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봉춘 힘내라!"
MBC에 낙하산 사장이 떨어진 26일 저녁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주변으로 오랜만에 촛불이 켜졌다. 이날 오후 6시30분 MBC 사옥 앞에 모여든 전국언론노동조합원과 '진알시(진실을 알리는 시민)' 회원, 그리고 '촛불시민' 1000여명(주최측 추산)은 '공영방송 MBC 사수 시민행동(야5당, 미디어행동, 민주노총 등 147개 단체 결합)'이 주최한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공영방송 MBC를 정치권력으로부터 지켜내자"고 입을 모았다.
가열찬 투쟁을 예고한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날 연단에서 "MBC가 우리의 무덤이 되더라도 언론인의 사명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려운 시대를 만나 민주주의가 죽고 패배감과 절망감이 자라는 것을 느낀다"면서도 "마지막 하나 남은 MBC가 희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이 하나 둘 점화되듯 여기서 다시 시작하면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더불어 "전두환, 노태우가 역사의 주인이 아니었듯 이명박도 주인이 될 수 없다"며 "양심을 가진 개인, 언론노동자 하나 하나가 소중하고 이들이 주인이며 곧 역사"라고 덧붙였다.
이날 문화제에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을 포함, 각 지부장 및 본부장 그리고 다수의 언론노조 조합원들도 동석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특히 새로 뽑힌 엄경철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미디어법 투쟁' 국면에서 KBS 노조 홀로 불협화음을 냈던 데 대해 "연대의 자리에 늦게 왔지만 늦은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미안함을 전하는 한편 "공영방송이 권력에 장악 당한 이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촛불을 들자"고 호소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곳곳에서 모여든 시민들 역시 자발적 손길로 문화제의 흥을 돋우었다. 행사장에는 진알시 회원들이 준비한 판넬과 팻말, TV 등이 설치됐고 휴대용 카메라를 손에 든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현장 소식을 온라인에 전달했다. 지난 2004년 탄핵 반대 촛불 집회 때 '디시인사이드' 깃발이 등장했고, 지난 2008년 광우병 소 수입 반대 집회 때 '다음 아고라' 깃발이 등장했다면, 이날 공영방송 수호 문화제에서는 '트위터' 깃발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앙대에서 언론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자신을 소개한 송준영씨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 지금껏 공부했는데 내가 걸어야 할 길의 끝에 관제언론이 있다면 비참할 것"이라면서 "오늘 권력의 비호 아래 MBC 사장이 낙점 됐지만 정권이 그 사람을 임명할 수 있어도 MBC 구성원들에 의해 임명될 순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씨는 이어 "지난 2년 동안 총성 없는 숙청이 이뤄졌다면 남은 3년은 달라져야 한다"며 "우리의 행동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목사(전국목회자실천협의회상임의장) 역시 "언론은 정부의 것도, 대통령의 것도 아니다"라면서 "정권의 MBC 장악 사건은 문화방송 노조만의 일일 수 없기에 종교인이지만 한 시민으로서 불의와 싸움을 선포하기 위해 이 자리 왔다"고 강조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문화제에는 꽃다지, 노찾사 등 노래패의 공연에 이어 대보름날 '지신밟기'를 차용, MBC 주변을 촛불 들고 행진하는 행사로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