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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제 당신들 차례입니다”

강산21 2006. 7. 26. 22:28
“선생님…이제 당신들 차례입니다”
[노컷뉴스] 2006년 07월 26일(수) 21:14

‘고교 민주화운동’ 관련 당부 글, 잔잔한 파문…
지난 6월 한달동안 지역 교육계의 주요 이슈가 됐던 ‘고교 민주화운동 퇴학생 15년만의 복학’과 관련, 당시 학생이었던 사람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글이 전교조 경남지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마산공고 관련해 질문을 드립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선생님들께서 89년 전교조를 만드셨을 때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는 말로 시작한 이 글은 마산공고 퇴학생 복학결정을 환영하는 전교조 경남지부의 6월 30일자 성명서를 거론했다.

당시 성명서에는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는 앞으로 복학생 4명과 함께 이들처럼 굴절된 시대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다른 30여명의 고등학교 퇴학생들도 명예회복과 졸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현황조사를 하고, 이를 토대로 한 복학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임을 약속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글쓴이는 성명에서 밝힌대로 이후 현황조사 진행상황과 계획이 알고 싶다며 1989년 전교조 출범 당시 경남지역 중·고등학생 투쟁일지도 함께 정리해 올렸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교조 편에 당당히 섰다 아이들 인생 뒤바뀌어
“아무도 전교조 교사들과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교사가 노동자냐면서 빨갱이라 내몰렸습니다.보수언론과 방송의 매카시즘적 보도가 이어졌고, 소위 ‘국민’들은 전교조 교사들을 향해 돌팔매를 하고 손가락질을 했었습니다.전교조 출범을 우려하고, 사상이 불순한 교사들이 순진한 학생들을 물들게 할 우려가 있다는 선동을 하면서 당시 노태우 정권은 공안정국을 조성, 전교조를 깨려고 나섰습니다.”
그는 전교조 교사들과 뜻을 같이해 학업 대신 투쟁을 선택한, 이른바 ‘고등학생 운동’을 이어 설명하며, 그들이 받은 부당한 대우도 덧붙였다.

“많은 학생들이 89~91년에 참교육 쟁취투쟁에 나섰습니다.학생들은 징계를 당했고, 심지어 구속, 수배된 학생들도 있었으며, 퇴학뿐만 아니라 무기정학, 유기정학, 근신, 자퇴 강요 등의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구타당하고, 모욕당하고, 욕설과 손찌검을 당해야 했습니다.아이들은 구타와 강제 퇴학에도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글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15년여의 세월이 지났습니다.그 시절 거리로 나섰던 1500여명의 선생님들은 이제 복직되셨고, 다 중년의 교사들이 되셨습니다.그것은 학생들 또한 바라던 바였기 때문에 기쁜 일입니다.그런데 그 때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
글쓴이는 이제 교사들이 ‘그 때의 아이들’ 편이 되어줄 차례라며 글을 맺었다.

 

철저한 현황조사로 명예회복 책임 다해 주길
“(전교조와 참학의) 성명서가 나온지 보름 정도 지난 것 같은데요. 현황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또 어떤 계획이 진행중에 있는지 궁금해서 이렇게 씁니다.그리고 무엇보다도 성명서에 밝힌 그러한 약속이 공문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아이들이 선생님들의 편이 기꺼이 되어줬던 것처럼, 이제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편이 되어줄 차례입니다.그것이 전교조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던 아이들’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한편 마산 합포고등학교 김용택 교사는 이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옮겨 실으면서 전문을 통해 “이제 전교조가 빚을 갚아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아침에 경남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갔다가 이 글을 읽고 마치 새로운 사실을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경남대학과 창원대학, 경상대학 교수님들, 그리고 고협(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 학생들, 이름 없는 시민들이 보낸 성원에 대해 부끄럽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서 이 글을 옮긴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교조 경남지부 양태인 대변인은 “아직 다른 사업들이 많아 (성명에서 약속한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른 시일 안에 체계적인 사업을 시작하도록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 홍대업 기자 (hongup7@dreamdrug.com)/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