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글 좋은글

통닭 다리 한쪽

강산21 2001. 11. 17. 15:45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통닭다리 한쪽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때 할머니는 중풍에 걸리셨다.
중풍은 있는 정 없는 정 다 떼고가는그런 병이라 했다

학교에서 집에 들어오면 코를 확 자극하는 텁텁한 병자 냄새...
후덥지근한 그냄새에 머리가어지러웠다
한 달에 한 번 밖에 청소를 안 하는 할머니 방은 똥오줌 냄새가 범벅이 되어 차마 방문을 열어보기가 겁이 났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시고 난 후 처음 일 년동안 우리 가족은 돌아가며목욕도 자주 시켜드리고 똥오줌도 웃으며 받아내었다.
하지만 이 년째부터 집안 식구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삼 년째에 접어들자...
식구들은 은근히 할머니가 돌아가시기만 바라게 되었다.

나중엔 친자식들인 고모가 와도
할머니의 방을 안 들러보고 갈 지경이었다.
돌아가실 즈음이 되자 의식도 완전히 오락가락 하셨다.
그토록 귀여워하던손주인 내 얼굴도 자주 알아보지 못하셨다.

할머니가 내 이름을 잊는일은 절대로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 이성이 퇴화할수록 동물적인 본능은 강해지는걸까.
그럴수록 먹을 건 더욱 밝히셨다.

어쩌다 통닭 한마리를 사다드렸더니 뼈까지 오독오독 씹어 드셨다.
섬짓하기까지 했다.
병석에 누운 노인이 통닭 한 마리를 혼자서 다드시다니.

그러던 어느 가을날,
할머니는 낙엽처럼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부터 방문앞에 내가 지나가면뭐라뭐라 중얼거리며
손을 꼼지락거리셨던 게 좀 이상했다.

식구들은 그제서야 할머니방에 발을 들여놓았고할머니는 돌아가신 후에야 목욕을 할 수있게 되었다.
고모들이 할머니의 몸을 씻으려고 옷을 벗겨내었을때...
할머니의 옷 안주머니에서 무엇인가가 나왔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거무튀튀한 물체였다.
그것은... 통닭 다리 한짝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셨는지 손때가 새카맣게 타있었다.
감추어둔 이 통닭 다리한 짝을 나에게 먹이시려고 그토록 애타게 나를 부르셨던가.

한 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내 이름을 부르시던할머니.

마지막 순간까지 이손주 생각을 하신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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