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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월리스의 <하나님의 정치>,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깨우친다

강산21 2006. 4. 2. 20:36
[180호 지성의식탁] 우리는 하나님 편에 서 있는가
짐 월리스의 <하나님의 정치>,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깨우친다

 

이성헌(shpaullee) [조회수 : 204]

 

 

   
▲ 짐 월리스의 <하나님의 정치(God's politics)>ⓒ뉴스앤조이 신철민
작년 말 로스엔젤레스 파사데나에 있는 교회에서 목사가 부시의 이라크전쟁을 비판하는 설교를 한 이유로 비영리기관 세금공제 혜택을 박탈하겠다는 정부기관의 압력을 받아 큰 이슈가 되었다.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교회는 비영리기관이 될 수 없다는 정부 기관의 논리였다. 불의한 전쟁을 시작한 정부를 향해 기독교 신앙의 양심을 걸고 침묵할 수 없다고 목사는 반박했다. 

정치와 종교를 함께 말할 수 없을까? 짐 월리스는<하나님의 정치>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있다. 미국 중부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자란 그는 청소년 시절 인종문제와 관련하여 모교회가 백인 사회의 보수성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실망하여 교회를 떠난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차별받는 삶을 공감하기 위해 그들과 나란히 공장에서 노동하면서 도시 노동현장을 배운다. 이후 그는 시카고 트리니티신학교 재학시절 사회와 정치문제에 관심이 있는 동료들과 함께 잡지를 발간하게 되고 이 잡지는 이후 미국 내 사회·정치 문제를 다루는 대표적인 기독교 언론지인 <Sojourners>로 이어지게 된다.   

하나님은 정치는 인간에게 향한다

그가 내세우는 주요 논점은 하나님의 정치는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넘어서 인간 삶의 문제에 관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미국이 직면한 실제 문제를 옳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부시와 미국 공화당은 '도덕가치'를 주로 낙태와 동성결혼과 같은 선동적인 문제에만 초점을 두면서 보수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유도해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가난·전쟁·경제정의·환경 등과 같은 더욱 중요한 도덕 가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다.

부시는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낙태와 동성결혼의 쟁점을 부각시켜 보수교회의 대대적 지지표를 얻어냈다는 사실은 자명하게 드러났다. 한편 미국 민주당은 종교와 정치 분리 원칙을 교리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종교와 신앙을 개인의 사생활로만 축소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실상 종교는 악을 현실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사회윤리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다. 나아가 종교는 윤리적 가치를 이끌어 가는 정신적 기반으로 작용한다. 종교와 신앙의 문제를 사생활의 영역으로만 축소한 민주당은 인간과 사회를 총제적으로 이해하지 잘못을 범하고 있다.

하나님은 '당파'가 없다고 월리스는 주장한다. 하나님은 인간 정치가 외면하는 곳에 관심을 갖도록 촉구한다. 특히 미국의 가난문제는 심각하다. 경제가 어려운 지역사회는 정부의 특별한 지원정책 없이는 순환적인 가난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지역사회 (특히 대도시)는 인종문제와 더불어 심각한 가난을 경험하고 있다.

부시는 이라크 전쟁을 위해 1주일에 10억 달러를 낭비하고 있다. 반면 자녀 양육 보조금으로 5년 동안 5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수년 동안 적자예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적자액이 5년 안에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국가 살림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부는 이라크전쟁을 위해 2000억 달러 (2004년) 예산을 요구했다. 9·11 뒤로 국방비가 44퍼센트 증가했으며, 이는 냉전 시대 이후로 최대의 군사예산이다.

월리스의 매몰찬 비판의 목소리

월리스는 부시의 미국 국제 정책을 세계 제국주의라고 비판한다. '불안'에 바탕한 국제정책은 결국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통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오판을 내렸다. 로완 윌리암(영국교회 대주교) 말대로, 공동 안전 없이는 안전이란 존재할 수 없다. 세계는 유기적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은 불법적이며, 지혜롭지 못하며, 비도덕적인 전쟁이다. 9·11 뒤로 미국은 국제사회의 입장을 무시하고 독단적 전쟁을 감행했다.

특별히 9·11 테러와 직접 연관도 없는 이라크에 '선제방어적'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군사적 침범을 합리화했다. 9·11을 통해 미국은 자성의 기회를 가졌어야 했다. 부시는 미국의 이상과 '하나님의 뜻'을 맞바꿔치기 해서, 결국 이라크 전쟁을 하나님이 미국에 임명한 미션인 것인양 거짓 신학을 만들어냈다. 부시 신학의 문제는 '평화를 만들라,' '자기 안에 있는 들보를 보라,'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예수의 말씀을 철저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부시정부는 현재 미국 대기업들을 이라크에 투입해 기하학적 예산의 전쟁 복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월리스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가난과의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사회적 안정을 가져올 수 없다고 말한다. 부시는 부유한 기업인들이 더욱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세금 공제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미국의 빈부차를 더욱 벌려놓았다. 예를 들어 알라바마주에서 월 100만 원 수입을 가진 사람은 수입의 10 퍼센트 이상을 정부세금으로 올려야 한다. 쉽게 말해 정부에 십일조를 헌납하는 겪이다. 반면 월 2300만 원 수입을 가진 사람은 4 퍼센트 세금만 내면 된다. 미국 정치인들은 가난의 문제를 심각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리스는 평가한다.

정치인들은 가난을 해결하겠다는 정략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지만 실천이 미약하고, 일부 인사들은 가난은 개인의 게으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실상 가난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부시는 '동정심 있는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 라는 선거정략을 내세우고, 종교 신앙 기관 지원을 통해 가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함으로서 보수교회의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성경은 가난한 자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다. 구약 성서 미가 예언자는 민족들이 서로 분쟁하지 않고 평화로운 시대가 올 것이며, 그때는 모든 생명이 자기 삶의 보금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한다. 예수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했으며 그들에게 하나님나라의 비전을 가르쳐주었다.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평화운동가들은 성서의 중심에 흐르는 이 말씀에 비추어 사회개혁을 요구했고 이러한 성서적 윤리를 실천하면서 고난에 동참했다. 가난한 자를 세우라는 성서의 중심 메시지를 잃어버린 교회는 이 정신을 깊이 묵상하고 반성해야 한다. 생각과 정책만 가지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 개인적인 참여와 결단이 필요하고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종교는 연약한 자와 함께 서는 것

   
▲ ⓒ뉴스앤조이 신철민
하나님은 인격적인(personal) 분이다. 그러므로 종교인이 하나님을 만나 마음의 중심을 바꾸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하나님은 사적인(private) 분은 아니다. 고로 종교를 개인의 사생활로만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다. 월리스의 이러한 하나님 이해는 진보신앙과 보수신앙 모두에게 좋은 충고가 될 수 있다. 지적 진보적 신앙인들이 하나님을 단지 사유의 대상으로만 간주한다면 인격적 만남을 기대하기란 힘들 것이다. 인격적 만남이 없이는 신앙적 성장이 중단된다. 하나님을 사적인(private)  분으로 국한시켜 이해하는 것은 미국 20세기 복음주의가 잉태해낸 기독교 이단이라고 월리스는 강하게 경계한다.

종교가 정치에 관여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월리스는 두 가지 사례를 빗대어 설명한다. 미국 보수 근본주의 그룹은(예, Jerry Falwell 과 Pat Robertson) 보수 기독교 다수의 신앙적 가치를 미국 정치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레이건 정권과 정치적 연대를 갖았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도덕적 가치를 설득하기는커녕 정부의 비민주적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정치적 허수아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정치적 권력을 맛본 그들은 실상 평범한 시민들의 요구에 둔감해졌다. 반면 정치권 밖에서 가난한 시민들과 함께 마음과 고통을 나누면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었던 흑인 교회 지도자들 (예, 마틴 루터 킹 목사)은 실제적 사회변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제의 요는 종교가 연약하고 가난한 사람과 함께 설 수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대부분의 논지에 동의를 하면서도,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을 지적하고 싶다. 월리스는 전쟁 없이 국제적 연대와 기구를 통해 테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제 경찰과 국제법 강화를 제언한다.  '힘(권력)'이 늘 나쁜 것이 아니라는 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힘을 좋은 방향(폭력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국제기구가 기형적으로 서구 강대국 중심적이라는 현실을 생각할 때, 어떤 종류의 국제기구를 의미하는지 그는 좀더 명확히 해야 했다. 미국이 범한 역사적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과에 대한 제안은 훌륭하다. 하지만 어떻게 역사를 재교육하며 세계인권문제를 논의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님의 정치란 무엇인가? 월리스는 대답한다. ‘하나님이 우리 편에 계신갗를 묻지 말고, ‘우리가 하나님 편에 서 있는지’를 고민하라. 짐 월리스의 <하나님의 정치>는 기독교인으로써 사회와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쌓아온 그의 경험과 지식이 잘 녹아 있는 책이다. 미국적 상황에서 기록된 책이지만 세계평화와 기독교 사회윤리에 관한 내용들은 한국적 상황에서도 의미 있게 읽혀질 수 있다.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일깨우는 일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짐 월리스는 미국 내 대표적인 기독교 사회 운동가이자 강연가이다. 종교․정치․국제정책에 대한 논평가로 활약하고 있다. 기독교평화정의단체인 ‘Sojourners’를 설립했으며, 기관지 <Sojourners>의 편집장이다. 또한 가난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교회 신앙연합단체인 ‘Call to Renewal’의 대표로 있으며, 정부의 사회복지 예산 책정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성헌 /  미국거주, 성서학과 문헌정보 석사

 

2006년 03월 31일 18:0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