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일선 판사들 ‘신영철 면죄부’ 비판글 봇물

강산21 2009. 5. 12. 03:20

일선 판사들 ‘신영철 면죄부’ 비판글 봇물
새 국면 맞은 ‘신 대법관 파문’
법원 내부통신망에 ‘사퇴 촉구’ 줄이어
“대법관이 정의롭지 않다면 존경 철회”
한겨레  박현철 기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최송화)가 ‘촛불 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에게 ‘경고·주의 조처 권고’라는 미온적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일선 판사들이 11일 잇따라 비판 글을 내놓으며 신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견해 표명을 자제하던 일선 판사들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결단도 촉구해, ‘신영철 대법관 파문’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서기호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대법원장님과 법원행정처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신 대법관의 행위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고,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법관징계법에 따른 징계 절차가 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판사는 “(지난 4월 열린) 전국법관회의에서 대부분의 판사들이 (신 대법관 사태가) ‘재판 관여의 소지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명백히 재판 관여에 해당한다고 했다”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신 대법관의 징계를 거듭 촉구했다.

같은 법원의 이옥형 판사도 ‘희망, 윤리위, 절망’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대법관은 정의로워야 하고, 불의와 부당한 간섭에 비타협적이어야 하는데,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법관이 있다면 그 존경을 철회하겠다”며, 거취를 밝히지 않고 있는 신 대법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판사는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의지가 법원 수뇌부, 법원행정처, 우리들 자신에게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석에 신중을 기하라’거나 특정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거나 특정 재판부를 배제하는 행위가 무엇을 뜻하는지 판사들은 듣는 순간 안다”며 “(이를 두고) ‘사법행정권 행사의 일환’이라거나 ‘직무상 의무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윤리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유지원 판사도 “신 대법관님의 결단을 감히 부탁드린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2월 재판 개입 파문이 불거진 뒤 판사들은 간간이 신 대법관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혀왔다. 하지만 이날 내부통신망에 잇따라 제기된 의견은 신 대법관의 사퇴와 이 대법원장의 결단을 직설적으로 요구한 것이어서, 판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부 판사들은 이날 법원별 판사회의의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개혁 성향의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사법의 독립과 사법행정권이 교차한다면 마땅히 사법행정권이 사법의 독립에 길을 양보해야 한다”며 신 대법관의 행위를 ‘사법행정권 행사의 일환’으로 결론 내린 윤리위를 비판했다. 문 부장판사는 “재판의 독립은 법치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동부지법 오경록 판사는 “작금의 사태의 결말에 관한 멋있는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며 이 대법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 대법원장이 신 대법관 문제에 대한 입장을 이번주 후반께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