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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애인 의료실태 첫종합보고서

강산21 2005. 10. 25. 15:24
정부 무관심·정보부족·큰 비용 장애인 90% 재활 ‘사각지대’
장애인 의료실태 첫 종합보고서
이창곤 기자
▲ 장애복지시설을 돌며 무료진료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립아동병원 의료진이 최근 한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 어린이들을 상대로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 이정우 기자 woo@hani.co.kr
병실 부족해 장기입원 못해…지원 내용 잘몰라
제때 적절한 치료 못받고 방치…회복기회 놓쳐

 

서울 관악구 신림6동에 사는 남덕현씨(69)는 척수장애 2급의 장애인이다. 2002년 아들네 집 앞에서 발을 헛디뎠다. 작은 실수는 척수장애란 엄청난 결과로 나타났다. 똥 오줌도 못 가리게 된 느닷없이 다가온 장애. 1년여 동안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이대목동병원, 국립재활원 등을 순례하듯 돌았다. 부족한 병실과 병원 탓에 한 곳에서 2~3달 이상을 머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치료비와 약값도 밑빠진 독에 물붓듯 들어가, 집마저 날릴까 두려웠다. 아픈 몸을 무릅쓰고 비싼 진통제를 끊었다. 재활치료도 포기하고 남씨는 자신을 집 안에 가뒀다.

아들이 집안 곳곳에 만들어 놓은 손잡이를 잡으며 운동을 하며 재활의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으나, 의사 등 전문인들의 도움없는 재활의 길은 멀고 멀었다. 정부와 서울시 등 당국에 기대어 보려 했으나 재활치료를 위한 정부 정책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지원도 몰라 이용을 못했다. 장애인들이 재활용 보장구를 살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기준액 범위 안에서 80%까지 지원을 해준다는 걸 몰랐다. 자신을 돌보느라 삶이 묶인 가족들을 위해 인근 복지관에 목욕 수발 서비스를 요청해 보았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배우자 등 보호자가 있으면 방문 수발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작 그가 참을 수 없는 건 재활의 희망, 사회복귀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10분 이상을 계속 서거나 앉거나 할 수 없어 인터뷰 내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던 남씨. “빨리 죽었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구조사를 위해 남씨를 살펴 본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의 의사는 그가 초기에 제때, 제대로 재활치료를 계속 받았으면 자신의 몸만은 자신이 돌볼 수 있는 재활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활치료를 받아야 할 장애인들이 정부와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걸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종합연구서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의 김윤 교수팀은 최근 건강공단의 용역을 받아 ‘장애인의 요양급여 이용실태분석 및 의료보장 강화방안 연구’란 이름의 장애인 의료 실태보고서를 발간했다. 장애인 의료실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첫 종합보고서란 평가를 받았다.

 

이 보고서를 보면, 숱한 장애인들이 전문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면 재활과 사회복귀가 가능한데도, 가정 등에서 함부로 내버려져 장애가 더욱 악화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표본조사결과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는 장애인은 10.4%에 불과했다. 더욱이 서울 시내 장애인 가구와 비장애인 가구의 의료비용을 비교한 조사에서, 비장애인 가구는 월 평균 소득(324만원)의 3.4%(11만원)가 의료비로 쓰이는 데 견줘 장애인 가구는 거의 7배에 가까운 월평균 소득(115만원)의 20.7%(24만원)를 의료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등 열악한 경제적 환경에 놓여 있었다. 또, 건강검진이 더 필요한데도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되레 덜 건강검진을 받고 있었고, 많은 장애인들은 재활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상당수의 보장구가 사용이 적절치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윤 교수는 “정부의 무관심, 정보부족, 높은 의료비용에 따른 의료기관 기피 등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한 채 방치된 한국 장애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연구결과로, 장애인주치의제 도입 등 정부의 장애인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장애인 주치의제도 도입 절실

본인부담금 인하·건강보험 급여확대도 필요

서울 중랑구의 ㅇ씨는 반지하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다. 막일을 하던 그도 사고로 느닷없이 하반신마비 장애자가 됐다. 방을 기어 움직일 수 있는 그를 돌보느라 부인은 하루종일 묶여 있다. 장애인은 질환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년 동안 정기검진 한차례 받지 않았다. 그를 직접 살핀 국립재활원 의사는 “초기에 2년 정도만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았다면 적어도 부인의 도움없이 지낼 수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팀은 이번 조사 결과 장애인들이 의료 서비스를 적절히 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네가지를 꼽았다. 의료비는 높은데 소득이 낮은 것이 첫째이며, 혼자 힘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두번째 요인이다. 정보 부족과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잘못된 믿음도 여기에 든다.

하지만 연구팀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장애등록 이후 장애자에 대한 정기적인 관리가 없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진용 연구원은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견줘 건강 및 기능 상태가 나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지 못할 경우에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면서 “따라서 정기관리, 보장구 처방 및 훈련, 재활치료, 장애와 관련된 질병 및 원인질환 치료 등이 포괄적이고 연속적으로 제공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한 정책 대안으로 장애인주치의 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적어도 1년에 한차례는 담당 주치의를 통해 장애관련 의학적 처치 및 수술이 필요한지, 보장구는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재활서비스는 필요한지를 평가해 문제가 있으면 이를 바로잡아 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밖에도 장애인의 높은 의료비용을 낮춰주기 위한 △본인부담금 인하 △건강보험 급여확대 등을 꼽았다. 예컨대 시각장애인의 경우 저시력 보조기, 저시력 재활치료에 대한 보험급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장애인들이 쉽게 움직이고 수발을 받을 수 있는 이송 및 간병서비스 제공, 국립재활병원의 확충 및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저소득+높은 의료비 빈곤층 탈출은 먼 꿈

진료비 비장애인의 3.9배…건강검진 수검률도 40%그쳐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의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한국 장애인의 의료 현실은 사실상 ‘방치’라는 말로 요약된다. 많은 장애인들이 낮은 소득과 높은 진료비 부담,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재활을 포기한 채 서서히 저소득 빈곤층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낮은 소득, 높은 진료비=연구결과를 보면, 먼저 많은 장애인들은 소득수준이 낮은 데도 불구하고 높은 진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건강 상태가 나쁜 것은 물론이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전체 인구의 총 진료비는 약 15조3천억원. 이 가운데 장애인의 총 진료비는 1조4천억원이다. 전체 인구 대비 3%의 장애인이 의료비는 전체의 9.2%를 쓰고 있다. 1인당 총 진료비 구성에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견줘, 총 진료비가 3.9배나 많은 걸로 나타났다.

장애인은 특히 입원비가 비장애인보다 많았다. 이는 장애인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한 질병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때에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되는 현실이 더 큰 요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외래이용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이 외래를 통한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많은 장애인들이 건강검진이 필요한데도 이를 받고 있지 않거나,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기준으로 볼때, 비장애인의 건강검진 1차 수검률은 48.29%인데, 장애인은 40.90%였다. 건강검진은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게 더 필요한 것이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장애인들은 대체로 소득수준이 낮은 취약계층임이 확인됐다.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질환은 고혈압이며, 다음으로는 당뇨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환자들이 가장 많은 질환은 감기다.

 

10명중 1명만 적절한 재활치료=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지체·뇌병변·시각·청각장애자 311명을 표본으로 뽑아 이들의 실태를 정밀진단해, 전체의 61.1%가 의학적 처치 및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적절한 처치를 받고 있는 이들은 33.2%에 그쳤다. 시각장애는 방치하면 지속적으로 악화할 수 있고, 지체 및 뇌병변의 경우도 처치가 적절히 없으면 장애가 굳어지고 더 나빠진다.

 

더욱이 이들이 가지고 있는 보장구를 살펴보니 60.6%가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각장애의 경우 보청기 보유율은 82.9%로 높았으나 성능이 적절한 것은 21.4%에 그쳤다. 더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하는 지원금(보장구 기준금액 80%까지 보장)으로 보장구를 구입한 비율은 23.5%에 지나지 않았다. 정보 부족으로 이런 지원정책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는 이는 단 10.4%에 그쳐 그 심각성을 더했다. 1년에 1회 이상 정기진료를 받는 비율도 전체의 33.9%에 불과했다. 공식 통계상 2003년 말 국내 장애인은 146만여명. 이 가운데 지체·뇌병변·시각·청각장애자가 전체 장애인의 82.5%에 이른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출처 : Rotten Apples(메피스토,데니,ipreperna2) |글쓴이 : Rotten Apples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