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다리 한쪽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때 할머니는 중풍에 걸리셨다. 중풍은 있는 정 없는 정 다 떼고가는그런 병이라 했다 학교에서 집에 들어오면 코를 확 자극하는 텁텁한 병자 냄새... 후덥지근한 그냄새에 머리가어지러웠다 한 달에 한 번 밖에 청소를 안 하는 할머니 방은 똥오줌 냄새가 범벅이 되어 차마 방문을 열어보기가 겁이 났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시고 난 후 처음 일 년동안 우리 가족은 돌아가며목욕도 자주 시켜드리고 똥오줌도 웃으며 받아내었다. 하지만 이 년째부터 집안 식구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삼 년째에 접어들자... 식구들은 은근히 할머니가 돌아가시기만 바라게 되었다. 나중엔 친자식들인 고모가 와도 할머니의 방을 안 들러보고 갈 지경이었다. 돌아가실 즈음이 되자 의식도 완전히 오락가락 하셨다. 그토록 귀여워하던손주인 내 얼굴도 자주 알아보지 못하셨다. 할머니가 내 이름을 잊는일은 절대로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 이성이 퇴화할수록 동물적인 본능은 강해지는걸까. 그럴수록 먹을 건 더욱 밝히셨다. 어쩌다 통닭 한마리를 사다드렸더니 뼈까지 오독오독 씹어 드셨다. 섬짓하기까지 했다. 병석에 누운 노인이 통닭 한 마리를 혼자서 다드시다니. 그러던 어느 가을날, 할머니는 낙엽처럼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부터 방문앞에 내가 지나가면뭐라뭐라 중얼거리며 손을 꼼지락거리셨던 게 좀 이상했다. 식구들은 그제서야 할머니방에 발을 들여놓았고할머니는 돌아가신 후에야 목욕을 할 수있게 되었다. 고모들이 할머니의 몸을 씻으려고 옷을 벗겨내었을때... 할머니의 옷 안주머니에서 무엇인가가 나왔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거무튀튀한 물체였다. 그것은... 통닭 다리 한짝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셨는지 손때가 새카맣게 타있었다. 감추어둔 이 통닭 다리한 짝을 나에게 먹이시려고 그토록 애타게 나를 부르셨던가. 한 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내 이름을 부르시던할머니. 마지막 순간까지 이손주 생각을 하신건인지...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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