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글 좋은글

인간방패 유은하님의 글

강산21 2003. 3. 28. 03:40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인간방패 유은하님글

인간방패로 바그다드에서 반전활동을 하는 유은하님이 홈페이지에서발췌합니다
(http://withyoo.cyworld.com/)

 

(photo by Bae Sang Hyun, In Al Kindy Hospital, about her story I'llwrite next letter.)

일곱 번째 편지- 폭격 속의 생일잔치

“거룩하신 주님 위대하신 주
하늘의위엄으로 다스리네
존귀한 어린 양 죽임 당하사
그 피로 우리를 구속하셨네
주 이름 찬양 그는 이스라엘의 전능자
주 이름찬양 주의 이름 권세로 인도하네
모든 이름 중 가장 높으신 이름
승리의 왕께 경배드리네“

사랑하고 존경하는 믿음의동역자, 그리고 후원자 여러분, 끊임없는 관심과 기도로 저는 잘 있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루의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된답니다.엊그제 받은 한국에서의 전화로는 여러분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하시던데, ‘그러지 마세요^^’ 특히 엄마, 울지 마세요. 엄마 닮아서 은하는OO해요.^^*

22일 토요일

어저께는 3일째 밤에만 공습이 있었는데, 오늘은 점심께쯤 잠깐 이메일 확인하고 머리를감으려고 호텔에 왔는데 IPT 전체회의를 2시에 하더군요. 어젯밤 공습 때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뉴스가 있는지 이야기하고 오늘 무엇을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21일(금) 밤에는 제가 있는 Al Wethba water plant(혹시 바그다드 지도가있다면, 약간 북쪽 티그리스 강 근처의 Medical city를 찾아보세요. 바로 그 근처입니다) 안 텐트 근처도 많이 폭격 당했고, 저는 보지못했지만 밤 9시 넘어서 비행긴지 미사일 조각인지 하나가 텐트 옆 정수장에 빠졌다는군요. 요 며칠과는 다르게 어제는 할 말이 많았던 모양입니다.제 옆에 앉은 자헤라 아줌마는 공포와 분노를 느끼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모두들 밤새 무사했던 것을 감사하며 오늘은 무엇을 할것인지를 나누었습니다.

무엇을 위한 보도인지

호텔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밤새 수많은 전화를 받은 모양입니다. 특히언론사로부터요. 물론 본국에 우리의 활동과 그 의미를 알리는 것은 중요한데, 문제는 질문의 의도나 방향 같습니다. 한 선생님이 받은 것 중에서,한 군데서도 “이라크 사람들이 얼마나 다쳤는지, 그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묻지 않았다 하는군요. 어떻게 전쟁이 되어가나 지켜보자는, 강 건너 불보듯 하는, 당신들이야 어차피 거기 들어가 있으니 특파원 노릇이나 하라는 태도는 정말 질색입니다. 제가 잠시 호텔에 들렀을 때 받은 전화만 여럿되는데, 특히 여러분들이 다 알고 계시는 ㅈ신문사는 자신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먼저 밝히지 않고 전화 받자마자 ‘거기 마지막 공습이 몇시지요?’라고 물어서 저를 답답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여기 취재하러 온 게 아니거든요. 부모님의 이름을 팔고, 국민의 이름을 팔아가면서-온국민이 당신들을 걱정한다는 식-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주요 폭격지를 택시로 돌아보면서도 사진 찍는 게 금지되어있기 때문에(전 어차피 카메라도 없지만) 눈으로 보고, 머리로, 마음으로 간직하는 거죠. 지면을 빌어 공식적으로 밝힙니다. 제 글을 언론사등에서, ‘저나 KAC의 동의 없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발췌 혹은 왜곡보도 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만일 그것이 확인되었을 시, 적극적인 법적대응을 할 것입니다. 또한 외무부 외의 기자실을 통하지 않은 모든 전화 인터뷰를 사절합니다. 저희 3명은 아직 아무 일 없습니다. 우리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곧바로 한국에 연락이 갈 테죠.

밤에도 낮에도

22일 낮 3시 정도, IPT 회의 중에 한두 차례에 기습공격이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가까운 곳이라 인터넷을 쓰러 간 팔레스틴에서도 연기가 보이더군요. 이제는 낮도 안전하지 않는 겁니다. 한 선생님과상현과 함께 정수장으로 돌아오면서 IPT 전용 택시 기사 모하메드에게 부탁해서 폭격 장소를 좀 지나쳐 가자고 했습니다. 강가의 외교부 건물,철도역, 그리고 관공서, 대사관들이 있는 카라데 거리 등이더군요. 기자들조차 출입을 안 시키므로(하긴 남아 있는 기자도 별로 없지만) 가까이가는 건 금지되어 있답니다. 오늘(22일) 아침 뉴스 발표로는 민간인 포함 207명이 다쳤다는군요. 그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요. 어제까지만해도 괜찮았는데, 오늘을 도시 곳곳에 포연과 화약 냄새가 퍼지고 있습니다. 밤에도 폭격소리가 계속되니까 아예 귀 막고잡니다.-.-

이 와중에도 IPT의 행동은 계속됩니다. 로버트 아저씨는 근처 폭격 지점을 찾아가 보겠다고 하고, 에이프릴 아줌마와리자 데주르(흑인 아가씨)와 자헤라 아줌마는 병원을 돌아보겠다고 합니다. 스튜어트 할아버지와 스카트는 인터뷰 요청이 있어서 다녀오고, 케티 켈리할머니는 호텔에 피신해 있는 가정의 아기들을 안아 주고, Cliff 할아버지는 계속 인터넷을 검색해서 새 뉴스를 알려주고, 찰리 할아버지는라디오로 BBC 뉴스를 듣고 말해 줍니다. Ramzi랑 몇 명은 강 건너 마을 한 가족의 13살짜리 딸 아말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바비큐와생일 케익을 주문한답니다. 내일 직접 다리 건너 레스토랑 야외에서 구울 건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제 생일도 며칠 남지 않았군요. 제 생애 가장특별한 생일이 되지 않을까요?*^^*

하두 기습적으로 비행기나 미사일이 날아다니니까, 그 비슷한 소리만 들려도 깜짝깜짝 놀라게됩니다. 전투기 날아오는 소리는 자동차가 멀리서 달려올 때의 소리랑 거의 비슷하고, 공습 사이렌 소리는 앰뷸런스랑 비슷하네요. 신시아 할머니는옆에서 카메라 플래쉬만 터져도 화들짝 놀랍니다. 큰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오래 정신적 후유증으로 고생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상황이 오래지속되면 저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여겨지네요.

어제부터 바그다드 시내에는 정유소가 공격당해서인지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덮고있습니다. 바람이 별로 없어서 연기는 멀리 움직이지도 않은 채 계속 머물러 있네요. 저를 비롯한 사람들이 조금씩 기침을 하고 있고, 호흡기에문제들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밤에 계속 불침번을 서고 있는데, 일교차가 워낙 심해서 찬 공기를 마시다 보니 감기들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감기약을 먹고는 잤지만, 여전히 건강에 주의해얄 것 같습니다.

폭격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야기하거나 노래하는중에 폭격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귀마개를 낍니다(첨에는 최병수 아저씨가 주고 간 무지막지하게 큰 헤드폰을 꼈는데, 넘 둔해서 제가관뒀습니다^^;;) 가까운 곳에 미사일이 떨어지면 귀가 멀 수 있거든요. 그리고 머리에는 광부가 쓰는 랜턴을 씁니다. 전기가 끊길 상황을대비하는 거죠. 그저께는 새벽 3-6시에 마틴 아저씨와, 어제는 3-5시에 혼자, 오늘 새벽 2-4시에는 상현이와 불침번을 섰습니다. 첫 날에는마틴 아저씨가 왜 여기 오게 되었는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에 대해 길게 이야기해주었고, 같이 노래책을 가지고 노래하고, 성경말씀을 나누고,이라크의 옛 지명인 바빌로니아에 관한 성경을 찾아보며 공부하고, 제 이야기도 좀 하고 그러다보니 후딱 시간이 가더군요. 어제 불침번은 혼자라서그런지 매우 졸리고 추웠습니다. 담요를 둘둘 말고 바깥 의자에 앉아 있다가 졸다가 사이렌 소리에 두어 번 깨고(정말 비상 사태가 발생하면불침번이 호루라기를 불어서 모두를 깨우고 임시 숙소 침대 밑에 들어가 숨기로 했습니다).

어떤 기도를 할것인가

방금(22일 9시 30분) 또 폭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가까운 곳에 터져서 땅이 진동을 하더군요. 포격이 시작되면 근처모스크에서 “알라~뭐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처음에 하루 5번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라고 생각되었는데, 매번 폭격때마다 계속되니까 좀더 주의해서 듣게 되더군요. 처절하게 호소하는 듯한 소리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성전(聖戰: 성스러운 전쟁)을 촉구하고알라의 도움을 구하는 기도소리라고 하더군요. 두 명 정도의 소리가 같이 들리는데, 하나는 “알라~ 아크바(God is great)"하는 소리고또 한 소리는 계속 내용이 바뀌는데, ‘알라여, 이라크를 도우시고 미국에게 해를 입히소서’라는 뜻의 소리라더군요. 처음에는 노래를 녹음한 것이라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사이렌이 울리고 공격이 시작될 때마다 모스크에 대기하는 사람(기도 담당자?)들이 마이크를 대고 기도를 하고 있는 것같다고 합니다(자헤라 아줌마 왈). 여하튼, 폭격 소리와 기도 소리가 참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네요. 허 참..미국은 하나님의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이라크는 알라에게 도움을 구하고, 우리는 무슨 기도를 해야 할까요?

이곳 텐트에서 아침마다 드리는 예배는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인도자도 그때마다 정해지고요(하긴 회의도 그렇죠). 오늘 아침은 마틴 아저씨가 진행했는데, 틱낫한의 14가지 마음훈련을 불러주고,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간단히 적어보면
1. Openness(마음 열기)
2. Non attachmentfrom view(보는 것에 집착하지 않기)
3. Freedom of thought(생각으로부터 자유로와지기)
4. Awarenessof suffering(고통을 자각하기)
5. Simple, Healthy Living(단순하고 건강하게 살기)
6. Dealingwith anger(분노를 다루기)
7. Dwelling happily in the present moment(현재에 행복하게거하기)
8. community and communication(공동체와 의사소통)
9. Truthful and Lovingspeech(진실하고 사랑이 담긴 말 하기)
10. Protect the Sangha(자신의 영적인 공동체를 보호하기)
11.Right livelihood(바르게 살림하기)
12. Reverence for life(생명을 존중하기)
13.Generosity(관용)
14. Right conduct(바르게 행동하기)

하나를 읽고 난 후 침묵하면서 그것에 대해생각하고, 적용점을 찾아보고 나누었는데, 다들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분명 기독교 영성에서도 이런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들을 뽑아낼수 있을 것 같은데 말에요. 나중에 돌아가면 공부를 해봐야겠습니다. 없으면 제가 만들까요?^^*

북한에도 이런 일이터진다면

앞선 편지에서도 말씀드렸듯, 이라크는 북한과 바그다드는 평양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1인 독재에, 사회주의에, 정부의호전성에, 테러 국가로 지목받아 왔고, 미국의 미움과 경제 제재를 받고 있고 사람들은 순수하기 그지없고, 도시 한복판에 강이 흐르고….
여기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디서 왔니?”라는 거고, ‘제노비아 쿠리-야(남한)’라고 하면 쪼-끔 덜 좋아하긴 합니다^^;요르단에서도 느낀 건데 ‘우리 아랍은 나라가 달라도 하나인데, 너희는 왜 그러니?’ 우리도 통일을 원한다고, 쩔쩔매며 뭐라고 변명할라치면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죠. “다음은 북한이야. 아니?” “알아요. 그래서 왔어요.” 아무래도 지금의 경험이 나중에 꼭 다시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은강력한 예감을 느끼면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그저께(21일) 오전 평화의 물을 티그리스 강에 뿌리러 브리티쉬 브릿지(영국이만들었고, 1차 걸프전 때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은 다리라지요)에 갔을 때지요. 다리 중간에까지 갔다가 돌아면서 클리프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북한에도 이런 식으로 전쟁이 시작되면 그 때도 이렇게 올 건가요?”
“내가 참여하는 소그룹에 두 가정이 한국인아이들을 입양했어. 그들과 함께 하면서 한국에 이미 연결끈을 느껴왔어. CPT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지금처럼 Korea Peace Team을만들어서 가고 싶어. DMZ에 이런 캠프를 설치할 수 있을 거야.”
DMZ뿐이랴, 평양에서 휴먼쉴드를 할 수도 있겠지. 10만 명 아니라100만 명도 모집할 수 있겠지...생각하면서
“고마워요. 그때 다시 만나요. 제 친구도 그걸 준비하고 있어요. 그땐 제가통역할게요^^”

낮에도 밤에도

21일까지는 밤에만 폭격을 했는데, 22일부터는 낮에도 이따금씩 공격이 이뤄집니다.어제(22일) 알 파나르 호텔에서 회의중일 때 갑자기 미사일 터지는 소리가 들려서 회의가 끊겼습니다. 오늘은 주일, 아침 예배를 숙소에서 드릴때도, 2시부터 시작된 이라크 가정의 13살짜리 딸 아말의 생일잔치 때도, 5시 반쯤 IPT 사무실 앞 복도에서 “Who will protectIraqi children?"이라는 현수막을 만들고 있을 때도 폭탄인지, 미사일인지는 계속 터집니다.

하루 이틀 바그다드 외곽에서전투가 벌어지는 것 같은, 때는 멋모르고 창가에서 보거나 텐트 바깥에 나와 멍하니 구경하다가, 좀더 가까운 곳에 소리가 들리면서부터는 멤버끼리심각하게 의논을 했습니다. “미사일이 이 근처로 날아오면 어디 숨을래?” 물론 직격으로 맞으면 피할 순간조차 없겠지만, 대비는 해놓는 거죠.익살꾼 아저씨 마틴은 정수탱크 옆 구덩이(우물?) 사다리에 매달려 있겠다고 하고^^;;; 페기 할머니는 좀 떨어진 큰 파이프 들에 숨겠다고합니다. 뭐, 숨바꼭질 놀이도 아니고, 여기저기 이야기해보다가 결국, 임시 숙소 침대 밑에 납작 엎드려 있기로 했답니다. 적어도 침대 쿠션이어느 정도 받쳐주길 기대하면서요.

23일 주일

어제부터는 낮에도 시시때때로 폭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침 9시에정수장 안 텐트 옆 숙소(원랜 창고였는데 휴먼쉴드용 숙소로 개조한 것 같은, 간이침대가 7개 들어가는)에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쉐인이인도하는 날이었는데, 저에게 혹시 나눌 말씀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준비하지 않았지만, 캐나다에서 어떤 목사님이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신시편 91편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주님 안에 거하는 자, 그는 전능자의 그늘 아래 거하리라(He who dwells in theshelter of the most High will rest in the shadow of the Almighty)”로 시작하는 그 말씀요.쉐인은 그와 관련된, 역대상 17장 말씀인가, 다윗이 자신의 궁을 지은 다음에 하나님의 전을 지으려고 했을 때 나단을 통해 하나님이 하신 말씀“내 집 짓지 않아도 된다. 내가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어 지금까지 이끌어올 때 한 텐트 안에 있으면서 이동해 왔는데, 내가 누구더러‘왜 내 집을 백향목으로 짓지 않았냐’고 말한 적이 있었더냐?”(대하 17:5-6 의역)고 하신 것을 기억하면서, 하나님이 지금 이곳에 계시고,신약에 오면 믿는 자들의 가운데, 그리고 우리 각자가 하나님의 전임을 기억하자고 말해서 제가 엄청 은혜를 받았습니다.

폭격 속의생일 파티

주일 오후 2시에는 알 파나르 호텔 앞 다리 건너 식당 야외에서 이라크 소녀 아말의 생일 파티가 있었습니다. IPT 멤버십여 명과 아말 가족들, 다른 평화운동가들이 함께 했는데요. 정원에 테이블을 깔고, 치킨 바베큐를 굽고 샐러드에 삶은 계란 요리를 하고,색종이로 만든 학을 끈에 꿰어 정원을 장식하고, 그 집 아이들과 IPT 멤버들이 파란 풍선을 불어 공놀이하고, 쉐인은 비누방울을 불어주고, 케시켈리 할머니는 애들이랑 춤추고, 연기로 뿌연 하늘만 아니라면 영락없는 그냥 봄날의 파티죠.

그 집 쌍둥이 꼬마 둘이 있는데요,두아와 헤바라는 진짜 예쁜 여자애들입니다. 두아는 저에게 스카프도 매어 주고 사진도 같이 찍고 그림도 그리고 놀고 있고, 헤바도 같이 했는데,갑자기 가까운 공중에서 콰쾅!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른 애 둘을 양쪽에 끼고 귀를 막아주는데, 그 여린 어깨들을 감싸 안는 순간 참눈물겹더군요. 소리가 지나가자마자 두아는 아무 일 없었던 듯 엄지손가락을 펴며 ‘괜찮다고, 나는 강하다’고 몸짓을 해줍니다. 그렇게 두세 번,한쪽에선 폭격이 계속되고(오늘 뉴스를 보니 비행기 잡는! 소리였더군요. 바로 옆 티그리스 강에 비행기가 떨어지고 조종사들은 포로로 잡혔답니다),하늘엔 포연이 가득해도, 우리들 삶의 몸짓은 계속됩니다. 손 씻을 티슈 하나를 달랬더니 통째로 들고 와서 한명한명 나눠준 식당 소년과, 우리가빌려간 포크를 설거지하려 했더니 기어코 자신들이 하겠다고 말리는 알 파나르 호텔 식당 직원들을 볼 때나, 숙소에 피신해 와 있는 말하데, 세이렌가족들을 만나고는, 어쩔 수 없는 눈물이 또 나더군요.

오늘 들은 소식하나요, Shane의 고향에서 100여 명이 반전시위를 하다가다 잡혀갔답니다. 거기에는 쉐인 가족 10명이 포함되어 있구요. 마음이 착잡할 땐데도 여전히 웃고 잘 노는 쉐인이 자랑스럽습니다.흠냐..

24일 월요일

바그다드의 하늘은 온통 연기로 뒤덮여 있습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더없이 맑은 하늘이었는데,지금은 짙은 회색이 되었고, 숨쉬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기침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유난히 호흡기가 안 좋은 저는 마스크를 착용했구요.(이래뵈도방독면까지 있답니다.^^v) 비가 오거나 비람이 많이 불어 날라갔으면 좋겠는데요. 첨에는 정유소가 폭격 당해서인지 군데군데 연기가 피더니만오늘은 넘 심해서 의아해하다가 오늘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원인을 알아냈답니다.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라크 사람들이 바그다드 하늘을가려서라도 전투기가 시내를 잘 못 보도록 들판에서 석유를 태워(!) 연기를 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ㅠ.ㅠ 한국 반전평화팀을 잘 도와주고 계시는사람좋은 카심 씨는 후세인 정권에 대해 화가 난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환영하지 않는 미국조차도 폭격을 할 때 웬만하면 민간인 시설을 피하려고한다. 물론 국제 여론을 의식해서이지만, 도대체 공기를 석유연기로 뒤덮어 국민들을 숨쉴 수 없게 만드는 정부는 뭐냐고 말이죠... 이게 좀더계속되면 새들뿐 아니라 시민들이 모두 폐질환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콜록콜록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안으로(오늘 뉴스로는100킬로미터 전방까지 미군이 들어왔다더군요) 미군이 바그다드에 진입할 것 같은데, 그 직전에 마지막으로 공격지점을 확인하려는지 아침부터 계속비행기들이 날아다닙니다. 됐다 안됐다 하는 인터넷(국가에서 메일서버를 하나 정해 줬는데, 그게 요즘엔 보내기는 되지만 받을 수는없다는군요.ㅠ.ㅠ) 국제전화도 걸 수 없도록 해놓고, 위성전화도 금지되고-.- 암튼 ‘이젠 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뉴스를검색하는데, 미군이 고전을 치르고 있다고 하죠? 미군과 이라크 군이 바그다드에서 시가전을 치르게 되면 사상자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고, 그땐정말 길거리를 다니기도 힘들어지겠죠.(요즘엔 미사일 피해서! 택시 타고 잘 다닙니다만^^;;)

전의 편지에서 말씀드렸듯, 미군이들어오면 여기 IPT 멤버중 미국인들은 징역이나 벌금을 물게 되고 나머지는 본국으로 추방당하겠죠. 그 자체를 두려워 한다기보다 다 잡혀가게 되면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염려하는 마틴 아저씨는 미군이 들어오기 직전에 정수장 근처에 있는 레바논 대사관이나 여기서 알게 된가정에 숨을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헉, 이거 혹시 CIA 귀에 들어가는 거 아니죠?^^;; 비밀로 해주세요.)

늘어가는 민간인피해

오늘 아침엔 알 파나르 호텔 2층 복도에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세 팀으로 나눠서 활동을 했습니다. 한 팀은 주요 폭격지역을 다니면서 민간시설 피해에 대한 조사를 하기로 하고, 한 팀은 병원 등을 돌아보기로, 한 팀은 고아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병원에따라갔었는데요, 에이프릴, 자헤라, 케시 캘리, 쉐인, 네빌레, 케시 브린이 함께 갔습니다.

엘 콕 병원이라는 곳에 들러서의사들을 만나고 폭격으로 다친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순간,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환자들을만나면 선물로 줘야겠다 싶었던 반전구호가 담긴 뱃지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릴 뿐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제까지 총 사상자가207명이고 오늘 소식이 4,500명 가까이 되는데, 그 병원에서만 그저께까지 108명이 폭격으로 다쳐 들어왔고, 7명은 죽었는데(6명 여자,1명 4살짜리 아기), 그 중 40명을 제외하고는 전문 병원으로 옮겨갔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한 명 한 명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노인과 소년,소녀, 아주머니, 청소년들이 온 몸에 상처를 입고 누워있었고, 중태에 빠진 사람도 있습니다. 한 가족에 3명이 죽고, 8살짜리 아들은 배와머리와 가슴에 유리와 금속이 박혀서 누워 있는 모습, 4살짜리 아이가 왼쪽 다리에 기생충을 앓고 있는데 또 폭격을 당해 누워있고, 10살짜리오마드 알리라는 아이도 가슴과 다리를 다치고, 다리가 부서진 압쉬르 도르시 아주머니, 축구하고 노는 아들을 데리러 가다가 길에서 폭격을 맞아누워 있는 아주머니, 제일 마음 아팠던 것은, 집에 있는데 문으로 미사일이 들어와서(상상이 가십니까?) 다리를 다친 10살짜리 파트마였습니다.금요일(21일) 밤 폭격으로 다쳤는데, 택시도 다니지 않아서 병원으로 올 수 없어서 밤새 울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야 병원에 왔다는군요. 미국국민에게 할 말이 없냐고 물었을 때 그 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친애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 우리는 당신들을 공격하지 않는데, 왜당신들은 우리를 공격합니까?” 였습니다.

루시나 살림 아피스라는 10살짜리 남자 아이를 만나고, 손을 잠시 잡아 주고 병실을나오려는데, 옆에 계신 아주머니 표정이 눈에 밟혀 같이 손을 잡고 뭐라 할 말이 없이 울었습니다. ‘미안해요..미안해요..사랑해요..’라는 말도속에서만 맴돕니다. 병실 몇 개를 돌아보고는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나서 "하나님, 이건 더 이상 못 하겠어요”라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도대체미국이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나름대로는 오폭을 줄인다고 했다지만, 이렇게 다치고 죽는 사람들은 도대체 뭔지, 나는 뭔지 도무지 알 수없었습니다. 내일 또 다른 병원을 돌아볼 수 있을까요. 기가 막힌 사실은, 그들의 집 근처에 공격의 표적이 될 만한 군사 시설이 없었다는것입니다. 집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문을 뚫고 들어오는 미사일을 어쩌란 말인가요. 계속 이렇게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야 하는 건가요.

어제 바그다드의 무스탄사리아 대학과 알코드수 초등학교 하나가 폭격 당했습니다. 근처에 군수품 창고와 군인클럽이 있었다는군요. 그럼대사관 거리 길에 떨어진 미사일은? 오폭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안 지는 거죠. 누군가 그랬다죠. ‘부시를 미워하지 않기가 점점 힘들다’고요.저로서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이니까요.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가 점점 힘들어지는군요.

미군은 도대체 언제쯤 들어올까요. 그들이 바그다드를 점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나라의 6.25 다음의 신탁 통치 비슷하게될까요. 이라크는 정말 민주화될까요. 이라크는 서구화될까요. 그 다음에 선교사들을 통해 이곳에 들어오는 기독교는 ‘강자의 종교’로 자리매김하지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숙소 창 밖에는 천둥소린지 폭격 소린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가 좀 왔으면 좋겠네요. 숨좀 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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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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