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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잠을 자는 것일까?(하) 벌레에서 인간까지 잠자는 동물세계

강산21 2009. 5. 7. 17:49

왜 잠을 자는 것일까?(하) 벌레에서 인간까지 잠자는 동물세계 2008년 03월 27일(목)

21세기 과학난제

▲ 잠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일까? 아니면 단지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일까? 
1980년대 수면연구의 선구자인 시카고 대학의 알랜 레샤펜 교수는 잠을 자지 않으면 생명에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레샤펜 교수는 쥐를 잠자지 못하게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가학적인 실험을 벌였다.

물이 담긴 용기 위에 턴테이블 설치해 놓고 그 위에 쥐를 놓았다. 그리고는 쥐에 전기 장치를 연결해 쥐가 잠들려고 할 때마다 턴테이블이 작동되도록 해서 쥐를 가장 자리로 내몰리도록 했다. 그러면 물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쥐는 할 수 없이 깨어나 움직여야 했고 이렇게 되면 턴테이블의 움직임은 정지되었다. 그 결과 잠을 자지 못했던 쥐는 몸이 점점 마르면서 14일 정도 만에 죽고 말았다.

이 연구는 수면부족이 죽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실험으로, 당시 선풍적인 화제를 모았다.

전혀 자지 않는 황소개구리

하지만 이 연구에 대해서 수면연구자들 사이에는 논란이 많다. 과연 쥐가 잠 때문에 죽었느냐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제롬 시겔 교수는 잠 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 때문에 쥐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 한달간 수면부족을 경험해도 멀쩡한 비둘기. 
뿐만 아니라 최근 연구를 보면 잠이 과연 생명유지에 필수적인가가 더욱 의문스럽다. 지난해 7월, 미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러스 벤카 교수는 비둘기를 대상으로 레샤펜 교수가 했던 실험을 실시한 결과를 Physiology and Behavior 저널에 발표했다. 벤카 교수는 비둘기를 거의 한달 동안 잠을 자지 않도록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둘기에게서는 아무런 신체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벤카 교수는 “영원히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였다”고 말할 정도로 비둘기에서 수면부족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동물 가운데는 전혀 잠을 자지 않는 종류도 있어서 생명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잠에 대한 인식은 위협을 받고 있다. 바로 황소개구리가 잠을 전혀 자지 않는다. 대신 황소개구리는 그냥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잠이 생명유지에 필수적이진 않다고 한다 해도 생명유지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과학자들은 물질대사와 수면시간과의 관계를 조사했는데, 물질대사률이 높을수록 수면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동물일수록 물질대사률이 더 높고 더 많이 잔다.

왜 물질대사률이 수면시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물질대사률 때문에 우리 신체가 손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물질대사률이 높을수록 자유 라디칼이 많이 생기는데 이 자유 라디칼은 DNA를 손상시킨다. 수면연구자의 실험에 따르면 수면부족 상태인 쥐의 뇌에서 특정 부위가 자유 라디칼에 의해 손상되는 정도가 심했다. 그래서 수면이 음식물을 먹고 소화하고 배출하는 물질대사의 결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잠을 잔다고 주장하는 과학자가 있다.

비만, 당뇨와의 관련성

한편 잠이 면역체계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는 연구들도 많다. 수면부족이 비만이나 우울, 심장질환과 당뇨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수두룩하다.

올 1월에도 수면부족이 당뇨병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되었다. 시카고 대학의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도 단지 2-3일 동안만 수면을 방해받아도 몸이 혈당을 조절하는데 곤란을 겪게 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9명의 건강한 실험대상자가 2-3일 동안 수면연구 실험실에서 잠을 자도록 했다. 이때 실험대상자들은 잠자는 동안 두 차례 방해를 받았다. 한번은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이 잠자는 곳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이었고, 다른 한번은 아주 잠이 깊이 들었을 때 찾아가는데, 이 경우 사람들은 시끄럽게 떠들어서 수면을 방해한다. 이런 방해만으로도 우리 몸은 혈당을 조절하는 물질인 인슐린에 덜 민감해졌고, 당뇨병으로 향해가는 급행열차를 탄 것처럼 반응했다.

▲ 9시간미만 잠을 자는 어린아이들에게서 비만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올 1월에 어린이가 수면부족이면 비만이 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뉴질랜드 연구팀은 7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시간미만 잠을 잘 경우 비만이 될 가능성이 세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아이들의 IQ 점수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단지 비만이 될 가능성만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비만이나 당뇨가 잠에 의해서만 나타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연구는 쉽게 반박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6월 미 뉴욕시립대의 민디 엥글-프리만 교수는 잠을 충분히 자지 않는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를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했다. 패스트푸드에는 일반 가정음식보다 더 많은 소금과 지방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면부족보다 장기적으로 비만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잠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한편 잠을 자는 이유가 이도저도 아니라 에너지 절약과 보호 차원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단지 잠을 자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그래서 음식물을 찾아다니느라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줄임으로써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시겔 교수는 “야생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전수하는 가장 좋은 전략은 할 수 있는 한 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고양이가 바로 이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일단 고양이는 충분히 먹고 나면 새끼를 돌보거나 새끼가 없으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가만히 쉰다는 것. 시겔 교수는 에너지 절약에는 잠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잠자는 동안 외부의 침입을 눈치 채지 못해 단지 쉬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고 본다. 그래서 잠이 과연 보호해주는지가 의문스럽다. 또한 잠이 에너지를 절약해주는데 별로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잠으로 절약되는 에너지의 양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경우 8시간 잠은 고작해야 우유 한 컵에 담겨있는 에너지 정도만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잠을 자는 이유에 대해서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들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어느 하나가 결정적이라고 할 만한 단서를 얻지 못했다. 생명유지냐 기억력 향상 또는 뇌성장 때문이냐 아니면 에너지 절약 차원인지는 아직 두고 봐야할 것 같다.

물속에서 물개는 돌고래처럼 잔다

사실 과학자들은 아직까지도 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얻지도 못하고 있다. 국어사전에는 ‘눈이 감긴 채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라고 정의되어 있다. 보통 동물들은 잠을 자면 주변 환경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지고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동물세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잠은 딱 이런 거라고 말하기 어려울 상황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돌고래의 경우 잠을 자면서 동시에 수영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한 번에 한쪽 뇌씩 잠을 자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돌고래가 잠을 자는 건지, 단지 휴식을 취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 잠자는 물개. 물 속에서 장시간 사냥을 할 때 물개는 돌고래처럼 한번에 한쪽 뇌씩 수면을 취한다. 그러다 뭍으로 돌아오면 체구가 비슷한 다른 포유류처럼 잠을 잔다. 
그런데 물개도 돌고래처럼 잠을 잔다는 사실이 지난해 10월에 밝혀졌다(The Journal of Neuroscience, vol27, p11999). 러시아 과학자 올레그 랴민의 연구팀은 장시간동안 바다에서 사냥을 하는 물개는 돌고래처럼 한 번에 한쪽 뇌씩 수면을 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물개는 한 번에 여러 주 동안 렘수면을 취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개가 뭍으로 다시 올라오면 비슷한 크기의 다른 포유류처럼 잠을 잔다. 보통 개나 인간과 같은 포유류는 렘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자지 못한 만큼 더 많이 자려고 하는데, 물개는 그렇지 않았다.

새의 경우에는, 일부 긴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가 날아가면서 잠을 청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과연 그들은 날면서 자는 것일까? 아니면 잠을 이겨내면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일까? 이와 함께 일부 과학자들은 새가 노래를 하면서도 잘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한편 동물마다 수면패턴도 제각각이다. 당나귀의 경우는 하루에 3시간을 자지만 아르마딜로는 20시간을 잠잔다. 기린은 고작 2시간 정도만 자지만 사자는 14시간이나 잔다. 왜 이토록 동물마다 수면시간이 다른 것일까?

동물들의 수면패턴 데이터베이스 구축 중

이처럼 잠에 대해서는 어느 하나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고 미스터리한 구석만 산재해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2-3년 전부터 미국, 영국, 독일의 과학자들이 동물들 간의 수면을 비교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동안 5000여종의 포유류 가운데 150종도 안되는 동물들에 대해서만 수면에 대해서 연구되었다.

미국 보스턴 대학, 영국 더함 대학, 그리고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수면연구자들은 그동안의 동물들의 수면에 대한 연구 자료를 모아 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가고 있다. 지난해 6월까지 이 공동연구팀은 127종의 포유류의 수면 특성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조만간 50여종의 새에 대해서도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계통발생학적으로 수면패턴이 서로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해가고 있다. 즉 유전적으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수면패턴이 비슷한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 결과 잠이 어떻게 진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어떤 단서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동물들 간의 수면패턴 비교한 결과, 머리가 클수록 전체 수면 시간과 상관없이 더 많은 렘수면을 취하는 것을 알아냈다. 또 잠자리가 밖으로 노출된 동물일수록 수면 시간이 적고 사회적인 동물일수록 덜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세계에는 수면문제로 생활에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조사에 따르면, 75%의 성인은 일주일에 며칠은 수면 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은 여전히 미스터리하기만 하다. 21세기에는 잠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게 될지가 궁금해진다.

▲ 잠을 전혀 자지 않는 황소개구리. 
동물들의 잠자는 시간
황소개구리 : 0시간
기린: 1.9시간
말 : 2.9시간
노루: 3.09시간
아시아 코끼리: 3.1시간
소 : 4.0시간
거두고래: 5.3시간
인간: 8시간
개코원숭이: 9.4시간
개: 10.7시간
비둘기: 11.9시간
실험용 쥐: 13.0시간
고양이: 13.2시간
사자: 13.5시간
들다람쥐: 14.5시간
박쥐: 19.9시간
아르마딜로: 20.4시간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03.2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