회자도 똑 같이 ‘국정실패’의 이유가 뭐냐고 질문을 하더군요. 서울신문은 오보에 기초한 한나라당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놓았더군요. 한겨레, 경향, 한국 등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제 가설이 너무도 정확하지 않습니까?
참여정부와 수구언론과의 싸움은 양심과 비양심, 염치와 파렴치의 문제라고 봅니다. 이들은 체면이나 양심은 진작에 내다 버렸습니다. 그러면 왜 수구언론은 자신들의 품격에 신경을 쓰지 않는 걸까요.
‘우리 왜곡했다. 어쩔래. 니네도 상처 입었잖아.’
바로 BJR전술입니다.
왜곡보도로 인해 참여정부가 상처입고 우리당이 분열되면 한나라당이 수혜자가 됩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을 띄우는데 성공했습니다. 싸움의 당사자는 어차피 한나라당이지 국민들이 조선일보 보고 표 찍는 건 아니니까요. 수구언론은 장미꽃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자신들은 망가지기로 작정을 한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바라는 재벌, 땅 부자, 건설회사 등이 수구언론에 광고를 내고, 또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신문을 봐주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자본은 충분하니 신문의 품격은 필요 없고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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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ailyseop.com/data/article/54000/image/0000053508_001.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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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전 청와대 홍보수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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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소송을 안하냐구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습니다. 제가 소송을 하려니까 지금 언론과 소송을 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저를 말립니다. 3-4년이 지나도 이런 저런 이유로 소송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청와대 재직 시에는 저 개인에 대한 왜곡은 의도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공직자가 일일이 언론에 대응하면 수구언론은 언론의 자유도가 아시아에서 1등인 국가에서 ‘언론탄압’한다고 엄살을 떨 것이 분명합니다. 또 일하느라 바빠서 대응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왜곡 오보를 모두 책으로 남겨 후대에 이들이 역사적으로 평가받도록 할 생각이고, 언론학 교과서를 만들어 차세대 언론인 교육에 사용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언론의 왜곡보도에 일일이 대응할 생각입니다. 지난 2달 새 저는 4건의 정정보도를 받아냈고 한 건이 언론중재위 조정에 들어갔으며 앞으로도 수십 건을 더 조정 신청할 생각입니다. BJR신문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면으로 맞서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사랑하는 양심있는 분들의 많은 도움이 절실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