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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훌륭한 농사꾼, 좋은 엄마가 되고싶다

강산21 2002. 11. 9. 23:15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나는 훌륭한 농사꾼, 좋은 엄마가되고싶다
- 어느 여성 농민의 고백 -

"엄마, 아빠는 왜 가난해? 서울에서 공부하고싶어요. 큰아버지 집으로 보내줘!"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들녀석이 철없이 지껄인다.
제법 머리가 굵어 농촌에서 공부하면 도시아이들에게 뒤질 것을 염려한 아들녀석의 항변에 할말이 없다.

농촌 남자랑 결혼한다고 했을 때 친정 부모님들은 단식까지 하면서 결사반대했다.
"도시에서 자란 네가 어떻게 농사를 짖겠니? 다들 힘들다고 농촌을 떠나는데 너는 어떻게 뻔히 보이는 길을 가겠다고 하니?"
간절히 말리는 어머니의 손길을 뿌리치고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건강해요? 옛날 하고 달라서 비닐 하우스 하고 특용작물 하면 잘살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하며 떠난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때를 놓치면 안돼는 게 농사일이라새벽같이 하우스로 나가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방에 가두어 놓았다.
아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평생 잊지 못할광경을 보고 말았다. 아이들은 깨진 창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남편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놀라 집으로 뛰어 들어가 보니 아이들은 유리에베어 피를 흘리고 있었고 냉장고 안에 반찬들은 엉망으로 쏟아져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몇 년 전 도시의 맞벌이 부부가 아이들을맡길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단칸방에 열쇠를 잠그고 출근했다가 불이 나서 두 아이 모두를 잃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당장 농촌을 떠나고싶었지만 짓고 있는 농사를 작파할 수 없어서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그때는 희망이 있었다. 정부 지원금으로 하우스 만들고 열심히농사지으며 대출도 갚고 좀 멀지만 유치원에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푼 꿈을 꾸며 일해 왔다.
바쁜 농사일이 끝나면 저녁에 이웃들과모기향 피워놓고 막걸리도 나눠 마시고 이것저것 동네 일도 챙겼다. 그러나 갈수록 농번기, 농한기 구분은 없어지고 밤낮없이 손이 갈퀴가 되도록일해도 빚은 쌓여만 가고 이놈의 농산물 값은 똥값이 되어 갔다.

그리고 농사일도 농사일이지만 더욱 힘든 것은 나에게 떨어지는육아와 가사일이었다.
밭에서 또는 하우스에서 일을 하다가도 집안 대소사가 있으면 바로 뛰어가서 가사 일을 해야 한다. 휴가 때 도시에있는 친척들이 일손을 돕겠다고 내려오지만 식사준비나 딸려 내려오는 아이들 돌보는 일은 나의 몫이다. 그래서 주부들이 '명절 휴유증'이라는 것을앓는 다지만 여성 농민들은 '휴가 휴유증'을 앓는다.
아이들 키우랴, 집안일 하랴, 농사지으랴 정말 여성 농민의 하루는 24시간이어도모자라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여성 농민의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나는 농촌을 지켰고 아이들을 키웠다. 그런데 요즘정말 농사를 작파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한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성을 기울인 만큼 보답을 한다. 그러나농민들을 우습게 아는 정부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 쌀수입 개방만큼은 막아내겠다고 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마다 이야기했지만 지금 현실은어떤가?
2004년 WTO 재협상을 앞두고 쌀 수매량을 줄이고 쌀값을 낮추고 있다.
우리나라 쌀값이 비싸니까 싼 수입쌀을 사먹고핸드폰이나 전자제품을 팔면 더 이익이 아니냐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쌀 농사 짓는 사람이 모두 떠나고 농촌이망해버리면 그때도 수입쌀이 쌀 것 같으냐고.....
식량주권이라는 유식한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사실을 왜 외면하고 있는지답답하기만 하다.

11월 13일 전국에 있는 농민들이 우리 쌀 지키기 전국농민대회에 모인다고 한다.
우리 동네도 이장부터나서서 온 동네 사람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서울로 가자고 한다.
나도 11월 13일 서울에 가야겠다. 결석계를 내서라도 우리 아들을 꼭데려가고 싶다.
쌀 사수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농민들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미래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것을 눈으로 보여주고 싶다.
하루 결석하여 공부가 떨어져도 가난하지만 엄마, 아빠가 당당하게 농사를 짓는 이유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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