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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니라

강산21 2003. 2. 6. 00:10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흙이니흙으로 돌아갈지니라

지난 설 명절때의 일이었다.
설날 아침, 고향집에서 가족예배를 드리고 예의 나는 형제들과 두 아들을 데리고 성묘 길에 나섰다. 마을 뒷산은 그리 높지않은 야산인데도 눈이 녹지 않아 비탈길을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여긴 증조 할아버지, 할머니의 묘소란다. 증조 할머니는 작은 키에허리는 바짝 굽으셨고 머리칼은 온통 백발이셨는데 여든 한 살까지 장수하셨단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예배당에 나가셔서 기도하셨지. 아마태어나지 않은 너희들을 위해서도 축복 기도를 많이 하셨을 거야. 말년에 증조 할머니의 간절한 소원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게 무언지아니?"
녀석들은 호기심에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어서 산에서 내려갔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지만 나는 얘기를 계속하지 않을 수없었다.
"증조 할머니께서는 말이야. 내가 죽을 때는 고생하지 않고 잠자다가 영원한 하늘나라로 가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하셨단다. 그런데 그기도대로 증조할머니는 어느 봄날, 저녁을 드시고 주무시다가 내가 이상하구나, 이상하구나(아무래도 오늘밤에 하늘나라 갈 것 같다)하시더니, 그밤에 돌아가셨단다"

사실 나는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많은 편이다. 맏손주라고 귀염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어릴 적부터 할머니의나들이에는 꼭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기억 속에 할머니의 성품은 한번도 큰 소리를 내신 적이 없는 언제나 작은 목소리로 도란도란 대화를 즐기시던분이셨다. 더구나 마당 어귀에 키 작은 채송화며 봉숭아와 분꽃 등을 심어놓고 분주한 농촌 생활 속에서도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섬세하고 부드러운분이셨다. 유난히 허리가 굽으셔서 꼬부랑할머니소릴 들으셨지만 성경, 찬송가도 없이 (할머니는 글을 모르셨다) 달랑 나무 지팡이 하나 들고예배당에 나가서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기도하시고 나지막하게 찬송을 따라 부르시던 그 모습! 여직 눈에 선하기만 하다.
이왕 나선 성묘길에다른 선대의 묘소를 살펴보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다. 내 얘기만 듣고 있던 큰 아들이 느닷없는 질문을 해오는 것이었다.

"아빠.아빠가 죽으면 화장할 거예요? 아니면 땅에 묻힐 거예요?... 학교에서 배웠는데 우리나라 산에는 묘가 많아져서 산들이 자꾸없어진대요..."
녀석의 질문은 자못 심각해 보였다.
"글세. 네 말이 맞는 말이다만..."
기습적으로 한방을 얻어맞기라도 한듯 나는 더 이상 분명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어디 그게 간단하게 대답할 문제인가, 내가 죽는다는 데? 실은 나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나는 죽는다. 내가 죽은 후 화장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땅에 묻으라고 할 것인가. 그러면서 내심 화장하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젊었고 그런 생각을 갖기엔 너무 이른 나이라고 애써 미루고 있었다는 것이 내 솔직한입장이었다. 그러기에 아들의 몰염치한(?) 이 질문은 계속해서 내 귓전에서 맴돌고 있었다.

"아빠! 죽으면 화장할 거예요? 아니면땅에 묻힐 거예요?
더러 화장은 기독교적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생각건대 어차피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성경적이다.단지 흙으로 돌아가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분명한 것은 육은 쇠하고 한줌 흙으로 돌아가지만 나를 지으신 그 분이 언젠가 나를 다시금 가장아름답게 회복시켜 주신다는 사실.
아, 이 글을 쓰는 이 밤이 왠지 고독하게 느껴진다.
나는 죽는다. 내가 죽은 후 화장하라고 할까.아니면 그냥 땅에 묻으라고 할까?
(이 녀석아, 그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야. 정작 중요한 건 오늘 살아있는 너의 모습이야!)
그렇게그 분의 음성이 들려오지 싶은 이 밤, 나는 과연 나를 지으신 그 분의 목적에 합당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되우 두려운밤이다.

-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창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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