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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호주 부끄럽게 만든 노숙자 유학생

강산21 2006. 6. 25. 21:04
미국―호주 부끄럽게 만든 노숙자 유학생
[쿠키뉴스] 2006년 06월 25일(일) 16:42



[쿠키 지구촌=호주] 호주 시드니에서 연간 3만3천불(약 2,400만원)의 등록금을 납부하랴 학교 수업을 따라가랴 애쓰면서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구하며 공원 숲에서 포섬(주머니쥐)들과 함께 노숙을 하는 미국인 유학생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 호주언론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의대생인 아담 후버(24) 씨로 그는 "부자를 위한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위해 일할 생각이 없으며 호주에서 원주민들을 위해 의료봉사의 삶을 살기를 원하고 있다.

 

작년초 시드니에 도착한 후버 씨는 대학에서 의학사 및 외과학사 과정을 밟아온 지난 18개월의 대부분을 숲에서 노숙하며 밤이면 작은 방수천(타폴린)과 담요 몇 장으로 시드니의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그는 그동안 사정이 너무 절박한 나머지 슈퍼마켓의 후미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대학 부근 카페들을 전전하며 먹다 남은 음식을 구걸하여 끼니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후버 씨는 당초 전립선암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가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제공받는 스칼라십을 딴 줄 알고 시드니에 왔으나 대학 측으로부터 연구보조 계획이 불발로 끝났으니 공부를 하려면 3만3천불의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됐다.

삼촌이 항공요금을 도와줘 호주에 온 후버 씨는 애써 입학자격을 얻은 의대 자리를 잃을까봐 한 수면장애 클리닉에 취직하여 야근을 하고 낮에는 대학공부를 계속해 왔다.

 

작년에는 학교에서 등록금 미납을 이유로 최종 시험을 불허하는 바람에 돈을 벌기 위해 18일 연속해서 12시간의 야근을 하기도 했다.그는 그렇게 해서 등록금의 50-60%를 냈지만 그러다 보니 먹지를 못했다면서 어쨌든 나머지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대학 의학부 측은 거듭 그를 제적시키면서 그에게 자퇴할 것을 종용하고 정신과의사에게 보내기도 했으며 대학의 학생조합 측도 그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후버 씨는 채무회수 대행업체로 회부할 것이라는 편지를 받기도 했으며 등록금을 내지 않은 것은 학생비자규정 위반이므로 이민부에 신고하겠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대변인은 학생문제 조정관을 통해 저비용의 숙소 지원 등을 제안했지만 이러한 기회들을 그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유학생은 누구든지 학비를 벌기 위해 학업을 연기할 수 있으며 귀국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한권의 교과서도 사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모든 과목을 패스한 후버 씨는 그의 학위과정을 마치고 나서 국제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를 위해 일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나의 의지는 아주 강하다.나는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내가 누구를 위해 일하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다.나는 미국에서 일하고 싶었던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미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에서는 부자들을 위해 일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의 등록금을 도와주거나 연방정부가 보조하는 HECS(고등교육분담제도. 의대생의 경우 연간 8,170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영주권 취득을 도와줄 독지가를 찾고 있다.

 

"호주 원주민사회에는 의료서비스의 필요가 절실하다는 것, 호주에는 제대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계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