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현안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의 허구성

강산21 2009. 2. 27. 16:25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의 허구성

- 철학의 부재로 인한 질 낮은 일자리, 환경파괴, 경제적 비효율
 

                                                                                 김은경 미래연 지속가능센터장


1. 머리말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를 내건지 5개월이 되어 간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사회가 추구해야할 시대적인 과제는 변할 수 없는 일이어서 큰 정책 방향을 환경친화적으로 설정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계천의 경험이 주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세계적인 것이고, 전체 경제에 주는 파급효과 또한 지대한 일이어서 과거와는 다른 근본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러나 ‘4대강 정비’를 녹색뉴딜로 포장해 밀어붙이는 현 시점에서 더 이상은 막연한 기대로 귀중한 기회를 사장시킬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든다. 더욱이 이러한 정부 주장에 문제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경기 침체와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던 에너지 위기, 그리고 올해 2단계 실천 목표와 방향이 설정될 것으로 보이는 기후변화 대책은 ‘3중의 위기(Triple Crunch)'라고 불린다. 미국의 금융 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는 전 세계로 지리적 범위를 확산시키는 것과 동시에 실물경기의 침체로 골을 깊게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로 치솟는 실업은 각국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실업의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의 방법이 무엇인가에 따라 나머지 두 가지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고 해소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세 가지 위기는 동시에 고려되어야할 필연성을 갖는다.

 

‘녹색성장’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구호에 대한 기대는 이러한 필연성에 바탕를 두고 있으리라는 가정에서 비롯되었다.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찾는 방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서 환경을 고려하는 동시에 경기 침체를 극복한다는 의미에서의 ‘녹색성장’은 그다지 적절한 용어는 아니지만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정부의 정책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나 기후변화대책 같은 직접적인 정책 뿐 아니라 신성장동력산업의 발굴 지원사업, 그리고 또 다른 차원에서의 수도권의 규제 완화와 그린벨트 해제, 끊이지 않는 경부운하 논란을 지켜보면서 정부의 ‘녹색성장’에 대한 이해 수준이 얼마나 일천한가에 새삼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동안의 기대는 5개월이 지난 지금 철학이 없는 용어의 허망함을 일깨워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이 그동안의 성장 지상주의로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경제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산업혁명 이후 여섯 번째의 혁신이라고 일컬어지는 세계적인 혁신의 물결 속에서 새로이 국가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녹색성장이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녹색성장의 배경과 한계, 지향점, 구체적인 실현 방법 등을 짚어보고, 그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의 출발점이 되고 있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대책의 문제점과 한계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녹색성장의 배경과 의미

녹색성장은 학문적으로 정리되어 있거나,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발전해온 개념은 아니다. ESCAP(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Pacipic) 주최로 2005년 서울에서 열렸던 제5차 환경과 개발에 관한 아태지역 장관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 회의의 주된 논의는 아·태 지역 저개발 국가들의 경제성장의 필요성과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져 있었다. 역내 많은 국가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성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으나 기존의 경제 성장이 환경의 질을 저하시켰던 선진국에서의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녹색성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ESCAP이 발간한 소책자 “Green Growth at a Glance"에서는 녹색성장을 새천년개발목표의 첫 번째 항목인 빈곤의 추방과 일곱 번째 항목인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확보 간의 상충을 해결하고 두 가지 항목 모두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를 위해서 역내의 선진국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시킨 청정기술을 이전해 저개발국의 경제성장이 환경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도록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1972년부터 시작되어 1987년 확립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 도출과정에서 이미 논의되었던 것인데, ‘녹색성장’이라는 용어를 새로이 사용하는데 대해 위의 책자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용어가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해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다 명확하게 경제와 환경의 상생관계를 밝혀내 아·태지역의 빈곤 문제의 해결과정에 적용하고자 한다는 의도와 함께, 요하네스버그에서 천명한 생산과 소비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경제 성장과 환경의 지속가능한 조화를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성장’이라는 용어의 왜곡에 대한 경계로 ‘녹색성장’의 ‘성장’이라는 의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성장(different kind of growth)’으로 경제의 생태적 효율성 증가와 함께, GDP나 GNP 뿐 아니라 시장·정부·가정에서 생산되는 화폐로 표시될 수 있거나 표시될 수 없는 재화의 총량의 증가를 의미하며, GNP의 증가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경제적 복지를 증진시키는가를 함께 고려하며, 자연자본의 성장과 복원을 통해 생태적 자본을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또한 ESCAP은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부양능력의 한계에 가해지는 환경적 부담을 줄이고, 우리사회 전반의 생산과 소비 패턴의 변화를 통해 생태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다섯 가지 정책 추진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환경세제의 개혁, 지속가능한 사회기반시설의 개발, 수요관리, 시장과 기업의 환경친화성 강화, 생태효율성지표의 개발 및 적용이 그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정책수단들은 그동안 지속가능발전의 전략과 이행계획에서 논의되었던 방안들로, 녹색성장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비전을 이행하는 하위 수단임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녹색성장은 지속가능발전이 추구하는 「미래세대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라는 ‘세대 내 그리고 세대 간 형평성’ 개념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으며, 경제발전과 사회통합 그리고 환경보전이라는 세 축의 상생 발전이라는 대상 범위 또한 제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 녹색성장, 더 나아가 지속가능발전의 근본 취지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검토할 것이나, 그 전에 짚어야 할 것은 녹색성장이 아·태지역 저개발국들의 빈곤과 기아를 퇴치하기위한 경제성장의 필요성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세계11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우리나라가 차용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사회 통합을 누락시킨 것은 사회발전에 대한 인식 수준의 퇴보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동시에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회복지와 노동문제의 전반적인 퇴조를 설명하는 한 단초를 제공하는 것으로 예견된다.

 

3.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1). 국가에너지기본정책

 

①. 에너지 저소비 저탄소사회 구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에너지 효율성을 2006년 대비해서 46%개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림 1>에서 보듯이 46%라는 수치는 2006년과 효율성 등의 조건이 똑같은 경우를 가정해 가상으로 수요증가 예상치를 잡아서 그에 대비해 효율성이 개선된다는, 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가공된 수치이다. 이러한 수치는 실제우리나라의 에너지 과소비 실태나 낮은 에너지 효율성을 은폐하는 역할을 하는데, 46%라는 수치를 도출하는데 이용된 에너지 원단위가 부가가치 생산성, 산업구조, 에너지 효율 등 경제체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지표로 타이트한 수요관리를 위해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도 효율성에 대한 모호함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요관리의 성과는 기준 시점 대비 감소된 소비량으로 표시하는 것이 정확한 방법이나 <그림 1>에서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흔히 BAU라 불리는 수요전망과 수요관리 강화 시 수요와의 차이인 12.4% 이다.

 

그러나 실제로 총 에너지 소비량은 빨간색 상자 안에 표시된 바와 같이 06년 233.4(백만 TOE), 2020에 288, 2030에 300.4로 28%가 증가하고, 일인당 에너지 소비도 2006년 4.83, 2020에 5.84, 2030에 6.18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 효율성 개선 정책은 각국의 에너지 소비량을 GDP와 연계하여 비교해보면 보다 확실하게 문제가 드러난다. <그림 2>는 각국의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을 국민소득의 변화와 함께 나타낸 표이다.



이 그림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점은 국민소득의 증가가 반드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소득의 증가와 에너지 소비는 분리(decoulping)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각국의 에너지 소비패턴은 크게 소득이 증가해도 에너지 소비가 늘지 않는 지속가능형과 에너지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에너지다소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이 높지 않음에도 이미 과소비형의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의하면 2030년까지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계속 증가해 2006년 대비 28%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이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를 분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에너지 소비의 지속적 증가를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동시에, 정책 수단들이 수요관리의 측면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에너지 저소비 저탄소 사회 구현’라는 화려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WEC(World Energy Council)가 조사한 구매력환산 GDP와 달러당 에너지 집약도 변화를 보여주는 아래 <그림 3>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성 문제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나라들이 오히려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1990~2005년에 우리나라 에너지 효율성이 정체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중국이 급격한 효율성 개선을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료에서 드러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패턴의 문제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효율성 개선 및 소비 감축 정책과 우리나라의 안일한 대처를 감안하면 점점 더 격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효율이 2008년 세계가 경험했던 국제 유가의 급격한 변동과 맞물릴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제 에너지 소비 절대량을 줄이고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의 전제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세계 각국이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패턴을 변화시키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이유이다. 미국이 ‘17년까지 석유 소비량을 20%줄이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나 중국이 ’1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20%, ‘20년까지 30% 줄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 중인 것은 좋은 예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조 가공의 수치로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를 가리고 있는 한심한 수준이다.

 

②. 탈 화석에너지, 적정 에너지 믹스

에너지의 석유 의존도를 2006년 43.4%에서 2030년까지 33%로 줄이는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2006년 2.4%에서 2030년 11%로 증가시키고, 원자력 에너지 비중을 15.9%에서 27.8%로 늘인다는 것이 현 정부가 발표한 탈 화석에너지화의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원전이 전력 생산시설 비중으로 보면 41%이고 발전량으로 보면 59%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을 늘인다 하더라도 실제 화석연료 사용량은 줄지 않는다.



위의 <그림 4>는 에너지 총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 의존도를 목표대로 낮추더라도 실제 석유소비량이나 석탄 소비량이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위 그라프의 수치를 근거로 실제 석유 소비량을 계산을 해보면 ‘06년도의 전체 수요량 233.4의 43.6%는 101.8이고, 2020년의 총수요 287.6의 36.2%는 104.2이며, 2030년 총수요 300.4의 33%는 99.1로 2020년까지의 실제 소비량은 06년에 비해 증가하고 2030년에 2006년 대비 2%인 2.7백만TOE 감소하는데 그친다. 이러한 추세는 석탄의 경우도 같아서 06년의 석탄 수요가 56.7이고, 2020에 66.8로 증가했다가 2030에 가서 47.2로 감소한다. 2030년까지 늘어나는 석유 사용량과 에너지 가격의 변동으로 부담해야할 위험은 접어둔 채로 2030년의 4억의 수입비용절감을 성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참 놀랍다.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보수적인 부시 정부가 2017년까지 석유 사용량을 2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과 비교해 보면 석유의존도를 10% 낮춘다는 홍보성 문구를 걷어낸 우리나라의 석유 수요관리가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알 수 있다.

 

원자력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전력생산에 석유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원자력을 늘이는 것이 석유 대체 효과를 갖지 못한다. 다만 2030년도에 석탄발전량 감소분을 대체하는 정도의 화석연료 대체효과를 갖는다. 결국 유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에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상의 석유 의존도 감소와 원자력확대 정책은 전혀 대안이 되지 못하며, 2012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에도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 발전이 전력 소비량 증가에 대한 대안이 된다고 하더라도 원전은 그 어떤 에너지 생산보다 문제가 많은 방법이다. 운영상의 안전성, 폐기물처리의 안전성, 부지확보를 위한 주민들의 수용성, 냉각수로 인한 해양생태계 교란,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의 빈발로 인한 재해의 우려, 이산화탄소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 원자력의 확대로 인한 우라늄 자원 확보 및 가격 상승 등 많은 문제가 이미 존재하고 앞으로도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분야보다 활발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생산단가조차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부분적으로 언급하고는 있으나 ‘08~’09년 사용 후 핵폐기물에 대한 논의를 한다는 것 이외에 다른 대책 없이 원자력의 확대를 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원자력이 녹색성장의 방법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석유 소비량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일과 시설의 설치와 가동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 재생 에너지의 확대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것이나, 재생에너지의 확대 계획은 참여정부의 계획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2008년의 유가 변동이 훨씬 급격하게 상승되었다는 점이나, 녹색성장의 구호를 전면에 내걸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생 에너지 계획은 기존의 산자부 입장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구성도 문제이다. 현재의 신재생 에너지 중 폐기물 소각에 의한 비중이 76%가 넘어 실질적인 신재생 에너지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2030년에 신재생 에너지 비율이 11%로 증가하면 폐기물에 의한 에너지가 현재의 2.5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어 폐기물처리 시스템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에 대한 국제 통계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2006년도에 0.5%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폐기물 소각에너지가 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각이라는 방법 자체가 자원의 순환을 저해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일 뿐 아니라 에너지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소비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는 당연한 일이다.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묶는 것 자체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몰이해이거나 의미의 의도적인 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묶어 원자력까지를 포함시키고 있다. 아래 <그림 5>는 신재생 에너지의 구성을 보여 준다.



그밖에 바이오 에너지의 증가도 전체적인 입장에서의 지속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부분이고, 조력발전 역시 해안 생태계 파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합적이고 진지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없이는 에너지의 소비 절감을 위한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③. 그린에너지 산업의 성장 동력화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달성을 위한 가장 기초가 되는 실행프로그림들을 담고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면 그 효과가 다른 산업분야로 ‘폭포효과(cassicade effect)’를 일으켜 탄소배출을 저감시키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에너지 효율이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기술투자를 늘이는 것은 오랫동안 필요한 일로 지적되어왔던 일이고, 망라되어 있는 정책들도 대부분 논의되어 왔던 내용으로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밝히는 것은 나름대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선진국의 기후변화관련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실제로 기술개발이나 투자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 이었는지와 정부의 계획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대책들을 포함하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산업계가 기술개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회수될 수 있을 정도의 시장전망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이 기업의 기술투자를 유도할 만큼의 시장전망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술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기술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술개발이 되지 않음으로서 가격 경쟁력이 낮고, 에너지 생산단가가 높아 에너지 생산 수단으로 선택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문제였다면, 녹색성장 정책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시장전망을 제공하는가가 일차적인 질문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에너지 공급업체들이 대규모 석유회사나 독점적인 전력생산업체인 상황에서 정부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육성 의지가 가시화 되지 않고서는 중소기업의 재생 에너지생산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그림 5>에서 보듯이 07년 수준과 비교해 40배라는 과장된 그라프로 포장되어 있지만,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의 에너지 비중은 전체의 2.5%밖에는 되지 않는다. 거기다 그동안 소형 생산시설의 발전차액을 지원하던 제도를 축소하고 대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할당하는 RPS제도를 도입해 신재생 에너지 분야마저 대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Worldwatch Institute에서 최근 발간한 「세계 재생에너지 보고서 2007」는 각국의 재생에너지 생산 성과와 향후 목표를 보여준다.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2006년 우리나라의 재생 에너지 투자는 OECD 국가 중 꼴지 수준이며, 이미 중국과 인도의 재생 에너지 투자나 공급 비율에 비해서도 뒤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내 생산보다 수출의 비율을 높게 잡고 있다.



결국 이미 다른 나라에 비해 뒤 처진 기술에 투자하기 않고 앞설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투자하겠다는 입장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정부는 사실상 재생에너지 부분의 기술 경쟁을 포기하고 대신 또 다른 재생 불가능 에너지인 원자력에 올인 하는 정책을 선택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에너지 중 원자력 부분을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를 신재생에 할당하고 있다. 정부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부족이 참으로 아쉬운 대목인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또 다시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고갈로 인한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세계에너지보고서 2008」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의 재생에너지 생산은 연 7.2%씩 증가해 2030년에는 OECD국가의 전력생산량에 있어서 재생에너지 생산량의 비율이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의한 비율 보다 높아질 것이며, 세계의 원자력 에너지 비율은 현재의 6%보다 5%로 오히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전의 기술이 앞섰던 독일이나 일본이 재생 에너지 기술에 가장 앞서 있는 점이나 현재 원자력의 비중이 가장 높은 프랑스가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이후 장기간에 걸친 사회적 대화를 통해 2018 년까지 국내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로 합의한 바는 정부가 새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④. 에너지 자립 및 에너지 복지 실현

녹색성장에서 제시하고 있는 네 번째 전략으로는 에너지의 자주개발 비율을 높여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저소득층의 에너지 빈곤을 해소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에너지 자주 개발의 확대는 이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대안이다.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 엇보다도 중요한 일임은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로, 가능하다면 우선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이 ‘에너지 자립’으로 둔갑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선거홍보물을 방불케 하는 일상적인 언어 인플레를 감안하더라도 정책의 지향점이 왜곡되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의 유전을 우리가 개발해 국내 수요를 충당한다는 자주 개발 자체가 이미 국제적인 에너지 확보 경쟁이 격화될 대로 격화된 상태에서 <그림6>에서 보여주는 의욕적인 증가가 가능할 것인지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국제 유가의 급등 시 가격인상을 차단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IEA가 중동 이외 지역의 원유 생산 비용이 중동지역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점도 이러한 우려의 근거를 제공한다. 결국 자주개발이 국제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에너지 자립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고자 하면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자원으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고, 그 답은 다시 재생 가능 에너지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에너지 자립이라는 용어는 석유고갈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유럽에서 활발하게 논의·실시되고 있다. 지역별로 식량, 에너지,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자립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값싼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불가능한 생산·소비 체제를 지속가능한 체제로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에너지 독립’이라는 용어를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5%를 넘고, 재생 에너지 비율이 0.5%인 나라에서, 2030년에 재생에너지 비율을 2.5%로 증가시키는 것을 ‘40배 증가된 목표’로 홍보하는 정책에 갖다 붙이는 것이 가당한 것인가를 따지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석유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고유가 시대를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해외 유전 개발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일에 소홀해 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과장된 홍보는 국민들에게 현실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에너지 소비절감을 유도하기보다 오히려 근거 없는 낙관으로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많은 나라들이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을 에너지 시스템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고 있는데 비해 이러한 안일함으로 기회를 흘려보낸다면 세계적인 경기회복으로 에너지 가격이 반등하는 시점에서 우리의 경제는 다시 타격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대책은 이전 정책에 비해 새로운 부분이 없다. 2008년의 유가가 최고점에 있었던 시점에서 작성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이 유가 상승으로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 및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새로운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의 작동 문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아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화물자동차 운영의 채산성을 위해 종사자 수를 줄인다는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그들을 위한 복지 안전망의 대비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일자리로의 정착을 위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빈곤층의 지원도 에너지 소비절약이 가계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방향에서 세심한 고려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

 

2) 기후변화대책

7월 일본에서 있었던 G8 정상회담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얼리 무버(early mover)가 되겠다며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현재의 50%로 감축하는데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2009년 말 2020년까지의 중기 저감목표를 설정해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2008년 9월 19일 발표된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이하 ‘기후변화종합계획’)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 위의 <그림 7>은 기후변화종합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장기 계획을 나타내는 그라프이다. 이전 계획에 비해 목표연도를 2030년에서 2050년으로 늘여 잡았고, 2020~2030년의 시기가 모호하게 포함되어 있으나 전반적으로 이산화탄소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고, 2050년에는 다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는 있으나 대통령의 공언과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감축목표 설정을 회피하는데 큰 방패가 되었던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 ‘Cap- and- Trade'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의무 부담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한 이명박 대통력의 입장을 반영하자면 국제적 리더십이 성립할 수 있을 정도의 획기적인 감축량을 제시해야하는 입장이어서 2009년 말에 발표되는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의욕적인 목표가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구체적인 대책을 살펴보면 그러한 목표의 설정이 가능할 것인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들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는 「범세계적 기후변화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녹색성장을 통한 저탄소사회구현」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기후친화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국민의 삶의 질 제고와 환경개선’, ‘기후변화대처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을 선도’가 그것이다. 첫 번째 정책 목표에 주요 개념인 기후친화산업을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산업을 의미한다고 정의하며 그 예로 에너지효율성향상산업, 신·재생에너지산업, 원자력산업, 친환경산업(폐기물자원화사업, 기상산업 등)을 적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반복해서 그 제목을 확인하게 할 정도로 원래의 목적에서 빗나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적인 노력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 가장 큰 부분이고, 그와 함께 대응에 걸리는 시간과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온난화로 인한 문제들에 대한 대응이 그 다음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일반적인 기후변화대응 보고서의 하부 단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분야별로 설정했을 때 산업 부분의 기술적 대안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아래 <표 2>는 그 결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기후변화대응 국가기본계획을 집행으로 2012년에 예상되는 성과를 정리해 놓은 ‘2012 기후변화 지표’라는 제목이 붙은 이 표로는 도대체 이산화탄소 배출이 총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알 수가 없다. 새로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몇몇 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체나 국민들은 무엇을 참여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전체가 이러한 상황이어서 이 보고서가 그대로 유엔에 제출될 수 있겠는지 조차 의문이 든다. 각국 국가의 기후변화대책을 작성해 유엔에 제출 하도록 되어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 소극적이라는 국제적인 시각이 있는 터에, 기후변화라는 국제적인 위기에 각국이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어떻게 돈벌이를 할 것인가 하는 속셈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보고서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걱정이다. 물론 모든 나라들이 기후변화라는 국면을 산업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 전제는 실제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얕은 술수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연말까지 국가 목표가 설정되고 각 분야의 저감 목표가 할당되면 많은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각 항목에 포함되어 있는 지속가능성에 반하는 문제들에 대한 지적은 생략하려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의 수립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에너지 수급계획을 전제로 함으로써 갖는 근본적인 한계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연말에 이산화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발표하는 일 역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틀을 그대로 두고 기후변화대응만을 수정하고자 한다면, 지금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으로 이 문제의 한 끝에는 부처 간의 업무 영역에 대한 갈등이 내재되어 있는데, 현재의 보고서는 기존의보고서에 비해서도 더욱 산업부처의 입장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관점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부분이다.




4.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의 한계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표방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은 지속가능발전의 한계로 작용하는 몇 가지 뚜렷한 특성이 있다.

 

1)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전제로 한 계획

IEA의 ‘더 이상 값싼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대량소비의 시대는 존속될 수 없다’는 경고는 IEA가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OECD 산하 기구라는 점에서 귀 기울일 만하지만, 이러한 경고는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많은 국가들이 현재 당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에너지 시스템의 개선을 선택하는 것은 이러한 절박한 변화의 필요성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현 정부가 그리는 녹색성장은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고수를 가장 큰 원칙으로 삼는다. 경제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면 전환에 따르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재 기업들에게 불리하다는 암묵적인 동의를 배경에 깔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에너지를 생산, 공급하는 대기업들의 입장이 철저히 보호되는 가운데, 대기업 중심, 중앙 집중, 기술 중심의 사고를 고수한다. 2018 년부터 총 인구가 감소하지만 2030년까지 에너지 총 소비량의 증가는 계속되고, 특히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유가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석유소비를 계속 늘이고, 단기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는 원자력 중심의 전력 생산을 확대하고, 고용 확대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하면서도 고용 효과가 낮은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에너지 위기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부담 등으로 인한 비용이 주어졌을 때 국가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회복하고 나면 세계 각국의 경쟁력은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성과에 따라 재편될 것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구호로만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시점에서의 시장 논리를 뛰어넘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

 

2) 단기적인 에너지 위기 대응 불능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가장 큰 취약성은 단기적인 대응 능력이다. 2008년도에 겪었던 유가의 급등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게 되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2008년의 에너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유가의 급등이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인 경기 침체우려로 다시 급락한 상태이나 1,2년 후 세계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면 에너지 수요의 증가세가 회복될 것이고, 정확한 가격을 예측하기는 어렵더라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은 이러한 단기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비한 전환대책이 없고 오히려 석유소비량의 증가를 전제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현재의 대책은 몇몇 정유사의 이익은 확실히 보장될 수 있을지 몰라도 대다수의 국민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무책임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녹색성장의 핵심”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이 공허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시간계획과 구체적인 전환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3)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의 한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를 걸고 있는 현 정부의 인식은 탄소를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유한성에 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자원의 유한성의 문제와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재해는 어느 하나만 따로 떼어서 해결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자원의 유한성은 현재 가장 크게 드러나 있는 석유 이외에도 모든 재생 불가능한 자원에 내재해 있는 문제이다. 석유의 유한성을 깨닫게 되는 시점에 또 다른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소비로 석유의 유한성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학습 능력이 없는 상태이다. 이 시점에서 이해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 불가능한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일하고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원자력이나 폐기물 소각열 등의 지속 불가능한 방안 들이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키는 대안으로 잘 못 제시되고 있는 것은 현재의 문제를 재생 불가능한 자원과 재생 가능한 자원의 구도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런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시 자원의 고갈로 인한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어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한 경우에 비해 비경제적이고, 경쟁력을 갖기 어려우며,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 경제를 또 다시 위험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

 

4) 통합적 시각의 결여

지속가능발전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요소들이 합쳐져서 이루어진다. 많은 경우 다양한 요소들은 서로 상반되는 방향으로 작용을 하게 되므로 최종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조력발전은 에너지의 관점에서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러나 서해안의 어류 산란처 10개중 8개가 파괴되어 있는 상황에서 가로림만을 막아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다른 한편에서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훼손이라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폐기물 소각으로 에너지를 회수한다는 것도 자원의 순환 사용이라는 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을 제약한다. 이러한 영향들을 사전에 파악하는 방법이 환경영향평가, 또는 지속가능성 평가이다. 우리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나, 그 방법의 하나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선택하는 이유가 지속가능발전이라면, 문제해결 과정에서 다른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대책이 이러한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지 않은 사업들을 포함하고 있다면, 그것은 지속가능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녹색’은 기존의 성장 일변도의 개발을 치장하는 페인트에 불과할 뿐이다.

 

4) 공급자 중심의 접근

정부의 에너지 기본계획을 보면 도대체 정부가 벌이는 에너지 절약 갬페인을 왜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에너지 사용은 2030년까지 계속 증가해도 되는 상황이고, 석유는 해외 유전개발로 무리 없이 공급해 줄 것이고, 전력은 “깨끗하고 값싼” 원자력을 통해 무한정 공급해 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데 무엇 때문에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겠는가? 정부의 에너지 대책이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에너지를 절약해야할 필연성을 전달해 주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대책이 공급을 해결해 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부족하지 않게 공급해 주는 것이 정부의 기본 역할이라는 고도 성장시대의 인식이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패턴을 과소비형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능력을 떠나서 에너지를 마구 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세계적인 상황을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하는 때이나 누구도 책임 지지 않아도 되고, 성과도 알 수 없는 모호한 개선 목표와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한 수요관리를 보면 정부부터 그 절박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거버넌스의 배제로 참여 미흡

기후변화 종합대책에서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의 주체가 누구냐’는 설문에 중앙정부의 역할이라고 답한 비율이 2008년 6월 56.8%로 2008년 1월과 2007년 6월의 각각 34%와 33%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같은 문항에 대해 개인이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답변 비율은 2008년 6월에 13.8%로 2008년 1월과 2007년 6월에 각각 46.8%와 45.2%에서 1/3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결과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나 정부가 기업이나 시민들이 참여해야할 필연성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시민이나 기업이 참여해야할 필연성을 제공하는 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도 기본적으로 문제일 것이나, 현 정부의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 부족과 그로 인한 거버넌스 제도의 후퇴도 큰 원인이라고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반적으로 국민의 이해도와 참여도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할당하고 그 실천을 이끌어내기는 더욱이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 참여해 그 타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할당된 목표를 실천하라고 하는 경우에 목표를 수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참여의 자발성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는 정부가 무능하거나 약해서 필요한 제도가 아니다. 지속가능발전에서 거버넌스를 중요한 요건으로 삼는 것이나 선진국들이 정책의 형성과정에 참여를 확대하고자 하는 근본 취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5. 글을 마치며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에너지 및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만든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및 지원 정책과 ‘4대강 정비’ 등의 건설 분야 사업들을 뭉뚱그려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가장 긴급한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한 정책이지만 96만이라는 일자리 중 91만이 임시적인 단순노무직이라는 점과 50조라는 예산 중 32조가 토목공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정책이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녹색성장’의 범위를 경제와 환경으로 좁히면서 지속가능발전의 세 축에서 사회 통합을 제외하는 순간 배태되었던 한계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유사성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진보연구소(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일자리 창출이나, UNEP가 주창하는 녹색경제를 기반으로 한 녹색 뉴딜(Green New Deal) 모두가 ‘노동의 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세계는 이미 2002년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의 지속가능발전 논의를 바탕으로 경제, 사회, 환경의 통합을 추구하는 발전 모델을 구체화 시키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논의 수준을 1992년의 수준으로 퇴보 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녹색뉴딜’이라는 포장으로 재분류된 토목사업 때문에 오히려 환경적인 측면마저 부정되고 있어 결국은 성장을 위한 개발정책이라는 본질만 남게 된 셈이다. 이것은 애초에 녹색성장이 기존의 경제성장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기존의 경제성장을 평가하는 틀과 녹색성장을 평가하는 틀이 어떻게 다른지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한데서 생기는 일이다.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용어를 빌려온 ESCAP은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생태계의 부담을 줄이고 생태효율성을 높여야하며, 이를 위해 생태효율성 지표의 개발과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UNEP는 ‘Green New Deal’을 ‘기후변화, 경제적 불평등, 물과 식량부족, 서식지 파괴, 생물종의 멸종을 일으키는 파괴적 행위를 대체하는 긍정적 행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녹색뉴딜은 구호와는 달리 오히려 환경보전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토목사업이며, 대기업 중심의 접근, 개선이 아닌 추가건설의 성격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낮고 전체 에너지 소비는 키우는 지속 불가능한 사업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경제체제로의 혁신을 지연시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직면해 있는 경기침체, 자원문제, 기후변화문제, 노동의 질적 양적 문제는 동시에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다. 환경문제를 고려하지 못하면 자원 고갈로 인한 문제와 오염의 누적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 통합을 고려하지 못해 노동의 양과 질을 도외시하면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돼 실업과 양극화로 인한 내수 기반의 위축을 부르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환경문제나 사회통합 문제를 포장으로만 여기고 경제 성장에만 치우치게 되면 경제마저도 지탱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다행스럽게도 세계는 이미 이러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틀을 유엔을 중심으로 20년 넘게 논의해 왔고, 우리나라는 이미 지속가능발전 법을 비롯해 국가 이행계획과 국가지속가능성 평가지표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다른 나라보다 앞선 기반을 마련해 놓았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녹색성장을 통한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고자한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녹색 포장지 속의 토목공사를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철학과 지향, 그리고 이행 수단에 대한 세계적인 논의 성과를 신속하게 학습하는 일이다. 저돌적인 리더십은 그 이후 세계가 당면한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휘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