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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통권 환수논쟁

강산21 2006. 8. 11. 11:45
“이승만 대통령도 빨리 돌려받으려 했다”

작통권 환수논쟁 어디로

〈한겨레〉는 10일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네가지 주요 쟁점을 추려 박명림 연세대 교수, 서동만 상지대 교수,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철기 동국대 교수, 함택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등 전문가 5명의 견해를 들어봤다.

“한국전쟁 등 역사적 경위 고려해야”

주권 문제인가

함택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얘기할 가치도 없다”며 “전시 작통권이 주권이 아니라면 무엇이 주권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순수하게 군사적인 문제만 보면 통합된 연합사나 통합군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 작전통제권을 갖는 것도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냐”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본말이 뒤바뀐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해, “폭력을 정당하게 독점하는 것이 국가인데, 일정 영토 안에서 폭력이나 독점권을 남한테 준다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못박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영토 내에서 물리력 행사권한이 주권의 핵심적 요소”라며 “한국전쟁 기간 작전권을 미군에 넘겨줄 때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전쟁의 종식과 동시에 되찾아 오려고 했던 사람은 바로 이승만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교양학부)도 “형식논리적으로 지휘권 운용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 되며, 한국전쟁 와중에 미국에 이양됐다는 이런 역사적 경위 등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작전통제권은 군 통수권의 일환으로 국가의 중요한 주권사항”이라며 “이를 지휘권과 구별하는 사람도 있는데, 지휘권의 핵심이 바로 작전통제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보기 나름이며, 시각에 따라 여러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반도 평화체제 위해 필수적”

왜 필요하나

함 교수는 “평시 작전통제권이 김영상 정부 때 한국으로 넘어왔지만 진짜 작전통제권의 핵심은 전시작전통제권”이라며 “전시 작통권 환수 논의는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고 말했다. 상당히 늦었지만 이제라도 빨리 받아와야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에 한·미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합의를 했고, 구체적으로 미군 감축과 평택 재배치가 이뤄졌다”며, 이렇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는 것이 전시 작통권을 가져와야 하는 근거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주한미군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됐을 때, 즉 다른 지역에 가서 싸울 때 한국군까지 참여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그래서 당연히 전시 작통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 교수는 “최근의 논란이 미국의 전략적 판단과 필요를 간과하고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원한다’고 하니까, 미국이 ‘가져가라’는 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일정이 있고, 미국은 미국의 일정이 있다”며 “한국이 작전권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았다면, 미국이 (전시 작통권을) 먼저 가져가라고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미군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에 따라 지상군을 줄이고 해공군 위주로 가고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가 이 문제를 너무 먼저 강하게 공론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두가지 측면을 지적했다. 첫째, 역설적으로 한-미의 균등성을 확보할 때 동맹은 더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은 우리가 약소국일 때, 냉전 시대에, 그리고 대북 열세 때 만들어진 것이지만, 지금은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6위의 군사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전시 작통권 환수는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위해 더욱 좋고, 한-미 쌍방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전시 작통권 환수는 필수적이다는 것이다. 전시 작통권이 미국에 있는 한 북한은 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미 직접 협상만을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안보 역량과 발언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보수세력이 앞장서서 전시 작통권 환수를 주장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이철기 교수는 “단순히 주권국가로서의 위신 문제를 떠나서, 한국군의 미래지향적 재편, 안보정책 및 군사전략의 미래지향적 수립을 위해서도 전시 작통권 환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 작통권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군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나 세계 전략의 부속품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북한에 정권의 변화가 있거나 하는 등의 유사사태가 벌어지면 당연히 ‘데프콘3’가 발령되고 이 경우 한국군의 작전권이 연합사로 넘어가는데, 전시 작통권이 없으면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군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 유사상황 발생 때 한국의 의사와 관련없이 미국의 의도에 따라 민족의 장래가 결정되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전작권 환수는 단순히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국가와 민족의 장래, 국가이익과 관련된 문제다.

서 교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구태여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여전히 튼튼”

안보공백 상태 빠지나

이근 교수는 “결국 미국의 전략과 관계되는 것”이라며 “전시 작통권이 한국으로 넘어오더라도 미국의 전략상 필요하면 주한미군은 주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도 “전시 작통권과 미군이 어디에 주둔하는지의 문제가 직접 연계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꾸로 전시 작통권 때문에 주한미군이 주둔해왔던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는 전시 작통권 환수가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전쟁 발발을 상정했을 때 증원군 전개의 신속성 여부, 사상자를 최대한 줄여야 할 필요 등을 고려할 때 전시 작통권 환수가 우리한테 꼭 유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기 교수는 “주한미군 주둔이나 증원군 파견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이다. 이는 전시 작통권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역시 미군 주둔이든, 증원군 파견이든 그건 미국이 자신의 국가이익에 대한 판단에 따라 취하는 것이지, 전시 작통권이 어느 쪽에 귀속되느냐와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이 한-미 연합사에 주한미군의 모든 병력이 다 예속돼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연합사 전력의 대부분은 한국군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전시 작통권은 한국군을 통제하는데 필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미국 쪽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우리의 대비는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의 말로는, 안보공백 논란을 따지려면 군사력에 대한 질적·양적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런 군사력 평가에선 국방비 통계가 가장 중요하고, 무기 체계의 실질 가동율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평가는 무기 갯수 등 1960~70년대의 양적 평가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런 공식 입장에 따라 국방개혁을 추진하니 결국 군비증강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안보공백이 문제가 아니라, 시대에 맞는 국방체제를 갖출 사전 작업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간 군사력 평가와 관련해 한국군의 안보개념, 적정 군사력 수준 등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제대로 하려면 현재의 부처별 체제론 어렵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전시 작통권에 상관없이 추가적인 철수는 있을 수 있으며, 미국쪽은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철수를 얘기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일부 군 관계자들이나 전직 장관들이 북한에 대해 압도적인 군사적인 우위를 가져야만 억지력을 갖는다고 말하는 것은 국제정치이론으로 맞지 않으며, 적절한 방어력과 억지력을 가지면 된다고 덧붙였다.

“평화체제 로드맵 만든 뒤에”

환수 여건과 시기는

함택영, 이근, 이철기 교수 모두 ‘언제라도 할 수 있고, 지금도 충분한 환수 능력이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늦었다는 것이다.

함 교수는 “일부에서는 우리의 정보 능력을 걱정하는데, 미국 기준으로만 쳐다보면 전시 작통권을 가져올 수 없다. 전세계 어느 나라든 미국만한 정보력을 가진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기 교수는 “시기 상조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10년 뒤에도 마찬가지 얘기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근 교수는 “현실적으로 환수시기는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만나는 시점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시 작통권 환수에 필요한 여건에는 우리의 안보비용 확보 여부도 중요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비전, 전망, 실현가능성을 어떻게 구체화시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 작통권 환수에 맞춰 노무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작통권 환수의 로드맵만 아니라, 미국·북한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군비통제에 대한 로드맵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서 교수는 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를 양날의 칼로 봤다. 우선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 등 측면에서 보면 전시 작통권 환수는 큰 진전이다.

그러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시야에 넣으면 미국이 (2009년으로) 환수시기를 앞당기려는 데에는 ‘프리 핸드’를 가지려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견제장치 없이 전작권 환수로 이어지면 위험성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