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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자연 문건, 진실과 의혹 사이…"그녀의 죽음 뒤에는?"

강산21 2009. 3. 14. 18:25

故 장자연 문건, 진실과 의혹 사이…"그녀의 죽음 뒤에는?"

기사입력 2009-03-14 15:18 |최종수정2009-03-14 16:18 

[스포츠서울닷컴ㅣ김지혜·나지연기자] 탤런트 장자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일주일. 경찰 조사를 통해 故 장자연의 죽음은 자살로 결론났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는지, 죽음의 동기에 대해서는 밝혀진게 없다. 우울증이 아니겠냐는 추측만 나돌 뿐 고인의 고통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13일 KBS '뉴스 9'를 통해 고인이 남긴 것으로 알려진 자필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 모 감독과의 골프 접대를 요구 받았다, ▲ 술 접대는 물론 잠자리 강요까지 받았다, ▲ 방안에 가둬놓고 페트병으로 머리를 맞았다, ▲ 협박과 욕설에 시달렸다 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찰 측은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재수사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 또한 명쾌한 결말을 얻어내긴 힘들어 보인다. 분당 경찰서 오지용 형사과장은 14일 스포츠서울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전 매니저인 유장호 대표(호야스포테인먼트)와 유가족 측이 문건의 내용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며 "유족 측은 문건의 원본을 태워버렸다고 주장하고 있어 증거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고인이 남긴 A4용지 6장의 문건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 문건의 용도와 ▲ 진위여부, ▲ 공개의도, 그리고 ▲ 유 대표와 유가족의 대응, ▲ 향후 수사 방향 등을 통해 고인의 죽음에 관한 진실과 의혹을 정리했다. 덧붙여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연예계 병폐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 용도는 무엇인가

故장자연이 죽기 전 남긴 문서는 고인의 유서라고 알려졌다. 소지자인 호야스포테인먼트 유장호 대표가 고인의 마지막 심경이 담긴 글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서 내용 일부가 공개된 뒤 유족들이 "유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확한 용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대다수 연예 관계자는 문서를 소속사 이전을 위한 준비서류로 해석했다. 술접대, 성상납 등 소속사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가 지문 날인과 함께 적혀있기 때문. 한 관계자는 "장자연이 현 소속사와 1년 정도 계약이 남은 상태다. 만약 문건에 소속사로 부터 받은 불합리한 내용이 적혀있다면 이는 계약 만료 전 위약금 등의 잡음을 없애기 위한 일종의 장치가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 친필문건 맞나?

유 씨는 이 문서가 고인의 친필로 작성해 직접 건넨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장자연의 소속사 전 대표인 김 모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문서는 가짜고, 모든 것은 유씨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문서 작성자가 장자연 본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김 씨는 "문서를 장자연이 만들었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 계속해서 (문서의) 일부만 공개되는 것도 이상하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들며 의혹을 제기했다. 13일 경찰에 출두한 유 씨가 "유족의 뜻에 따른다"며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필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 상태다.

◆ 의도된 공개인가?

당초 유 대표는 "유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심경이 담긴 문서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경찰 측에 따르면 유 대표는 문건의 내용과 관계된 어떤 진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 대표가 조사를 받은 당일 저녁 문서 일부가 불에 탄 채 발견됐고, KBS '뉴스 9'을 통해 그 내용이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고인의 현 소속사와 소속권에 문제로 법적 송사를 벌이고 있는 유 대표가 의도적으로 문서를 공개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건 일부가 불에 타 훼손됐음에도 불구 민감한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을 그 예로 들었다. 이에 유 대표는 "원본과 사본 일체를 유가족에게 전부 넘겼는데 어떻게 다른 문서가 있을 수 있냐"면서 자신과 상관없음을 주장했다.

◆ 자살 원인은?

사건을 수사 중인 분당경찰서는 장자연의 자살 원인이 우울증이라고 잠정 결론 내린 상태였다. 고인의 친언니가 "고인이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고, 이 때문에 병원을 오가며 약물치료까지 받는 상태였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서가 공개되면서 자살 원인이 단순한 우울증이 아닌 일로 인한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 탓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고인은 문서에 "모 감독과 태국에 동행해 술접대는 물론 잠자리를 강요받았다. (소속사에서) 방에 가둬놓고 페트병과 손으로 머리를 수없이 때렸다. 신인이라 수입이 적었지만 매니저 월급까지 부담하도록 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갑작스런 자살이 우울증이 아닌 일과 관련한 스트레스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 유족 침묵 왜?

이같은 의문에 대해 답을 내려줄 사람은 장자연이다. 그러나 장자연이 세상을 떠나고 없는 상황에서 가장 확실하게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유가족 뿐. 그러나 유족은 이번 일에 대해 아직까지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유족이 끝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인의 오빠인 장 모씨는 "그 문서는 유서가 아니다. 고인이 없는 상황에서 문서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문서 공개를 거부했다. 불미스러운 내용들이 밝혀져 더이상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 유 씨의 행동

문서의 내용만큼이나 의문점이 많은 것은 유 씨의 일관성 없는 행동이다. 유 대표는 장자연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부터 언론을 통해 유서 형식의 문서를 자신이 고인으로부터 건네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연예계 '공공의 적' 때문에 장자연이 죽었다"며 "유족의 허락이 있다면 실상이 담겨진 그 문서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대표는 지난 10일 유족이 공개를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 지문이 찍힌 문서 일부를 공개했다. 반면 13일 경찰 조사에서는 문건 내용에 대해 일체 함구했다. 그리고 당일 저녁 KBS '뉴스9'가 이 문서를 입수해 공개하자 "어떻게 문건이 KBS 측에 전달됐는지 의문이다. 나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문서와 관련된 그의 행동은 여전히 명쾌하게 설명되진 않는다.

◆ 향후 수사 방향

경찰은 8일 장자연의 사망을 자살로 결론 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유 대표가 유서로 추정되는 문서가 있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또 10일 문서 내용 일부가 공개되면서 경찰은 13일 오전 유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13일 오후에는 KBS를 통해 술접대, 성상납 강요 등의 내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됐다.

사태가 확산되자 유족 역시 입장을 바꿔 경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전한 상태다. 하지만 수사 진행의 어려움도 많다. 우선 증거가 없다. 분당 경찰서 관계자는 14일 "유족과 출석날짜를 조율해 빠른 시일 내에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족 측이 문서의 원본을 불태웠다고 해 증거확보가 쉽지 않다. 다른 문건이 남아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 연예계 병폐 밝혀질까

고 장자연의 자살은 촉망받은 신인 여배우가 스스로 생을 끊었다는 충격 이상의 파장을 안겨주고 있다. 고인의 자살 배경에는 개인적인 이유 외에도 연예계 관계자들의 보이지 않은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공개된 문건에 술자리, 성상납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돼있어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연예계의 뿌리깊은 병폐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

한 연예 관계자는 "물론 술자리, 성상납이 고인이 자살한 직접적 원인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고인의 죽음을 그쪽으로만 몰고 가서도 안된다"며 "그러나 연예계에 보이지 않는 병폐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가 자성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김용덕·이승훈·이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