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글 좋은글

평범한 것이 소중한 것입니다

강산21 2001. 5. 4. 00:09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평범함이 소중한 것입니다

어머니 김용애 씨(41세)는 6년 전 상원이를 낳았다. 하지만 순산의 기쁨도 잠시, 김씨는 산모의고통보다도 몇 배는 더한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아이가 몇 가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귀가 미성숙한 상태였고 스스로 호흡을 하지도못했다. 빠는 능력이 없어 젖을 먹지도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폐렴의 전조도 보였고 뇌에도 작은 수종이 있었다.
“3일이 됐을 때의사는 아기를 포기하라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복합적인 장애가 너무 심했던 거지요. 특히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종교 재단의 병원에서 그런 말을 할정도니, 아이의 상태를 미뤄 짐작할 수 있었지요. 태어나자마자 입에 튜브를 꽂고 아파하는 아기가 안쓰러워 잠도 못 잤습니다. 주저앉고도싶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생명은 누구의 것인가. 부모의 것인가. 아니다. 생명은 이미 아기의 몫인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머니로서 해야 할 일이 보다 분명해졌다. 아기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할 것. 그 밖의 어쩔 수없는 운명이 있다면 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몸이 몹시 약했던 탓에 상원이는 한 달 가량을 인큐베이터 안에서 자라야만 했다.병원에서는 커다란 인큐베이터를 만들어서 상원이를 보살피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런 주위의 정성을 알았는지 상원이의 상태는 점점 호전되어 갔고, 두달쯤 돼서는 퇴원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다.
“퇴원하기 전에 튜브를 갈아 끼우고 우유를 먹이고 가래를 빼주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특히튜브를 갈아 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식도로 들어가는지 기도로 들어가는지 잘 모르니까 항상 조심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대여섯 차례 양을조금씩 늘려가면서 우유를 먹였습니다. 그렇게 일년 반을 하니까 우유를 빨기 시작했어요.”
유독 새벽 3시 정도에 극성을 부렸다고 했다.크르렁 크르렁. 설 잠 속에서도 아이의 목에서 끓는 가래는 탱크 소리처럼 들렸다. 일어나서 식염수를 넣어주고, 구역 반사로 가래를 빼고, 서너시간 등을 두들겨주면 어느 새 날이 훤히 밝아 왔다. 그렇게 아이를 돌보다 보니 김씨의 건강도 극도로 악화되었다. 남편의 등에 업혀 병원에가면서도 김씨는 중얼거렸다고 했다. ‘내가 이렇게 힘든 데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
“서너 살까지 건더기 음식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만2년 4개월이 돼서야 처음 걷기 시작했어요. 숨쉬고 밥 먹고 걷고 웃고. 남들은 당연한 걸로 느껴지겠지만 가족들에게 그보다 큰 기쁨은없었습니다.”
누나에게 응석을 부리는 상원이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아버지 이기복 씨(42세)가 말문을 연다. 그리고 바쁜 직장일 때문에마음만큼 상원이와 아내를 도와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해했다.
현재 상원이는 걸음걸이가 약간 서툰, 외관상 일곱 살의 귀여운 아이다.그러나 아직 상원이는 귀가 많이 아프다. 서툰 걸음도 귀에서 평형을 유지해 주는 세관골이가 기능을 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란다. 또 소리를듣게 하는 달팽이관이 미발육 상태로 남아 있어 상원이는 아직 듣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달팽이관과 세관골이는 현재 수술로 그 기능을 정상화시킬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1억 원 정도 한다는 수술비다. 병원에서조차 불가능하다고 한 많은 것들을 상원이는 스스로 해 냈다. 이젠 돈만 있으면해결되는 문제인데, 자신의 월급으로 몇 년을 모아야만 아이에게 소리를 찾아줄지, 아버지는 그저 안타깝고 미안할따름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모두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상원이의 수술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닌, 반드시해 내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꼭 수술을 시키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았던 마음과 사연들을 다른 엄마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습니다.”
어머니김씨는 지난 가을부터 기억을 더듬어 썼다는 상원이의 양육 일기를 보여준다. 얼핏보아도 단행본 한 권 분량은 훨씬 넘는 부피의 지면마다 진한모정(母情)의 향기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작은 누나 진주(11세)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상원이를 돌보는 일이다. 그처럼 진주는 동생을너무너무 사랑한다. 상원이가 어느 때 가장 예쁘냐고 묻자, 때리지만 않으면 모두 예쁘단다.
“친구들에게 못하는 투정을 바로 누나에게 많이하는 편이지요. 상원이가 휘두른 주먹이 너무 아파도 진주는 울지를 못해요. 동생이 엄마한테 야단맞을까 걱정이 된대요.”
엄마가 웃으며진주의 동생 사랑을 소개했을 때, 벌써 진주의 눈가는 붉게 젖어 있었다. 원예가가 되어 집의 정원에다 온통 꽃을 심고 싶다는 큰누나은주(12세)도 상원이를 사랑한다. 은주는 상원이가 빨리 나아서 함께 떠들고 웃고 뛰놀았으면 좋겠단다.
“가족은요, 한지붕 밑에서 같이살면서요, 슬플 때는 슬픔을, 기쁠 때는 기쁨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이랍니다.”
은주가 들려주는, 어쩌면 평범한 가족의 정의가 그토록절박하고도 아름답게 들렸던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은주네 가족들의 사랑과 희생과 기쁨을, 말보다는 은연중에, 무언의 느낌으로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후원 계좌 : 농협 800-02-050381(예금주 :이상원)
연락처 : 032-821-8004
글 서상영│사진 최호식

월간 여의주 2001.4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따뜻한글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듣고싶던 그 한마디  (0) 2001.05.08
그 사람의 향기  (0) 2001.05.07
"엄마, 난 그래도 상훈이가 좋아요"  (0) 2001.05.03
여섯개 반의 손가락  (0) 2001.05.02
요즘도 밥굶는 애들이 있다고?  (0) 2001.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