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글 좋은글
할머니의 밥그릇이른 아침부터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재혁은 서둘러 청량리에 있는 굴다리로 향했다. 정오가 채 되기도 전에 무료로 주는 점심을 먹기 위해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재혁은 여러 명의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배식대와 식판,밥과 반찬 들을 차에서 내려 굴다리 안 쪽으로 서둘러 옮겼다.정오가 조금 넘어 배식이 시작 되었다.사람들은 맨숭맨숭한 얼굴로 한명 한명 식판을 들고 다가와반찬과 밥.국을 배식 받았다.재혁이 정신 없이 밥을 퍼 주고 있을 때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한분이 종종걸음으로 재혁에게 다가왔다."밥 조금만 더 주세요."수줍은 할머니 목소리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네,할머니 더 드릴게요."재혁은 할머니가 들고 있는 식판 위에 한 주걱의 밥을 더 담아주었다."됐지요,할머니?""조금만 더 주세요,,,."할머니는 미안했는지 말꼬리를 흐렸다.그 때 봉사를 하던 한아주머니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끼어들었다."할머니 욕심부리지 말고 그거 드시고 나서 이차 배식때 더 드세요.밥만 산처럼 가져 가서 남기면 아깝잖아요.그거 드시고 다시 오세요.아셨죠?""네,알았어요,,,"할머니는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아주머니 기세에 눌린 할머니는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배식대를 떠났다.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하나 둘 굴다리를 떠났다.재혁은 사람들이 식사한 자리를 청소하기 위해 빗자루를 들었다.그런데 조금 전 밥을 더 달라던 할머니가 검은 비닐 봉지를 한 손에 들고기운 없는 모습으로 굴다리 한쪽에 서 있었다.재혁은 할머니 에게로 다가갔다."할머니 죄송해요.아까 밥을 더 드렸어야 했는데,다음에는많이 드릴게요.""아니에요.맨날 밥만 얻어먹어서 오늘은 나도 청소좀 하고 가려구요.우리같이 없는 사람들,모두가 주체스럽게 생각하는 세상에밥까지 주는 곳이 있으니 얼마나 고마워요.""할머니 저희들이 청소하면 돼요.거동도 불편하신데,,,""아니에요.지금은 늙어서 그만 뒀지만 한평생을 청소부로 늙었는걸요.내가 청소할테니 그 빗자루 이리 주세요.""할머니 괜찮아요."할머니는 빗자루를 뺏으려고 재혁과 실랑이를 벌였다.그 순간 할머니 손에 있던 비닐 봉지가 와르르 쏟아지며밥그릇 두개가 나동그라졌다.밥그릇은 둘다 불룩한 배를 하늘쪽으로 내밀었고,눈처럼 하얀 쌀밥이 질척한 땅 위에서 모락모락 김을 피워내며 봉긋이 누워있었다."이걸 어쩌나! 이걸 어째!우리 손녀 줄 밥인데."할머니는 가슴에 고여 있는 아픔을 뱉어내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손녀 줄 밥이란 말에 재혁은 가슴이 쨘했다."죄송해서 어쩌죠?손녀 주실것 까지 챙기시느라할머니는 밥도 못 드셨겠네요.""나 같은 늙은이야 몇 끼 밥 못먹어도 괜찮지만,어린 상추 이파리 같은 손녀를 배 곯게 할 수는 없어서요.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에미 애비 없는 손녀하고 단 둘이 살거든요,봉지에밥을 담아가면 안 먹는다 그래서 오늘은 밥그릇을 가져온건데...한그릇은 점심에 주고 한 그릇은 저녁에 주려고...이일을 어쩌나..."밥에 묻은 흙을 떼어내는 할머니의 까칠한 얼굴을 적시며 눈물이 흘러 내렸다.할머니를 바라보는 재혁의 눈도 어느새 젖어 들었다."할머니 여기서 잠간만 기다리세요.잠간이면되니까 절대로 가시면 안되요? 꼭이요!"재혁은 정신 없이 시장 쪽 으로 뛰어갔다.할머니에게 김밥을 사다주기 위해서였다.주린 배를 쓸어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뒷 모습이자꾸만 자꾸만 눈에 어른 거렸다.김밥을 손에 들고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였다."고마워서 어쩌지...""할머니 드실 깁밥도 여유 있게 샀으니 맛있게 드세요.""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네...늙으면 염치도 없어지나봐요.""별 말씀을 다 하시네요.할머니 그리고 내일 오실 때는.손녀 갖다 줄 밥그릇을 저한테 꼭 먼저 주세요.제가 거기다 밥을 담아 드릴게요."재혁이 할머니의 야윈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젊은이.정말 고마워요."등이 굽은 할머니는몇번아고 머리를 조아리며재혁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이슬비가 바람에 날리며 할머니의 백발 위로 하얗게 부서져 내렸고.수줍게 미소짓던 재혁의 눈가에도 어느새 물기가 반짝 거렸다.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때우리는 그 안에서 깊은 사랑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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