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여성

한국 양성평등 ‘세계 115위’

강산21 2009. 10. 28. 21:56

한국 양성평등 ‘세계 115위’
WEF, 134국 조사…중동·아프리카 빼면 꼴찌
정치적 권한·경제 참여기회 등 남녀격차 심각
한겨레 류이근 기자 이완 기자
» 세계 양성평등 순위
한국의 양성평등 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7일(현지시각) 발표한 ‘2009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34개국 가운데 115위를 기록했다. 종교, 문화적으로 여성의 권리가 오랫동안 제약된 중동과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를 제외한다면 산업화한 국가 가운데 사실상 꼴찌에 가깝다. 한국의 양성평등 순위는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 2006년 92위에서 2007년 97위로 떨어졌다가 지난해(108위)부터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세계경제포럼은 스위스에 토대를 둔 비영리법인으로, 연례 다보스포럼을 개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경제포럼이 미국 하버드대의 리카도 하우스먼 교수와 버클리대 로라 타이슨 교수(백악관 경제자문위원)와 함께 2006년부터 발표해온 ‘성 격차 지수’는 남성에 견줘 여성의 경제적 참여와 기회, 교육 수준, 보건 및 수명, 정치적 권한 등 네 부문을 지수화해 산출한다. 부가적으로 모성 보호, 여교사 비율, 여성 실업률, 기본권 등도 지수에 반영한다. 1을 기준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양성평등 수준이 높다. 한국은 0.6146을 기록했으며, 1위인 아이슬란드의 성 격차 지수는 0.8276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 여성의 의회, 각료, 지방자치단체장 진출이 매우 적은 탓에 정치적 권한 부문에서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한국 여성의 정치적 권한 지수는 0.0714로, 1위인 아이슬란드(0.5905)와 비교할 때 무려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의 여성들은 경제적 참여와 기회에서도 심각한 불평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제적 참여와 기회를 1이라고 할 때, 여성들은 거의 절반 수준인 0.5204에 불과했다. 여성의 고위 관리직과 전문직, 기술직 진출이 현저히 적고, 남성과의 임금 격차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지난 1년 사이 경제위기로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여성의 비율이 2%포인트 가까이 줄었고, 여성의 정부 산하 위원회 참여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남녀 불평등이 가장 적은 곳은 노르딕(북유럽) 국가들이었다. 아이슬란드에 이어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이 차례대로 세계 1~4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선 여성인 글로리아 아로요가 대통령으로 있는 필리핀이 9위로 가장 높았으며, 중국(60위), 일본(75위)도 한국보다는 여성의 권리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