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그림사진

사랑의 ‘매’인가 감정의 ‘폭력’인가

강산21 2006. 7. 1. 18:55

사랑의 매? 맞는순간 학생은 안다
 
[문화일보 2006-07-01 13:08] 
 
최근 전북 군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어린 학생들의 뺨을 때리고 책을 집어던지는 내용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사회적 논란을 빚은 끝에 직위해제됐다. 이어 수원의 한 중학교 에서도 체육교사가 태도 불량을 이유로 학생들의 뺨을 때려 고막이 파열되는 일이 벌어졌다.

관행이라는 이름 하에 이뤄지는 학교체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까. 교육을 위해 과연 매를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금 우 리 사회가 고민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시점이다.

 

◆학교체벌, 과연 약인가 독인가 = 최근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전국 272개 초·중·고교생 8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 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6%가 ‘올해 교사에게 체벌을 당한 경 험이 있다’고 답해 아직도 학교체벌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 음을 보여줬다. 응답자 중 15.8%는 ‘(체벌당한 경험이)자주 있 었다’고 답했고, ‘가끔 있었다’는 답은 63.9%였다. 하지만 조사에 응한 학생의 절반이 넘는 57.1%는 ‘잘못했으므로 체벌은 당연 하다’고 답해 여전히 체벌을 수용하는 기류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체벌의 비교육적 측면에 대해서는 누구 나 공감하고 있지만 교육적 효험에 대한 의견은 많이 엇갈린다.

 

다만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적으로 허용되는 묵시적 범주가 있고, 논란이 잦아지면서 일부에서는 매의 종류나 횟수 등에 관해 자 체 지침을 둔 학교까지 있다. 하지만 대체로는 교사들의 양식과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재갑 한국교총 대변인은 “다른 학생들에게 심한 피해를 주거 나 반복적 지도에도 교정이 안 되면 체벌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아예 법적으로 원천 금지하자는 주장이 있는 등 인식상의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의견이 분분한 데 비해 학부모 단체들은 대체로 반대다. 박경량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회장은 “군대에서도 물리적 구타를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의 이경자 사무국장도 “쉽고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는 이유로 체벌을 하는데 조금만 노력하면 체벌하지 않아도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다 ”며 반대했다.

 

◆모호한 법적 기준과 체벌에 대한 판례 = 우리나라 초·중등교 육법 18조 1항에서는 “학교의 장은…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했고, 시행령 31조 7항에서 “학 교의 장은…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 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규정은 없지 만, 불가피한 경우 체벌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법원 판결 역시 교사의 학생에 대한 징계나 지도는 기본적으로 처벌하지 않지만, 과도한 체벌 등으로 이어져 사회 윤리나 통념 상 용인되는 범위를 넘은 것으로 판단하면 처벌대상이 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학생 2명을 공개 장소에서 폭행하고, 3명에게 욕설을 해 기소된 중학교 교사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체벌, 비하하는 말 등은 다 른 수단으로 학생을 교정하기 불가능한 경우로 사회통념상 용인 될 만한 타당성을 갖춘 경우에만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 시했다. 그 밖의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체벌의 동기와 경위, 방법, 정도, 체벌 부위, 교사로서의 주의의무가 모두 적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 사례 = 체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교육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이를 둘러싼 각 나라의 입법례도 다양하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교육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반론들이 제기되면서 법률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스페인, 룩셈부르크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집단체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 미국은 27개주가 체벌을 금지 하고 있고, 나머지 23개주는 허용하는 등 주에 따라 체벌 허용 여부가 갈린다. 반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의 경우 교 육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제한된 범위에서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김남석·노윤정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