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촛불사냥’…명동이 울었다 | |
[현장]‘촛불 1주년 기념집회’ 경찰 원천봉쇄·마구잡이 진압 112명 연행 ‘촛불’ 광장점거 ‘하이서울 페스티벌’ 중단 | |
허재현 기자 이정아 기자 박종찬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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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명동 밀리오레 앞 경찰 마구잡이 시민 연행
‘촛불 1주년 기념집회’는 애초 2일 오후 4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경찰이 광장을 원천 봉쇄해 시민들의 진입을 막고,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워 무대차량의 출입도 막아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결국, 우왕좌왕하던 3천여 시민들은 서울역 승강장 건물 앞 계단에서 오후 4시40분부터 약식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는 촛불시민연석회의가 준비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촛불 집회가 처음 열리던 1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에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집회에 참석한 황아무개(18·누리꾼 안단테)군은 “지난해 5월2일 첫 촛불집회와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며 “기념 문화제 자체를 못하게 막는 경찰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촛불 1년’이 지났지만 나아진 것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7살 딸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공정혜(40·서울시 마포구 도화동)씨는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명박 정부에 다시 한번 국민의 뜻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1년 전 촛불집회를 추억하는 다양한 문구의 손팻말과 ‘촛불아 사랑해’ 라고 적힌 노란 풍선을 들었다. 1년 전처럼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유모차 어머니와 예비군 복장을 한 남성들도 눈에 들어왔다.
한서정 촛불시민연석회의 공동대표의 사회로 ‘촛불 집회’가 시작됐다. 한 대표는 “오늘을 촛불 행동의 날로 선포한다”며 “촛불 시민이 하나로 연대해 이명박 정부를 끝장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집회 발언자들은 이명박 정부 정책을 규탄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양도소득세 증가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찬배 민주노총 전국여성노동조합 연맹 위원장은 “83만 6천 원인 최저임금마저도 깎겠다는 정권을 보면 기가 막힌다”며 “부자들 세금은 깎고, 서민들 생계를 위협하는 이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권이냐”고 비판했다.
오후 5시 30분. 투쟁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약식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오후 7시 청계 광장에서 다시 모이자”고 선언한 뒤 해산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산 하려 하는 시민들의 이동을 막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시청역 일대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강제로 방화 셔터를 내렸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사에 시위대가 참여하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였다. 반면, 황규엽 시청역 부역장은 “남대문 경찰서와 협의해 시민들의 통행권을 보장하기로 했는데 경찰이 갑자기 약속을 어겨 황당하다”며 “경찰이 ‘시위대와 일반 시민을 구분할 수 없어 어쩔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역무실로 몰려가 환불소동을 벌이며, 강하게 항의했다.
현장을 찾은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소송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 활동가는 “시위 참여의 가능성만으로 불특정한 시민의 통행을 장시간 제한한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서울경찰청장 등 해당 부서 지휘관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시청역 출입 통제는 오후 7시부터 5, 6번 출구를 중심으로 해제됐다.
애초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이어가려던 시민들은 광장이 통제되자,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진단과 결합해 오후 7시부터 태평로 일대를 점거했다. 이들은 저녁 8시께 시청 앞 광장으로 옮겨 페스티벌 행사 무대를 점거했다. 열리고 있던 공연은 중단됐고,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거나 들고 있던 촛불을 흔들었다. 그러나 8시 10분. 남대문 경찰서는 곧바로 전경부대를 투입해 시민들을 강제 해산 시켰다. 해산에 응하지 않는 시민들은 강제로 연행해 시청 앞 광장에서만 70여 명의 시민들이 연행됐다. 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진 경찰의 해산 작전은 속전속결이었다. 8시 5분 남대문 경찰서장이 “광장에 남아 있는 시민들은 전원 연행될 수 있으니 일반 시민들은 광장을 떠나라”고 방송했고, 5분 뒤 곧바로 전경 부대가 투입됐다. 시민들이 혼비백산 흩어지는 과정에서 서로 발에 걸려 넘어지는 등 곳곳에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가 경찰에 밀려 넘어져 실신해 인근 병원에 후송됐다. 경찰에 연행되던 이주형(63)씨는 “시청 앞 광장에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는데 함께 앉아 있던 십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연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경찰 관계자는 “채증사진을 근거로 시민을 붙잡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사가 중단되는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경찰과 시위대 모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부부가 함께 행사장을 찾았던 이아무개(55·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씨는 “정부가 평화적인 시위는 보장해줘야 하는데 집회 자체를 못하게 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며 “경찰과 시위대 모두 한 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1천 여명의 시민들은 9시께부터 명동 밀리오레 앞 인도에서 거리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여기서도 무차별 연행을 벌였다. 해산 경고방송을 하자마자 빠르게 경찰이 시위대 사이로 달려들어 낚아 채듯 시민들을 붙잡아 경찰차로 끌고 갔다. 명동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대규모 경찰력이 명동 골목 곳곳을 빠르게 뛰어다니며 검거 작전을 펼쳤고, 시민들이 건물 안으로 도망가면 경찰은 뒤를 쫓았다. 일부 시민들은 사지가 들린 채 연행됐고, 이를 말리는 시민들도 덩달아 연행됐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경찰의 작전을 바라보던 일부 시민들은 울음을 터뜨리거나 비명을 질렀다. 시민들 사이에선 “독재시절보다 더하다”거나 “경찰이 사람사냥을 한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이를 지켜보던 외국인 관광객은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경찰의 연행 작전으로 명동 거리에서만 40여 명의 시민이 붙잡혔다.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을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은 경찰의 과잉 행동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김명운(50·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씨는 “집회의 자유가 없던 독재 시절로 돌아간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명동 일대에 남아 있던 시민들은 밤 11시께 대부분 자진 해산했다. 한편, 앞서 1일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는 71명의 시민이 연행됐고 경찰은 폭력 시위 가담 정도를 따져 엄중 처리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2일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장관 명의로 합동담화문을 발표하고 폭력시위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글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 영상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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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3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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