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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죽이는 수녀들의 이야기[펌]

강산21 2005. 8. 10. 17:04
너희들이 가족을 알아?
“니들이 가족을 알아?”

화가 났다. 환자나 가족에게 마음속에서부터 화가난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참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난다. 환자를 모실 때마다 가족이 해야 하는 일을 떠맡으면서 그들의 역할을 없애고, 서로 마지막 정을 쌓을 시간을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가끔 환자나 가족에게 내가 생각하는 편리함과 좋은 것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함께 있으면서 좋은 점이 있기에 병실로 환자를 모시는 것은 상당부분 고민이 된다.

정수길님(가명)이 그랬다. 암이 발병되었지만 연세가 많아서 오랜 기간 투병을 하신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족도 지쳤고, 자신들의 일상을 못하는 것에 불만이 많아졌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젊어서 가족들에게 준 상처가 많아서인지 서로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가족들이 서울인데 강릉 갈바리의원에 계시게 하고 싶어 하셨다.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일수록 함께 하면 좋을 듯싶어 망설였지만 가족들이 너무 지친 상태여서 가족이 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다짐하면서 정수길님을 받아들였다.

가족들은 잘 오지 않았다. 입원한 기간 동안 부인은 손자를 봐줘야 하기 때문에,
자식들은 너무 바빠서 오기 힘들다고 하면서 자주 오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형편이 있고, 내가 알지 못하는 가족의 아픔이 있을 것 같아서 웃으면서 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환자분이 돌아가실 때가 되었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여서 정수길님이 시간이 많은 것 같지 않으니 오셔서 함께 하시면 좋을 듯싶다고 하였지만 가족들은 바쁘다고 하면서 내려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병원전화 번호가 뜨면 받지를 않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길어도 하루,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나타나지 않는 가족, 연락이 되지 않는 가족들과 연결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속에서 치솟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참으로 힘겨웠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가족이 오지 않은 가운데 돌아가셨다.
정수길님의 가족은 우리였던 것 같다.

돌아가시고도 연락이 안되어서 애타하다가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지 가족들이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돌아가셨다고 말씀을 드리나 가족이 내려왔다. 하지만 그 가족을 보면서 마음 편하게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고, 나에게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어서 가족들이 왔을 때 숨었다. 간호사와 다른 수녀님에게 일을 부탁하고 숨어 있었다.

숨어 있으면서 나를 생각했다.
“왜 이렇게 화가 날까?, 가족을 이해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난 나에게 화가 났던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모습을 보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것이 20여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늘 그 순간 함께 하지 못한 것에 상처가 남아있었다.
다른 이유도 아닌 잠을 자느라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환자 가족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해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그만 자라고 해서 잤는데도 그 순감을 함께 하지 못한 나 자신을 아직도 질책하고 있는 나의 모습 때문에 그 가족이 와 있었으면 한 것이다.
임종의 순간에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데…
그 가족도 다 이유가 있는데, 난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 자신의 문제 때문에… 미안했다. 가족은 다 똑같아야하고, 이래야 한다고 나름대로 신화화 시킨 부분 때문에 난 화를 낸 것이다.

하루가 지나서야 손주에게 사과할 마음이 생겼다.
연락을 해도 나타나지 않은 가족이 많이 원망스러웠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고백하고 만날 수 있었다.

가족! 그 이름만으로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같은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말 사람의 모습이 다르듯이 가족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다.
그리고 가족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랬다.
가족의 미성숙한 표현을 감싸않지 못하고, 가족이라는 신화에 많이 기댄 것 같다.
다시 마음을 잡아야겠다.
화를 안낼 수 없지만 이해의 마음을 넓히고, 그분에게는 내가 가족이었는데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책임을 돌린 내가 부끄러워진 날이다.
“거! 참, 부끄럽네요=^.^=”

 

출처

http://happyvil2.hani.co.kr/column/content.php?tn=gigo&cn=mohyun&nm=58


 
가져온 곳: [광명사랑나누기]  글쓴이: 길래현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