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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한당 사회'에 살고 있다

강산21 2006. 5. 6. 01:29

star02_green.gif언론과 토지정의

 


                                     
우리는 '불한당 사회'에 살고 있다

[주장] 부동산에 울고웃는 한국사회, 바꿀 수 있다

고영근  


얼마 전,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 가운데 각국의 2005년 국내총생산(GDP) 잠정 집계치를 비교했더니 한국의 GDP규모가 7930억7천만 달러로 '당당히' 세계 10위에 올라섰다는 내용이었다.


샴페인이라도 터뜨리며 자축해야할 일 아닌가 했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말을 아꼈다. 우리나라 GDP규모가 커진 이유가 지난해 달러 대비 원화의 절상률이 높아서일 뿐 경제성장률(실질국내총생산)은 4.0%에 그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난 1년간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급격히 올라간 것 때문이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라니 우리나라도 꽤 사는 나라였네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머릿속 한편에서는 '그런데 그 많은 돈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갔지?' 하는 생각이 번뜩인다.


그 많은 돈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또 하나의 통계가 얼마 후 발표되었다.


지난 4월 28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값 총액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5배나 된다는 내용이었다. 공시가격 기준, 우리나라의 집값 총액은 1269조원으로 이는 지난해 GDP 802조6200억원의 1.57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식을 다 팔아도 1.6배나 더 높은 셈이다.


땅값은 이보다 더 심하다. 전국 2791만필지(비과세 토지 제외) 907억740만㎡의 개별 공시지가 합산액이 2176조2천억원으로 GDP보다 2.7배나 더 컸다. 집값 땅값 다 합치면 3445조원으로 지난해 GDP의 4.3배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근로자 평균 가구소득 대비 평균 주택가격(PIR)은 5.5배로 미국(2.7배), 영국(4.6배) 등 주요 선진국보다도 더 높아 집값이 경제 수준보다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주택의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60~80% 수준인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실제 집값 총액은 1586조8천억원~2115조7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어 상황은 이보다 더 나빠진다.


여기서 또 하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번뜩인다. '그럼 그 많은 돈은 또 다 어디로 갔지?'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의문을 들게 만드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전국 최초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아파트 평당 가격이 4천만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종합부동산회사 부동산써브가 지난 4월 27일 기준으로 서울의 동별 아파트 평당 가격을 조사한 결과, 개포동이 406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4년 4월 평당 3000만원대였던 것에서 불과 2년 만에 4천만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에 질세라, 강남구 압구정동은 평당 3447만원으로 2위를 강남구 대치동(3251만원)과 송파구 잠실동(3015만원)은 각각 3·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개포동의 아파트를 사려면 한 달에 166만원 정도를 버는 연봉 2천만원 수준의 직장인이 돈 한 푼 쓰지 않고 2년 동안 꼬박 일해야 '달랑 1평' 을 살 수가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또다른 의문이 머릿속을 스친다. '도대체 그럼,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 아파트 사는데 그 많은 돈은 도대체 다 어디서 났지?'


말 그대로, 불한당 사회

 

위에서 지루하게 나열한 이러한 통계들은 지금 이 시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언제부터인가 부동산은 한국사회의 희망과 절망이 되어버렸다.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과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부동산은 각각 희망과 절망의 교차로가 된다. 부동산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사람들의 표정도 달라지는 한국사회. 이게 제대로 된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옛 어른들께서 하셨던 아주 심한 욕 중에 '불한당같은 놈'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모욕적인 이 욕은 바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남의 것을 빼앗는 무리'를 말한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은 불로소득을 누리는 것을 경멸하고 죄악시했다. 이는 우리 조상들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 모든 문명에서 공통된 자연법과도 같은 도덕법칙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노동으로는 도저히 집 한 칸 장만할 수 없게 되어버린 현실에서 우리는 불한당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라고 떠밀린다. "억울하고 부러우면 너도 어서 늦기 전에 우리 대열에 들어와서 부자돼 봐." 이것이 바로 물신숭배로 상징되는 이 시대 한국사회의 정신이다.


이쯤에서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뭐 어쩌자고?" 이에 대한 대답으로 지공주의를 그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한국사회가 취해있는 부동산불로소득의 물신숭배로부터 그리고 살인적인 부동산 재앙으로부터 우리를 구해 줄 지공주의 말이다.


지공주의는 동서양과 모든 종교를 막론하고, 인류역사에서 보편적이고 도덕적인 자연법과도 같은 그러한 정신이었다.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도 상대적이 되어버린 물신숭배의 이 시대에 그러한 정신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공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에 따라 이 땅은 우리에게 물리적인 법칙처럼 그대로 되갚아준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부여되는 천부적이고도 자연적인 땅에 대한 권리를 우리가 부정할 때, 자연은 양극화라는 피할 수 없는 심판의 칼날을 우리에게 내리친다. 마치 제로섬(Zero-Sum) 게임처럼 누군가 많이 가지면 누군가는 적게 가지거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자연법칙과도 같은 지공을 무시하면서 어찌 양극화를 없애고 부동산을 잡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방법은 있다, 토지가치를 공유하자


한국사회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공의 정신과 실현은 희망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부여되는 땅에 대한 권리를 토지가치의 공유를 통해 달성하면 된다.


그 방법이야 뭐가 되든 좋다. 토지가치를 사회가 공유하는 원리가 적용되기만 하면 된다. '건물'이 아닌 '토지'에 대한 과세와 함께 '거래세'가 아닌 '보유세' 중심의 조세이동이 되어도 좋다. 생산적인 노력소득에 대한 감세과 함께 부동산불로소득에 대한 증세를 함께 진행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편을 통한 조세대체도 좋다.


토지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도 좋다. 아니면 존 스튜어트 밀이 제안했던 대로 지대이자차액세(국토보유세)나 헨리 조지가 제안했던 지대조세제(토지가치세)도 더 없이 좋다. 아니면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국가가 국유지 비율을 점차 늘려가면서 공공주택(사회주택)을 확충하는 것도 좋다.


북한과의 통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북한에는 토지공공임대제를 통해 토지가치를 공유하고 남한은 토지가치공유제를 실시하여 통일한국의 경제체제를 맞추어 가면 우리에게 통일의 문은 더 빨리 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를 짓누르며 우리 국민들의 숨통을 막히게 하는 살인적인 부동산문제를 해결 할 간단명료한 대안인 지공주의를 더 이상 늦기 전에 허하라! 그 길만이 이 나라가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