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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에선 '전세', 강남에선 '내 집'

강산21 2006. 11. 21. 14:59
지역구에선 '전세' 강남에선 '내 집' '버블지역' 의원들 8억5천 불로소득
[오마이뉴스 2006-11-21 13:35]    
[오마이뉴스 박형숙·안홍기 기자]
▲ 국회의원 '버블세븐' 시세차익 30걸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의원들도 부동산 '거품'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오마이뉴스>가 291명 국회의원(올 재보선 당선자 6명 국회의원 제외)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른바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평촌, 분당, 용인)' 지역에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 주택(단독주택, 상가는 제외)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은 총 85명으로 100채에 달했다. 두 채 이상 보유한 의원도 15명이나 됐다.

조사 결과, 부동산 가격은 그야말로 춤을 추고 있었다. 부동산 가격정보 조회를 통해서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아파트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에 직접 전화를 걸었을 때, 부동산중계업자는 "두세 달 새 2~3억원이 왔다갔다 한다"며 "지금 함부로 가격을 말했다가 아파트 주민들이 난리가 난다"고 난감해 했다.

지난 2월 신고된 기준시가와 현재 매매가를 비교한 결과, 시세차익은 총 724억여만원에 달했다. 평균치를 내면, 국회의원 1명당 8억5천만원 정도의 '불로소득'을 챙긴 셈이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는 매년 의원들의 재산을 공개하는데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28일 신고된 국회의원 재산목록을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 매매가는 부동산 가격정보업체 '부동산 114'가 제공하는 부동산 시세표의 하한가를 기준(11월 17일 현재)으로 했다.

[최고 시세차익] 김광원, 고흥길 의원 '20억원대'

가장 비싼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의원은 김종율 열린우리당 의원(서초동 현대수퍼빌)으로 35억원대에 달했다.

시세차익이 가장 큰 경우는 한나라당의 김광원, 고흥길 의원으로 20억원대를 넘었다. 김 의원의 경우 4억원으로 신고한 대치동 우성아파트(55평)가 현재 26억대에 달하고, 고흥길 의원(성남·분당)은 송파와 분당에 있는 총 3채의 집을 합산한 결과다.

시세차익으로 뽑은 '상위 30'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열린우리당은 박병석, 조배숙, 우윤근, 이계안 의원 등 10명. 정진석 국민중심당 의원이 6억4천만원으로 신고했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현 매매가 24억5천만원에 이른다.

[당별 비교] 한나라당 48명 vs 열린우리당 29명

'버블세븐' 지역에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를 가지고 있는 의원 중에는 한나라당이 48명으로 열린우리당(29명)에 비해 많았다. 시세차익으로 따지면, 한나라당이 총 458억여원으로 열린우리당(214억여원)의 두 배를 넘었다.

민주당(김효석, 이상열, 이낙연)과 민주노동당(권영길, 천영세, 단병호)은 각각 3명이었고 국민중심당(신국환, 정진석)은 2명이었다. 천영세 의원은 강남 일원동(32평)에, 단병호 의원은 분당(37평)에 각각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 <b>'버블세븐' 지역에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은 85명으로 총 시세차액은 724억원. 일인당 8억5천만원 꼴이다. </b>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역구에선 '전세' 살고 강남에선 '내 집' 산다

지역구가 지방인 의원들의 서울 주거지가 이곳 버블세븐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이들의 경우 지역구에선 '전셋집'을 얻고 버블세븐 지역에선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대구 동구을 출신의 유승민 의원은 지역구에 2천만원대 전셋집을 가지고 있는 반면, 분당과 개포동에 각각 1채씩 총 11억원대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권영세 의원은 지역구에 배우자 명의의 전세 아파트를, 강남구 압구정동엔 본인 이름으로 24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강봉균 의원은 전북 군산에 5천만원대 전셋집이 있지만, 서울 반포동에 32평 14억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계안 의원은 지역구인 동작구에 두 채의 전세 아파트가 있는 반면, 강남구에는 본인 소유의 아파트 두 채(30억원대)가 신고돼 있었다.

지방에 지역구가 있는 의원들이 버블세븐 지역 중 가장 많이 집을 소유하고 있는 집은 서초, 반포, 압구정 등 '강남'에 집중되어 있었다.

빈익빈 부익부... 무주택 vs 다주택

국회의원 중에 '무주택자'는 24명이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고진화 의원이 서울 영등포 지역구에 2천만원대의 전세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었고, 배일도, 진수희 등 주로 소장파 의원들이 해당됐다.

'386' 중에 버블지역 재산가는 없었다.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오영식 의원은 지역구가 있는 '강북'의 중소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영, 김태년, 송영길 의원 등은 무주택 의원이었다. 민주노동당에선 '경제통'인 심상정 의원이 유일하게 전셋집(의왕시 1억원 빌라)에 살고 있다.

반면, '다주택자'이지만 일반주택이나 상가를 가지고 있어 조사 대상에서 빠진 '알부자'들도 많았다.

한나라당의 경우 박희태 의원은 강남, 서초에 4채를 가지고 있고, 안상수 의원은 강남 등에 상가와 주택 모두 3채를 가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강남구 삼성동의 2층 주택과 대구 지역구에 아파트 한 채가 있다. 강재섭 대표는 분당의 2층 주택에서 살고 있고, 김형오 원내대표는 서울에 두 채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 중에는 정성호, 박기춘 의원이 각각 3채씩 소유하고 있다. 김근태 당의장은 지역구인 서울시 도봉구에 빌라 한 채를, 김한길 원내대표 역시 지역구(서울 구로구)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나 자식 이름으로 된 건물까지 합산하면 '버블세븐' 소유 주택은 더욱 늘어난다. 고위공직자 재산 신고시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버블' 소득과 정책 '소신'은 일치?

국회의원들의 '버블' 소득과 정책 소신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실거래가 20억원 상당의 잠실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아파트 반값 공급'을 주장하고 있다. 또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 역시 4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이지만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부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강남구 일원동 빌라(신고가 3억원)에 살고 있지만 사실상 거래가 없어 현지 부동산에서조차 거래가를 산정하지 못했다. 권 의원측에 직접 물었지만 집값을 전혀 감 잡지 못했다.

'부동산 민심'을 다잡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실천은 결국 '정책'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