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에 관한 이야기
대나무로 만든 말을 타고 함께 놀던 죽마고우(竹馬故友),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수어지교(水魚之交), 마음이 맞아 서로 거스름이 없다는 막역지우(莫逆之友) 등 우정에 관한 고사성어는 많다. 이는 아마도 사랑을 안 해본 사람이없듯 친구를 사귀지 않은 사람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백아의 거문고 선율만으로도 그가 기쁜지 우울한지를 알았던 벗 종자기.종자기가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더 이상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을 탄식하며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백아절현’이 동양적 우정의전형이라면, 서양식 우정으로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를 꼽을 수 있다.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적에게 전리품을 빼앗겨실의에 빠지자, 이를 안쓰러워한 친구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 대신 전쟁에 나섰다가 그만 적장의 손에 죽고 만다. 이에 친구를 잃은 아킬레우스가불타는 복수심을 가슴에 안고 전쟁에 참여하여 대승을 거둔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동양에서의 친구란 내 마음을 알아주는 ‘또 다른 나’의 의미라면서양에서의 친구는 운명과 모험을 함께하는 ‘동업자’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정은 만남의 시기가 다를 뿐 대부분죽을 때까지 이어지며, 상대가 어렵거나 힘들 때 비로소 우정의 진가가 드러난다. 독일의 여성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살해당하자 그에 관한 진실을밝히기 위해 한평생을 보낸 대학 시절 친구 요기헤스의 우정이 그랬고, 힘들 때마다 한 송이 들꽃을 들고 소설가 황석영 씨를 찾아간 김남주 시인의우정이 그러했다.
하지만 우정은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피천득 선생의 말처럼 우정의 비극은 ‘이별도, 죽음도 아닌 불신’에서온다. 서로 믿지 못하는 데서 우정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 유방은 일등 공신이었던 한신에게 거짓 혐의를 씌워 죽음으로몰아넣었는가 하면, 임꺽정과 의기투합했던 모사꾼 서림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임꺽정을 배신하고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최고의 우정이란무엇일까?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그의 저서 <우정론>에서 ‘최고의 우정이란 신분과 직위와 명리를 떠난 우정’이라고 말했다. 동업을해도 더 많은 이익을 챙겨 갖고, 자주 관직에서 파면을 당했으며 전쟁 때에도 도망을 쳤던 관중을 가슴 깊이 감싸 주었던 포숙아와, “나를 낳아준 것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것은 포숙아다”라고 회고한 관중 사이의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최고의 우정이 아닐까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