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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만큼 아파도 웃는 사람들

강산21 2005. 7. 23. 12:31
죽고 싶을 만큼 아파도 웃는 사람들
종이나 붓이 피부에 닿아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희귀 난치성 질병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들이다.

지난 19일 KBS 1TV ‘병원24시’에는 특정 부위의 통증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CRPS 환자들이 출연했다. 방송에 따르면 CRPS 환자들은 온 몸을 옭아매는 통증 때문에 하루에도 수 만 번씩 자살을 결심한다.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통증을 완전히 치료하기도 어렵다.

방송에는 발톱 하나 자르는데도 숨을 고르고 식은땀을 흘리는 오승현(28) 씨의 모습이 비춰졌다. ‘엄살’처럼 보이지만 양말 신는 일을 가장 싫어할 정도로 그의 발에 어떤 물체가 닿는 것이 고역이다. 승현 씨는 군 복무 중 발목을 다친 뒤 신경이상으로 통증을 앓게 됐다.

같은 증상에 시달리는 김효주(26) 씨는 수영장에서 유리조각을 밟아 왼발에 외상을 입은 뒤부터 통증에 시달렸다. 효주 씨의 아침은 고통의 연속이다. 진통제며 신경안정제까지, 약이란 약은 죄다 먹은 그는 현재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 통증이 엄습할까 두려워 밖에 나가는 일이 엄두가 나질 않는단다.

이날 방송에는 승현 씨가 새로운 치료법을 시술받다 사지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왔다. 의료진이 승현 씨의 발을 무의식중에 잡은 순간, 승현 씨는 몸을 갑자기 새우등처럼 움츠리며 ‘악, 악’ 소리를 내질렀다. 급격한 통증으로 인해 사지경련을 일으키던 그는 참기 어려운 듯 “죽여줘! 죽여줘!”라며 발악을 했고, 이를 지켜보던 그의 어머니는 “안돼, 안돼”라며 아들의 몸을 붙잡고 흐느꼈다. 그 순간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수술용 마취제가 투여되고 나서야 승현 씨는 서서히 고통을 망각할 수 있었다.

희귀 난치병에 시달리면서도 효주 씨와 승현 씨는 꿋꿋이 살아간다. 효주 씨는 집에서 가공한 액세서리를 촬영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고, 비록 노점이지만 가판을 설치해 액세서리 장사를 시작했다. 또 낙천적인 승현 씨는 자신의 갑작스런 통증에 놀란 간호사에게 너스레를 떨기도 하고, 팔순인 친할머니 앞에선 “보고 싶었지?”하며 어리광을 떤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격려의 글이 쏟아졌다. 희망을 품고 사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방송 보는 내내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세상엔 내가 알지 못하는 병으로 고통 받으시는 분이 너무도 많은 거 같아서 잠시나마 나의 건강함이 그분들에게 미안하게 느껴지더군요.” - 조선경(natural2010)

“죽고 싶을 만큼 아픈 통증으로 힘들어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 유동훈(dong3890)

다시 일을 시작하며 애써 밝은 웃음을 짓는 효주 씨와 “시멘트 바닥 사이에 피어있는 들꽃을 보며 그렇게도 사는 데, 내 이것 아픈 거 안고 못 살겠냐”던 승현 씨. 자신을 추스르는 젊은이와 그들의 웃음이 마냥 아름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