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여성

성평등·보육·일자리 창출은 구호 뿐 ‘사라진 여성정책’

강산21 2009. 2. 24. 17:17

성평등·보육·일자리 창출은 구호 뿐 ‘사라진 여성정책’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ㆍ공기관 여성임원 4.5%에 불과
ㆍ“李정부 의지도 패러다임도 없다”

여성 정책이 퇴보하고 있다. 여성계는 “이명박 정부 집권 1년간 여성정책은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지난 18일 주최한 ‘여성정책 1년 평가’ 간담회에서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현 정부의 여성정책은 여성부 기본 업무인 ‘여성폭력 지원 사업’과 경제 살리기를 내건 ‘여성일자리 창출 사업’이 전부”라고 비판했다. 성평등 정책, 가족·보육 정책은 사라졌고 주요 과제로 내세운 여성일자리 창출 사업도 구호뿐이라는 지적이다.

◇성평등 정책 실종 = 2009년 여성부의 주요 업무과제는 ‘여성의 힘으로 경제 살리기’ ‘아동·여성이 안전한 사회 만들기’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정책 펼치기’ 등 3가지다. 성평등 기본법 제정 등 성평등 관련 정책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 정부때 제도화된 성별영향평가제도, 성인지예산제도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성평등 정책 관련 하드웨어는 지난 정부에서 거의 마련됐다”며 “이 정부는 그 정책을 내실·실질화하려는 의지도 패러다임도 없다”고 말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대표성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첫 내각 구성에서 여성은 여성부 장관 1명,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1명뿐이었다. 2008년 공공기관의 여성임원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공공기관 임원 여성 할당제 확대 실시, 여성 장·차관 30% 이상 임명은 공약(空約)에 그쳤다는 평가다.

◇공공성 잃은 보육정책 = 보육의 공공성을 높인다는 기본 방향이 사라졌다. 정부는 7월부터 ‘자녀양육수당’과 ‘보육 전자바우처’ 제도를 도입한다. 만 1세 이하 차상위계층에 월 10만원을 제공하고, 보육지원금을 보육시설이 아닌 개인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여성계는 국·공립보육시설 확대도 안 한 상태에서 수당과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보육 문제를 개별 가정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남윤인순 여성연합 대표는 “수요자는 바우처 같은 번거로운 시스템보다 가까운 곳에 저렴하고 질 좋은 보육 시설을 원한다”며 “수백억 예산이 드는 새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공공보육시설 확대 등 인프라 구축에 먼저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 업무가 복지부로 이관되면서 종합적 가족정책은 없어졌다. 2009년 가족정책은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가정 지원’이 핵심이다. 남 대표는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 등 평등가족문화 확산을 위한 통합적 정책 수립이 필요한데 노인·장애인·아동·다문화 가족 등 개별 대상 지원이 전부”라며 “보수적 관점으로 회귀했다”고 지적했다.

◇구호뿐인 여성일자리 창출 = 정부는 지난해 국정과제 중 여성노동 정책으로 ‘여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내걸었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여성 새로 일하기센터 지정’ ‘가족친화적 기업만들기’ 등의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올해 정부 9개 부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계획을 모두 합쳐도 12만5000여개에 불과하다. 3가지 과제 중 실현된 것은 ‘새 일 센터’ 3곳을 시범설치하고 50곳을 지정한 것뿐이다.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노동부가 2009년 공모한 사회적 일자리에 여성의 집중 업종인 돌봄서비스 분야는 포함돼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여성 일자리와 여성·아동 안전지키기 등 사업을 의욕적으로 많이 했는데 저평가된 것 같다”며 “여성부가 집행업무는 사실상 넘겨줬지만 총괄조정 부서로서 업무는 소홀히 하지 않고 있으니 좀더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