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연합뉴스가 국민일보의 사설까지 바꾸게 된 배경은

강산21 2009. 4. 18. 19:40

국민일보는 왜 갑자기 뉴스통신진흥법에 찬성하게 됐나
연합뉴스가 국민일보의 사설까지 바꾸게 된 배경은
2009년 04월 17일 (금) 19:06:23 김원정 기자 ( mingynu@mediatoday.co.kr)
뉴스통신진흥법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던 국민일보가 돌연 법안 통과에 적극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 그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사실이 바뀌거나 추가되어 사설 내용이 바뀌는 경우는 있어도 논조가 바뀌는 경우는 드문 사례다.

국민일보는 지난 15일자 초판과 2판에 실린 사설에서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이 논란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기간 통신사가 뉴스시장 왜곡해서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가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개정안을 지난달 5일 긴급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넘긴 것은 잘못”이며 “개정안은 ‘역 시장주의’ 논란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요컨대 “연합뉴스에 대해 국고지원을 아예 영구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목적”인데 “지금도 연합뉴스가 뉴스통신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국고지원의 영구화는 공정경쟁침해 요소가 크다”는 주장이다.

   
  ▲ 4월15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연합뉴스에 대한 비판도 적시했다. 사설은 “연합뉴스의 뉴스시장 왜곡 심화도 걱정거리”라면서 “연합뉴스는 그동안 국가기간통신사의 역할과 위상에 어울리지 않게 포털, 무료신문 등 돈 되는 곳이면 어디든 기사를 팔았다. 국고지원을 받으면서도 ‘뉴스 도매상’이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 기존 언론사와 경쟁하며 상업적 돈벌이에 몰두한 것이다. 이로 인해 뉴스 시장은 왜곡됐고 연합뉴스의 계약사인 신문·방송사들은 콘텐츠 제값 받기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를 들어 “심의 과정에서 (법안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문하던 국민일보는, 그러나 3판 사설부터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싣는 쪽으로 논조를 선회했다.

국민일보는 <뉴스통신진흥법 개정 서두르되 신중하게>란 제목의 사설에서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정부가 이 법의 개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오는 8월29일로 기존 법이 실효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그 안에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합뉴스의 경영 행위와 뉴스통신 서비스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일보는 이 사설에서 “연합뉴스의 운영이 보다 원활히 수행되도록 하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라고 설명하며 “연합뉴스는 공적역할을 많이 담당하고 있다.…이런 공적 역할은 법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신속한 처리 못지않게 “특정 언론사에 혜택을 주는 법”이란 언론계와 사회 일각의 시각을 해소하고 개정안이 역 시장주의 논란을 불어올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이를 불식하기 위해 “연합뉴스 종사원들의 각별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당부로 끝을 맺었다.

한석동 국민일보 논설실장은 이에 대해 연합뉴스에서 이른바 ‘어필’이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한 실장은 17일 “뉴스통신진흥법이 공론화 되는 상황이라 제3자 입장에서 사설을 써보자는 취지 아래 초판 사설이 나갔다”며 “마감 뒤 온라인에 올라간 우리 사설을 보고 연합뉴스에서 ‘내용도 일방적인 데다 4월에 법 통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시기도 적절치 않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연합뉴스 얘기를 듣고 보니 100% 동감하지 못한다 해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부분적으로 수용했다”면서 “연합뉴스 입장에서는 편파보도를 시정한 셈이고 우리는 저쪽 입장과 밸런스를 맞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출신인 한 실장은 “내가 연합뉴스 출신이란 것이 걸렸다면 애초 아이템으로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개인적으로 부탁한 것은 아니고 회사 차원에서 어필이 들어왔다. 애초 사설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라는 식으로 세게 어필이 들어왔는데 아이템을 바꿀 수는 없고 밸런스를 맞춘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안을 갖고 사설까지 낸 언론사가 없었기 때문에 연합뉴스로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며 “연합뉴스의 입장을 일부 수용하다 보니 논조가 바뀌게 된 건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최초입력 : 2009-04-17 19:06:23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